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숲에서 천연기념물 제242호로 지정된 까막딱따구리 두 마리가 번식 준비 중인 모습이 지난 4일에 포착되었다.

나무 위 까막딱따구리 두 마리 [사진=서울시]
나무 위 까막딱따구리 두 마리 [사진=서울시]

까막딱따구리(학명: Dryocopus martius)는 대형 딱따구리류로서, 삼각형의 뾰족한 부리로 나무를 잘 쪼는데, 나무를 쫄 때마다 산이 울릴 정도로 둔탁한 소리를 낸다. 번식기는 4~6월이며, 오래된 큰 나무와 죽은 나무가 많은 성숙림 생태계의 지표종이다.

이번에 촬영된 까막딱따구리는 아직 번식 시기가 아님에도 마치 번식 행동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영상을 살펴본 조류 생태학자 최순규 박사는 “지금은 까막딱따구리가 번식하기에 너무 이른 시기로서 번식기 전 어린 개체들의 연습 행동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까막딱따구리 수컷(좌측), 암컷(우측) [사진=서울시]
까막딱따구리 수컷(좌측), 암컷(우측) [사진=서울시]

까막딱따구리는 수컷은 머리 꼭대기에 붉은색 깃털이 나 있고, 암컷은 뒷머리에만 약간의 붉은 깃털이 있다. 영상에서는 암컷이 나뭇가지에 먼저 자리를 잡은 후 수컷의 접근을 유도했고, 아래쪽에서 접근한 수컷은 매우 짧은 번식 행동을 보여 주었다.

세계적으로 453만에서 1,680만 마리가 유라시아 대륙에 넓게 분포하나, 산림 훼손으로 서식지가 감소하여 국내에서는 개체 수가 매우 줄어들었다. 이번 까막딱따구리의 발견은 광릉숲을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관리한 효과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 생태계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한편, 경기도 포천, 남양주, 의정부에 걸쳐 자리한 광릉숲은 조선시대 세조의 능림(왕릉에 딸린 숲)으로 지정되어, 550여 년 동안 출입과 이용을 통제하며 관리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 국립수목원, 국립산림과학원, 문화재청, 대한불교 조계종 봉선사,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주체들도 광릉숲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광릉숲보전센터 이봉우 센터장은 “까막딱따구리 같은 대형 딱따구리는 거목이 많고 다양한 크기의 죽은 나무들이 복잡하게 얽힌 공간에서 살아가는 조류이다. 수목원의 전시보존원과 광릉숲이 따로 나눠진 별개의 생태계가 아니라 하나의 연속적인 생태계로 기능하는 공간임을 알게 해 준다”라며, 이러한 광릉숲 보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