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러닝》(솝희 옮김, 한문화 간, 2022)은 자유롭고 즐거운 달리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단순한 깨달음을 준다. 속도나 거리에 목매이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달리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여러 방법도 알려준다. 달리기가 주는 자유, 그로 인한 기쁨과 경이를 알게 해준다.

이 책의 저자 환경정책 전문가 테사 워들리는 혼자서, 가끔은 남편과 네 딸, 모험심을 자극하는 반려견과 함께 달리는 ‘마음챙김’ 러너. ‘마음챙김’은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걱정에 마음을 뺏기지 않고, 지금 여기에 머물며 집중하는, 깨어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테사 워들리는 이 책에서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한 달리기가 어떻게 러너의 지평을 넓히는지를 설명한다. 달리기가 주는 육체적 고통과 부침, 땀을 뛰어넘으면 자유와 평온, 창의성, 주변 환경과 나의 연결성, 집중력 등이 내면에 단단히 자리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달리기의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을 때 러너는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발견한다.

테사 워들리 지음  "소울 러닝" 표지. [사진=한문화 제공]
테사 워들리 지음 "소울 러닝" 표지. [사진=한문화 제공]

저자에 따르면 달리기의 마음챙김이 꼭 길 위에서 뛰는 동안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짧은 거리를 잠시 뛰려고 집을 나서는 순간에도, 달리다가 너무 지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부상의 통증을 무시한 채 달리려 할 때도, 하루의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분한 시간에도 내면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이 과정으로 러너는 자신의 속도와 리듬, 한계와 실패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며, 더 나은 달리기와 자신의 삶을 완성해간다.

달리기의 마음챙김이 어떻게 보면 명상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다른 점이 있다. 테사 워들리는 삶의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달리기의 마음챙김이 명상과 어떻게 다른지도 덧붙인다. 명상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지만, 여기에 달리기가 주는 역동이 더해지면 몸과 마음의 감각이 안팎으로 활짝 열리는 경지를 맛볼 수 있다.

“달리기는 마음챙김을 보조한다. 많은 러너가 달리는 동안 어느 정도 수준의 마음챙김 단계에 다다르려 무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이를 통해 우리는 반복적인 발 구름과 호흡이 이어지는 동안 비교적 쉽게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뛰는 동작에 집중하면 마음은 곧 진정된다. 그대로 현재에 머물며 몸으로 전해지는 감각을 음미하다 보면 하루의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규칙성이 주는 해방감은 남은 하루뿐 아니라 인생 전체에 스며든다. 지금보다 더 차분하고 명료해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매일 겪는 일상 속 어려움을 직관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달리기는 우리의 자유를 증명하는 가장 간단한 수단이며 “자유의 표상”이라고 말한다.

타인의 속박을 벗어난 자유이자 눌린 자기로부터 해방된 자유이다. 이 목적 없는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는 자유는 우리가 책임을 벗어 던지고 문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마음이 답답한 순간이 찾아오면 일단 밖으로 나가 달려보길 권하는 이유이다.

“작업복을 입을 채로 달리는 2분 정도의 시간은 작은 모험이자 삶에 즐거움을 주는 일탈이다. 우리의 삶에 그런 자유가 허락된다는 사실을 이따금 깨닫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삶에 자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전에 짐처럼 느껴지던 일도 즐거운 도전처럼 여겨지고, 여분의 시간을 느긋하게 보낼 수 있다.”

삶에 자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러너의 초점은 가장 먼저 자기 내면으로 향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되고 싶은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싶은지 등을 질문하며 진정한 ‘나’를 찾아간다. 이 과정으로 러너는 무한한 긍정성과 느긋함,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달리기와 자유로움, 기쁨과 경이의 순간이 이렇게 하나의 띠처럼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달리기에 기쁨과 경이의 순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장거리 달리기에는 몸과 마음이 저항하는 시기가 온다. 이 순간에 마음챙김 기술이 필요하다. 어떤 기술인가?

“먼저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고 리듬을 되찾자. 호흡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자세를 바로잡는다. 무릎을 앞으로 향하고 발은 땅에 가볍게 두어라. 몸이 가볍게 느껴지고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부정적인 생각의 존재를 인정하되 흘려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머지않아 평정과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

달리는 일이 이전만큼 기쁘지 않거나 목표가 눈을 가려 두려움만 느끼는 러너들에게 저자는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기본’이라면? 티셔츠와 반바지만 입고 밖으로 나가면 된다. 시계나 전화기, 이어폰 없이, 그리고 계획조차 세우지 말고 나가자. 그래서 자신의 몸과 길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어떤 장비의 도움 없이 단순한 달리기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나만의 리듬과 페이스, 땅에 닿는 발의 감각과 폐로 들어오는 공기, 보폭의 리듬이 주는 자유로운 그 순간을 만끽하고 자유롭게 달리며 자신의 몸과 주변 환경에 몰두하게 된다.

이렇게 몰두하게 되면 러너는 자연과 하나가 된다. 풍경과 자연을 경험하는 방식은 이런 감각을 거쳐 선명해지고,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긴다.

저자는 마음챙김 달리기가 인생에 주는 진정한 보상은 더 나이가 들었을 때 되돌아온다며 미래의 자신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하며, 현재는 마음챙김 자세로 달리는 데 집중하라고 권한다. 마음챙김 러너로 장수한다는 건 나이가 들어서도 젊은 시절 못지않은 만족과 즐거움으로 계속 달린다는 의미다.

“달리기가 주는 신체적, 정신적 이점은 너무도 훌륭하다. 그러니 세월과 아픈 팔다리를 탓하며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달리기는 우리 몸과 더 넓은 세계가 서로 연결돼있다는 감각을 공고히 다지는 과정이다. 그로 인해 러너는 상황 대처 능력과 자유, 동지애 같은 이점을 얻을 수 있으며, 결국에는 행복하게 나이 드는 긍정적인 인생관을 얻게 된다.”

달리면서 타인뿐만 아니라 더 넓은 세상과 끈끈한 유대감도 맺을 수 있다. 바로 자선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면 말이다. 자선 달리기에 참가한 다른 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보조를 맞추다 보면 거기에 모든 이들이 지구상에 공존하고 있으며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영혼이라는 사실에 깊은 유대감을 느낄 것이다.

큰 자선 달리기 대회에서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달리는 그 시간에 온전히 몰입한다. 함께 뛰는 러너들은 각기 다른 소박한 도전 과제를 안고 있지만, 동시에 같은 목표를 하나 공유한 상태다. 당신은 그 목표를 이루며 자부심과 평온한 행복을 얻는다. 더 큰 뜻으로 참여하며 형성된 공감대는 인류애의 실천과 실험으로 완성된다.”

이처럼 저자가 거듭 설명하는 달리기에 관한 통찰은 러너의 삶에 깊이를 더한다. 그래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