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드는 공간, 101x79x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2022. [사진=갤러리이배 제공]
빛이 드는 공간, 101x79x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2022. [사진=갤러리이배 제공]

유리 드로잉을 통해 사물의 존재함을 표현하는 황선태 작가는 분명함보다는 불분명함이 가지는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사물의 존재 자체를 깊게 탐구한다. 작가의 작업에서 빛은 사물이 가진 존재감을 간접적으로 부각하기 위해 설정된 것이며, 다른 사물을 투영하면서 존재를 부각하고자 하는 유리의 성질은 작가의 작업 의도를 전개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단순한 선으로 남겨진 사물은 사물이라는 현실적 구체성보다 ‘거기 있다’는 지시체로서 제시될 뿐 감각적인 사물이라고 보기 힘들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묘사의 허구성을 설명한다. 묘사로 사물의 현실감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의 작업은 빛 하나로 단조로운 선묘가 입체로서 재질과 지속성을 얻어 현실이 되는 압축을 보여준다.

황선태 작가가 부산 갤러리이배에서 3월 10일부터 4월 17일까지 ‘The Space of Deep Thinking’전을 개최한다.

개념의 주위를 맴도는 현실의 잠재적 힘을 발견하고 재현의 과정을 거쳐 실재에게 질문을 보내는 황선태의 작업은 개별적 이미지나 내용이 아니라 사물 그 자체 혹은 특정한 시공간 속의 어떤 순간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자들은 초록색 선으로 단순하게 드로잉 한 화면 위에 투입된 빛을 통해 구체화되고 재현된 숨겨진 시공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빛이 드는 공간, 101x79x4cm,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2022. [사진=갤러리 이배 제공]
빛이 드는 공간, 101x79x4cm,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2022. [사진=갤러리 이배 제공]

 

‘Space with Sunlight' 시리즈에서 부옇게 흐린 균질화된 화면은 드로잉 된 사물의 현실적 재질과 양감을 배제한다. 철저한 평면의 화면은 선들이 형태를 지지하면서 사물의 형상을 견지하고 있지만 구체성이 없는 변화 없는 장면만 보여준다. 그러나 작가는 이 밋밋한 화면에 빛을 개입하여 빛 속에서 모든 현실적 질감을 삭제한 채 사물을 거기 온전하게 있게 한다. ‘거기 있는 그것’의 경험이 바로 작가 황선태의 세계이다.

빛이 드는 공간, 50x67x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2022. [사진=갤러리 이배 제공]
빛이 드는 공간, 50x67x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2022. [사진=갤러리 이배 제공]

작가 황선태는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를 마치고 독일 Burg Giebichenstein University of Art and Design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6년 독일 할레에서의 첫 전시를 시작으로 영국, 오스트리아 등 세계 각지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Art Karlsruhe, Art Singapore, Art Miami, Abu Dhabi Art 등 국내외 주요 아트페어에 참가하여 심도 깊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세계 컬렉터들의 위시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서 자리매김하였다. 2008년 신세계미술제 대상, 2007년 뢰벤호프 예술포럼미술진흥상 일등상, Opelvillen 유리미술공모전 특별상 등을 수상하였다.

사물의 존재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사물을 끊임없이 분석하여 이를 미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는 개념적인 주제의식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발견하고 개발해 나가며 또 다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