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전명은이 3월 11일(금)부터 5월 7일(토)까지 서울 서초구 페리지갤러리에서 개인전 “내가 안고 있는 겨울”을 개최한다.

일월 #1,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0x90cm. 2022. [사진=페리지갤러리 제공]
일월 #1,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0x90cm. 2022. [사진=페리지갤러리 제공]

 이번 전시 “내가 안고 있는 겨울”은 시간을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작가의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제목으로부터 계절에 관한 이야기를 암시하는 이 전시는 겨울을 지나 다시 찾아온 봄에 시작한다. 겨울을 안고 있지만, 전시 작품은 겨울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각 작품의 제목은 모두 일월에서 십이월 중 한 달의 이름으로 붙여, 작가 자신의 주변 존재들을 통해 인식된 것들로 일 년의 시간을 새롭게 재구성한다. 이는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 삶의 가장 깊숙한 부분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부분을 공유하는 상황에서 드러나며, 사진을 찍는 ‘나’를 포함한 다양한 존재로 이루어진 시공간에서 나타난다.

삼월 #2,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80x60cm. 2019. [사진=페이지갤러리 제공]
삼월 #2,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80x60cm. 2019. [사진=페이지갤러리 제공]

 신승오 페리지갤러리 디렉터는 "전시되는 작품들은 서로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고 각각 별개로 존재하는 듯한데, 이러한 배치는 우리가 경험을 재구성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경험은 비정형적으로 교차하는 시간의 흐름을 통해 때로는 느슨하고 때로는 정교하게 연결된다"며 "이는 구체적인 서사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그날의 날씨, 분위기와 같은 비가시적인 요소들로 강하게 인식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작품에서 우리는 일월에서 십이월까지의 시간에 그 공간을 채웠던 빛과 공기의 흐름을 온전히 담고 있는 인물과 사물, 풍경을 보게 된다. 이와 같이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특별하게 초점이 맞추어진 대상이 아니라 시간이 이미지화되는 공간이다.

사월 #1,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x75cm, 2022. [사진=페리지갤러리 제공]
사월 #1,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x75cm, 2022. [사진=페리지갤러리 제공]

 이번 작업은 전명은이 자신과 나란히 마주치는 무수한 것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이것을 어떻게 사진으로 담아내어 의미를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의 흔적이다. 그는 시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우리가 실제로 알 수 없는 것, 보이지 않는 것, 화면에 담기지 않는 많은 것들에 대한 감각을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그의 사진은 자신과 타자, 세상의 관계망 안에서 생동하는 다양한 흐름과 진동을 가시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유월 #2,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5x100cm, 2021. [사진=페리지갤러리 제공]
유월 #2,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5x100cm, 2021. [사진=페리지갤러리 제공]

 신승오 디렉터는 "우리가 그의 작업에서 읽어내야 하는 것은 촬영의 주체인 ‘나’와 카메라 너머의 ‘그’들이 촬영 과정에서 서로 연결되며 만들어내었던 공기, 그 장소가 가지고 있었던 흐름이며, 이를 느끼기 위해서는 관객 자신에게 내재된 여러 감각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다. 작품을 보며 관객 스스로 일년 열두 달을 이미지로 표현한다면 어떤 것일까, 상상한다면 좀더 깊은 교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명은, "내가 안고 있는 겨울" 전시 광경. [사진= 페리지갤러리 제공]
전명은, "내가 안고 있는 겨울" 전시 광경. [사진= 페리지갤러리 제공]

전명은은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파리8대학 사진과(석사과정)를 마쳤다. 다수의 개인전,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12기(2021),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14기(2020)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