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xton Road, Acrylics, Oil pastels, colored paper, Tracing paper for shoes packing On canvas, 120*180cm, 2020, London.  [사진=유소정 제공]
Brixton Road, Acrylics, Oil pastels, colored paper, Tracing paper for shoes packing On canvas, 120*180cm, 2020, London. [사진=유소정 제공]

 유소정 작가가 서울 종로구 킵인터치 갤러리에서 개인전 “Inhale & Exhale”을 2월 22일부터 3월 2일까지 연다.

유소정 작가는 2020년 10월 8일부터 2021년 3월 30일까지 6개월간 영국 런던 데니얼 패스테이너(Daniel Pasteiner)의 레지던시에서 작업을 하게 되면서 그에게 새로운 공간과 문화가 공기처럼 들어왔다. 그렇게 내면에서 새롭게 탄생한 무언가가 만들어져 나오는 호흡의 과정을 관람자에게 보여준다. 이것은 사회적 불순물이 여과된 순수한 일상의 장면과 같다. 그래서 전시 제목을 “Inhale & Exhale”이라 정했다.

런던에서 작가는 Daniel의 추천으로 화방 Cowling & Wilcox에서 Duck unprimed canvas roll을 주문한 뒤 잘라낸 천 위에 작업을 시작했다. 이 작업을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틀에 짜이지 않은 캔버스 천을 잘라 작업을 한 이유는 그곳은 내가 영원히 있을 곳이 아닌 서울로 돌아오는 날짜까지 한정된 기간동안 머물 곳이었기 때문에 짜여진 캔버스는 이동시 불편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하고 합리적인 첫 번째 이유이다.
또한 작업을 하다 보면 마음에 드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을 잘라내고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남겨 살리기 좋은 이유도 있다. 이는 입체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풀어나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언제든지 작업에 필요한 도구를 쉽게 구하던 서울 중심에서의 생활과는 달리, 록 다운된 런던에서는 화방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아 필요한 도구들은 주로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The night Acrylics, Oil pastels, Pencils On a paper 400g, 22.9*30.5cm, 2021, London. [사진=유소정 제공]
The night Acrylics, Oil pastels, Pencils On a paper 400g, 22.9*30.5cm, 2021, London. [사진=유소정 제공]

그러나 눈으로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쇼핑을 선호하는 아날로그형 인간이라 작가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표현하고 싶은 하늘-어떤 얇은 종이가 쉽게 구겨지며 살짝 흐리면서 불투명한 한 겹이 씐 그 모습에는 마치 우리의 한지와 같은 소재가 필요했다. 고민하는 중 당시 구매한 부츠를 감싸고 있던 얇은 습자지가 떠올랐다.

이렇게 작가는 이 습자지를 이용해 찢어내고 붙이면서 회화적 기술로 그려내는 동시에 실험적인 표현 방법을 찾았다. 평소 친환경적인 작업 방식을 추구하여 손에 닿기 쉬운 물건들로 재활용이 가능한 거리를 찾아보는 일을 즐긴 것이 도움되었다. 탄탄하고, 평면 작업을 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주스를 다 마신 후 그 박스를 깨끗이 씻어 말려 그 위에 젯소칠을 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A mind on the leaves, Acrylics, Oil pastels, Pencils On canvas, 91*116.8 cm, 2021, Seoul. [사진=유소정 제공]
A mind on the leaves, Acrylics, Oil pastels, Pencils On canvas, 91*116.8 cm, 2021, Seoul. [사진=유소정 제공]

런던에서 작가는 작업만 했다.

“영국 작업실은 꽤 컸고 나중 일을 생각 안 하고 오직 나와 작업밖에 없으니까 미친 듯이 작업만 할 수 있었다. 록 다운 기간이었기 때문에 더욱 외출을 자제하고 작업을 마주하고 스스로와 대화하는 시간을 눈을 뜨자마자부터 잠들 때까지 해왔다.

타인의 기대와 어떤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나 끈이 없는 새로운 장소에서 자아를 찾아 자유롭게 작업하게 되면서 불안을 넘어 때로는 그곳이 어떤 가상의 공간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가상 공간에서의 주체는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증식해 나간다. 그러한 과정속에서 모든 순간, 분위기, 비주얼, 감정 등을 캐치해 회화로 표현한다.

가끔은 그림 밖에서 관찰자의 시점으로, 혹은 그림 안으로 들어가 공존하며 마치 시소처럼 균형을 맞춰가며 작품과 함께 성장해 나가게 된다.”

2021년 3월 30일 런던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작가는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며 작업도 바로 시작했다.

Totally fine, Acrylics, Oil pastels, Pencils On canvas, 36*62, 2021, Seoul. [사진=유소정 제공]
Totally fine, Acrylics, Oil pastels, Pencils On canvas, 36*62, 2021, Seoul. [사진=유소정 제공]

유소정 작가는 “격리장소로 캔버스 롤을 주문했고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그리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처럼 작업을 했다. 나는 작업할 때마다 뭔가 대단한 걸 만들고 싶은 부담감이 항상 있었는데 이상하게 틀이 짜이지 않은 캔버스 천 앞에서는 그 짐을 좀 내려놓을 수 있고 자유롭게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망하면 버리면 되지, 덮으면 되지, 뭐 이렇게. 여전히 습자지 작업을 좋아하고 반투명 얇은 종이만 보면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Inhale Exhale, Acrylics, Oil pastels, On canvas, 78*60cm, 2021, Seoul.  [사진=유소정 제공]
Inhale Exhale, Acrylics, Oil pastels, On canvas, 78*60cm, 2021, Seoul. [사진=유소정 제공]

서울 용산의 4.5평 스튜디오에서는 큰 작업을 하기가 어려워서 작은 작업을 주로 했다.

작가는 “책상에서 할 수 있는 작업들이다. 대신 작은 작업의 완성도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렇게 완성한 작품을 본 누군가는 내 큰 작업의 스틸컷 같다고도 하더라”고 전했다. 이렇게 런던과 서울에서 작업한 작가의 작품을 이번 개인전 “Inhale & Exhale”에서 볼 수 있다.

 명상을 할 때 숨을 들이마시고 후우- 내쉬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힘든 이들이 많이 와서 작가의 그림에서 위로받기 바라는 마음에서 작가는 이 전시회를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