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된 물결, 장지에 아크릴 과슈, 136x127cm, 2021. [사진=유중아트센터 제공]
반영된 물결, 장지에 아크릴 과슈, 136x127cm, 2021. [사진=유중아트센터 제공]

전주희 작가의 작품에서 ‘빛과 그림자’가 연상되었다. 뗄 수 없는 관계. 이는 전주희 작가가 자연의 조형적 이미지를 통해 ‘관계’를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자연을 생명, 순리, 순환 등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내포한 은유적 이미지로 드러낸다. 섬세하고 치밀하게 묘사한 자연의 모습과 자연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추상화한 모습을 한 화폭에 담는다. 배경을 제거하고 울창한 숲을 화면 중심에 채우거나 그 안에 인물을 등장시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은 본래 하나임을 일깨운다.

반영된풍경Ⅲ, 장지에 아크릴 과슈, 188x146cm, 2022. [사진=유중아트센터 제공]
반영된풍경Ⅲ, 장지에 아크릴 과슈, 188x146cm, 2022. [사진=유중아트센터 제공]

 

 

전주희 작가의 작품에서 또 하나 우리의 전통채색인 간색(間色)이 눈길을 끈다. 이는 우리나라 사상체계의 중심인 음양오행을 색상으로 표현한 오방색(동-청, 남-적, 중앙-황, 서-백, 북-흑)의 두 가지 색을 섞은 색이다.

작가는 화면의 균형과 조화를 강조하고자 간색(間色)을 사용하고 대칭의 구도를 유지한다. 전통과 자연이 일러주듯 모든 것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흐르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을 간색의 흐르는 물결로 표현하였다. 화면 중앙을 접은 듯 대칭을 이루고 중첩되는 화면 구성 또한 관계 맺기를 통해 일어나는 상호 작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풀, 꽃, 돌 등의 단순한 소재 배열에 독자적인 조형적 개념을 더해 ‘관계’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전달한다. 인간과 자연의 세상 모든 존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함축한다.

시간의 문Ⅱ, 장지에 동양화 물감과 금분채색, 41x53cm, 장지에 채색, 2016. [사진=유중아트센터 제공]
시간의 문Ⅱ, 장지에 동양화 물감과 금분채색, 41x53cm, 장지에 채색, 2016. [사진=유중아트센터 제공]

이렇게 작가는 자연이 이루어 낸 질서와 조화에서 정서적 안정을 느끼며 자신만의 성찰의 공간을 만들어간다.

전주희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유중아트센터(운영위원회 이사장 정승우)는 3월 23일부터 4월 6일까지 “유중 신진작가공모전 우수상 전주희”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1 유중 신진작가공모전 수상자의 릴레이 전시 네 번째로 전주희 작가의 회화 및 영상 20점을 선보인다.

이는 바람, 싱글채널비디오, 28초, 반복재생(스틸컷), 2022. [사진=유중아트센터 제공]
이는 바람, 싱글채널비디오, 28초, 반복재생(스틸컷), 2022. [사진=유중아트센터 제공]

동양화 작가로 장지를 주된 매체로 활용하는 전주희는 이번 전시를 통해 미디어 작업을 새롭게 선보인다. 기존의 회화 이미지와 실재 풀의 이미지를 결합하여 바람에 일렁이는 듯한 풀을 구현해 생명력과 생동감을 전한다. 이번 전시는 숲속을 온 듯 자연 풍경을 즐기며 작가의 내면 심상을 공감하고 느끼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