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계는 2022년 일본 문부성 검정 통과 고교 사회과 교과서가 우리의 독도 영토주권 침해를 강화하고, 조선인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관련 기술 축소, 용어교체를 통해 불법성과 책임을 은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본 우익을 대표하는 산케이신문産経新聞은 “고유의 영토에 대한 기술은 철저하지 못했고, 자학사관自瘧史觀 표현은 남아있다”며 개정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냈다.

이번 일본 교과서 검정에 대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는 다음 3가지이다. 첫째는 일본 사회과 교과서 문제가 자국민을 교육하는 일본의 국내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동북아역사재단 남상구 연구정책실장은 '2022년 일본 교과서 검정관련 긴급 전문가 세미나' 인사말을 통해 일본 교과서 문제가 자국 내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사진=강나리 기자]
동북아역사재단 남상구 연구정책실장은 '2022년 일본 교과서 검정관련 긴급 전문가 세미나' 인사말을 통해 일본 교과서 문제가 자국 내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사진=강나리 기자]

“일본 교과서 문제는 자국 내 문제가 아닌 국제적 문제다. 한국과 중국을 분노케 한 1982년 일본 역사교과서 파동 때 일본 스스로 ‘근린 아시아 여러 나라와 관련된 근‧현대의 역사적 사실을 기술할 때 국제 이해와 협력 차원에서 필요한 배려를 하겠다’며 제정한 ‘근린제국近鄰諸國 조항’이 여전히 살아있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이하 재단) 연구정책실장은 세미나 인사말에서 일본 교과서 문제가 국제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둘째는 지난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문제란 점이다. 일본 내에서는 “지금 식민지 시기가 끝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한국은 그때 이야기를 하느냐?”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 세미나에서 홍종욱 서울대 교수는 이 문제와 관련해 “최근(3월 23일) 영국 윌리엄 왕세손이 과거 식민지인 자메이카를 방문했을 때 자메이카 정부가 공식적으로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강제노동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라며 식민지배와 관련한 문제들이 앞으로 해결되어야 할 현재진행형이란 점을 강조했다.

또한, 발표된 검정 사회과교과서는 내년부터 일본 고교2학년 이상 학생이 배운다는 점에서 지금도 굉장히 악화된 한·일관계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셋째, 조선인 노동자의 강제노동 문제는 일본이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군함도의 후속조치, 내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니가타현 사도佐渡광산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군함도와 사도광산은 대일항쟁기 조선인을 대규모로 강제동원해 극심한 차별대우와 채무불이행 등 피해를 끼친 대표적인 근대산업시설이다. 일본은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의사에 반反해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에서 노역을 당했다’는 점을 명시하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했으나 이를 위배했다. 이런 일본 정부의 태도는 사도광산 등재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유네스코에 군함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후속조치 이행을 촉구하는 입장이다.

일본은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미쓰비시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규모는 약 200만 명(연인원 78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동북아역사재단]
일본은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미쓰비시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규모는 약 200만 명(연인원 78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동북아역사재단]

그렇다면, 일본 사회과 교과서 검정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홍종욱 서울대 교수는 “탈식민화 문제는 낡은 문제가 아니다. 20세기 식민주의를 청산하고 앞으로 21세기 국제 질서를 규정하는 중요한 과제”라며 “우리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독도,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해 한일 간의 자존심 문제로 축소할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여 식민지에 대한 국제법적 변화에 우리가 발맞추고 선도할 수 있는 논리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일본군‘위안부’문제도 전시 성폭력 문제로 확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 홍종욱 교수(왼쪽)와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소장(오른쪽)은 쟁점이 되고 있는 독도,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의 문제를 20세기 제국주의 탈피와 21세기 국제질서 정립의 문제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사진=세미나 영상 갈무리, 강나리 기자]
서울대 홍종욱 교수(왼쪽)와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소장(오른쪽)은 쟁점이 되고 있는 독도,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의 문제를 20세기 제국주의 탈피와 21세기 국제질서 정립의 문제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사진=세미나 영상 갈무리, 강나리 기자]

종합토론의 좌장을 맡은 이신철 소장(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도 “서양 제국주의사와 피식민국가들 간 역사를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라는 큰 화두”라고 동의했다.

이신철 소장은 “과거 정부 차원에서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2차례 진행되었고, 민간차원에서 공동교재를 만드는 노력을 해왔다. 그 과정에 참여했던 집필진들이 짓쿄출판사 등 일부 출판사에 참여해 일본정부 방침에 따르면서도 가급적 사실에 가깝게 표현하는 등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지적하고 “한국 학계의 역사연구 성과와 교류가 일본 출판사, 집필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수정요구를 일본 출판사나 집필자들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한국정부와 학계가 세계사적인 보편적 가치에 입각해 세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라며 “필자들 간의 교류나 민간차원의 교류를 활성화시켜 해당 문제를 우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된다”라고 했다.

[1편 "종군위안부→위안부, 강제연행 삭제는 日정부 책임‧불법성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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