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에 있는 제이 무브먼트 갤러리에서 오는 3월 10일부터 4월 20일까지 전시 “그린 인플레이션((Green Inflation)”을 선보인다.

작가 김도연, 김원정, 윤석원이 참여하는 이 전시는 심각해진 기후변화로 소수의 인류만이 살아남은 세계를 상상하며,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윤석원, The Season, Oil on canvas, 162.1 x 227.3cm, 2019. [사진=제이 무브먼트 갤러리 제공]
윤석원, The Season, Oil on canvas, 162.1 x 227.3cm, 2019. [사진=제이 무브먼트 갤러리 제공]

윤석원 작가는 관조하는 시선으로 자연을 성실히 그려낸다. 이러한 거리두기는 오히려 인간 기억의 매개자로 기능하며, 그에게 인간과 자연은 ‘서로 지켜보는’ 타자로 밀접히 연관된 공동체의 일원임을 제시한다.

“윤석원이 그려내는 식물이 가득한 풍경 속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덤덤히 그려낸 식물의 모습은 인간과 식물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듯, 얼핏 완벽한 타자가 되어 등장한다. 그러나 그가 이전의 작품들에서 민중미술을 연상시킬 정도로 인간 사회에 밀착한 풍경을 그려냈다는 점으로 볼 때 그의 식물 연작들을 단순한 타자화로 읽어내는 것은 부당할 것이다. 작가는 식물이 일으키는 기억과 감정을 소환하며 작품을 완성한다고 말하고 있다.”(한수정 큐레이터 ‘전시 서문’에서)

김도연, 비치다Ⅱ, Oil on canvas, 41x33cm, 2021. [사진=제이 무브먼트 갤러리 제공]
김도연, 비치다Ⅱ, Oil on canvas, 41x33cm, 2021. [사진=제이 무브먼트 갤러리 제공]

김도연 작가는 철저히 인간의 눈에 비치는 찰나의 모습을 담아내면서도 결코 자연을 배경 화면으로 두지 않는다.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되 그 시선은 자연에 고정하고 있다. “김도연은 인간의 눈으로 세계를 집요하게 관찰한다. 김도연이 그려내는 풍경들은 속 도감이 느껴지는데, 이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듯 관조의 시선이 느껴지는 윤석원의 작품과는 확연히 다르다. 김도연 또한 이러한 풍경들을 기억을 소환하는 매개체로 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마치 인류가 이룩한 문명을 상징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빠르게 이동할 때 포착되는 풍경을 묘사한 듯한 김도연의 풍경들은 결코 자연을 단순한 배경화면으로 두지 않는다. 철저히 인간의 눈에 비치는 찰나의 모습을 담아내면서도 그 시선은 자연에 단단히 고정하고 있다.”(한수정 큐레이터 ‘전시 서문’에서)

김원정, Dear to Dear, 의자구조물, LED조명, 마른 풀, 살아있는 야생화, 가변설치, 2021. [사진=제이 무브먼트 갤러리 제공]
김원정, Dear to Dear, 의자구조물, LED조명, 마른 풀, 살아있는 야생화, 가변설치, 2021. [사진=제이 무브먼트 갤러리 제공]

김원정 작가는 두 점의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품들은 실제로 살아있는 식물들로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김원정 작가는 ‘잡초’라고 인간이 이름 붙이고 경시하는 것들에 대한 재인식을 요청하고, ‘서로가 존재함으로써 비로소 증명되는 관계’에 주목하며 우리는 따로 존재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가 받는 메시지로 시작하는 기획의 글은 인간과 비인간이 화해하고 함께 나아가는 새로운 세계를 그린다.

“김원정은 일괄적으로 제시되는 가치의 기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위한 방법으로 식물을 등장시킨다. 〈잡초, 그 ‘의미 없음’에 대하여〉에 사용된 화분들은 모두 작가가 가격을 흥정한 화분들로, 작품의 영상은 잡초의 정의와 화분의 가격 측정 과정에 대한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잡초’로 대표되는 모든 밀려난 존재의 편에 서서 일괄적 기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데, 이러한 태도는 〈Dear to Dear〉에서 더욱 확장된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생(生)과 사(死), 선(善)과 악(惡), 빛과 그림자와 같이 대등한 관계로서 존재하며 서로의 실재를 증명하는 대상들... (중략) ... 서로가 존재함 으로써 비로소 증명되는 관계는 결국 개인이 아닌 서로를 위한 ‘하나’로써 존재하게 된다.” 작가는 단순히 인간과 비인간으로 분류되는 존재론이 아닌 ‘하나의 존재론’을 표방하며 포용력을 보이고 있다.”(한수정 큐레이터 ‘전시 서문’에서)

전시 “그린 인플레이션((Green Inflation)” 포스터. [포스터=제이 무브먼트 갤러리 제공]
전시 “그린 인플레이션((Green Inflation)” 포스터. [포스터=제이 무브먼트 갤러리 제공]

 

 

이번 전시 기획을 통해 김도연, 김원정, 윤석원 세 작가는 처음 함께하게 되었다. 

제이 무브먼트 갤러리 한수정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심각해진 기후변화 등의 재난으로 인해 소수의 인류만이 살아남고 자연이 인류 이전의 모습을 회복한 세계를 상정한다.”며 “세 작가가 각자 다르게 제시하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가 흥미로워, 갤러리에서 작가들에게 이번 전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