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4월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십장생도十長生圖’를 선정했다. ‘십장생도十長生圖’는 영원히 존재하거나 오래 산다고 생각되는 자연물과 동‧식물을 8폭의 병풍에 표현한 전통 회화다.

왕세자의 천연두 회복을 축하하는 잔치 그림 [사진=문화재청]
왕세자의 천연두 회복을 축하하는 잔치 그림 [사진=문화재청]

선정된 ‘십장생도’는 고종과 명성황후 사이에서 태어난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1874~1926)이 왕세자 시절 천연두를 앓다 완치된 사실을 기념하여 그려졌다. 당시 의약청에 참가했던 관리들이 왕세자의 완쾌를 기념하고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제작했다.

그림에는 해, 구름, 산, 물, 돌, 소나무, 거북, 사슴, 학, 복숭아, 영지 등 다양한 자연물이나 동식물이 가득 담겼다. 산수 배경과 동‧식물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불로장생의 공간으로 구성되고, 진하고 화려한 색채를 써서 환상적인 분위기의 이상 세계를 연출하였다.

무병장수 기원을 8폭 병풍에 담은 ‘십장생도十長生圖’ [사진=문화재청]
무병장수 기원을 8폭 병풍에 담은 ‘십장생도十長生圖’ [사진=문화재청]

일반적으로 10개 안팎의 소재가 선택되어 그려졌으나, 이름과 달리 반드시 10개의 소재로만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열 가지를 담아 그리면 ‘십장생도’라고 부르고 수가 더 많거나 적어 유동적일 경우에는 ‘장생도’라 부른다.

이 소재에 담긴 불로장생 및 길상적인 의미로 구성된 전통은 우리 선조들이 창조한 고유한 상징체계라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조사 및 연구된 중국과 일본의 문헌 기록에는 ‘십장생’ 단어가 없다. 중국 전통미술에 장수 관련 상징 요소가 있지만, ‘십장생’ 제목으로 조합하여 그림 주제로 사용한 것은 색다르다고 볼 수 있다.

‘십장생도’는 특히 궁중에서 선호된 주제로,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이어져 왔다. 왕실 구성원의 무병장수無病長壽와 만수무강萬壽無疆을 기원하기에 매우 적합한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다. 도교와 신선사상神仙思想을 바탕으로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고,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하는 요소들은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장수와 신선 세계를 상징했다. 특히 매일 아침 반복적으로 뜨는 해는 만물의 근원이자 영생으로 바라봤다.

임금이나 왕세자의 국혼 및 궁중의 주요한 행사에서 장식화로 선호되어 별도의 십장생 병풍으로도 만들기도 하였다. 궁중에서 만들어진 십장생도는 조선 최고의 화가들이라고 불리는 도화서 화원들이 제작하여 남다른 화면 배치 및 채색 솜씨로 궁중 회화의 아름다움과 품격을 잘 드러낸다.

한편, 십장생도는 국립고궁박물관 시설 개선 공사로 인해 4월 24일부터 관람할 수 있다. 다만 국·영문 자막이 담긴 궁중 회화 해설 영상을 지난 4일에 공개하여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과 문화재청 또는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