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이배는 2월 9일부터 3월 6일까지 ‘Black, and White : The color of silence’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침묵의 색, 흑백을 통해 자기성찰과 관조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시간을 조형하는 장인희, 요코미조 미유키(横溝美由紀), 배상순 작가의 흑과 백으로 축적된 무한의 시간은 무채색으로 표현된 이유미 작가의 중도의 인간상으로 귀결된다. 4명 여성 작가의 침묵 속에서 누적된 고귀한 시간은 회화부터 조각까지 다양한 형태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장인희, Everyday life(01,02,03&04), 25x25cm, acrylic,mixed on canvas, 2022. [사진=갤러리이배]
장인희, Everyday life(01,02,03&04), 25x25cm, acrylic,mixed on canvas, 2022. [사진=갤러리이배]

 무채색을 대표하는 흑백은 어두움과 빛의 색인 동시에 삶과 죽음의 색으로서 양 극단에서 대립하고 의미를 가지며 상호작용에 의해 공존한다. 흑백이 주는 고요함은 더욱 깊은 내면의 성찰로 이끈다.

장인희 작가는 돌이킬 수 없고 반복할 수 없는 각각 삶의 시간을 Mirror PET film을 사용하여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군무(群舞)와 같은 무채색 군상의 동작은 작품을 마주한 관람객에게 삶의 깃든 소중한 순간을 소환한다. 작가에 따르면 모두 다르게 분화된 부분들이 통합되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작가의 작품이 지향하는 바는 공존의 시간이다. 수많은 부분들이 총체적 전체로 기능하는 유기체처럼 모든 순간들의 다름이 폭력적인 하나로 용해되지 않고 조화롭게 공생하는 시간이야 말로 살아있는 시간이다. 인간의 삶, 즉 살아있는 시간은 경험했던 수많은 순간들만큼 다채롭고 입체적이기에 장인희 작가의 작품은 살아있는 시간 속에 반짝이는 순간들의 말하고 있다. 멀리서 반짝이는 거울은 가까이 갈수록 적나라하고 치열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처럼 구체적인 순간들로 이루어진 시간은 눈이 부시다.

장인희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예술대학(The School of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했다. 귀국 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국내외 평론가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아브다비, 마이애미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참가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배상순, Echoing1-15, 41x41cm, Gesso on velvet, 2021. [사진=갤러리이배]
배상순, Echoing1-15, 41x41cm, Gesso on velvet, 2021. [사진=갤러리이배]

 배상순 작가는 다양한 색채를 배제하고 흑백의 단색과 무수한 선으로서 화면을 구성한다. ‘무(無)’에 가까운 절제된 검정 벨벳 위에 시간의 축적과 함께 서로 뒤섞이는 선은 인간관계 속에서 생기는 파장과 깊이를 표현한다. 배상순 작가는 회화뿐 아니라 사진, 설치, 도예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해왔다.

배상순 작가는 성균관대학교 미술교육과,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원, 교토시립예술대학원에서 수학하고 현재 일본 교토에 거주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근대사에 얽힌 '관계'의 문제를 작업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하였고, 2015년 이후 서울, 런던, 홍콩, 마이애미, 바젤, 파리 등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Miyuki Yokomizo(요코미즈 미유키), Crossing F080.042, 145.5x112cm, Oil on canvas, 2021. [사진=갤러리이배]
Miyuki Yokomizo(요코미즈 미유키), Crossing F080.042, 145.5x112cm, Oil on canvas, 2021. [사진=갤러리이배]

 요코미조 미유키 작가는 빛과 시간, 공간을 테마로 투명성이 있는 섬세한 소재를 활용하여 특정한 장소에 맞는 설치 작업을 해왔다. 유화물감을 얹은 실을 손가락으로 튕겨 캔버스에 수직과 수평의 무수한 선(線)의 흔적을 남기는 요코미조 미유키 작가의 조각적 회화는 시공간에서 경험을 축적하여 만들어진 삶의 정체성을 이차원의 평면에 실현한다. 무수한 선은 눈에는보이지 않는 행위, 시간 등의 집적을 느끼게 한다. 

"그 실은 씨실과 날실이 겹겹이 쌓여 수평과 수직을 나타내어 마치 직조와 같은 작업 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시간과 행위의 흔적이 각인된 화면에는 놀라운 선들이 겹겹이 쌓인다. 오로지 실을 튀기는 행위는 수행자와 같지 않은가. 그 행위와 자신의 신체성이 겹쳐 호응할 때, 무(無)의 시간이 펼쳐져 그를 감싼다. 그리는 것도 아닌 이미지를 정착하는 것도 아니고, 붓을 사용하지 않고 손이 화면에 닿을 일도 없다. 방대한 시간 속에서 태어나는 '무와의 대화'라고 하는 행위의 흔적과 쌓아 올린 것이 이윽고 작품이 된다. 그것을 그의 호흡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가토 요시오加藤義夫 미술평론가(큐레이터)

요코미조 미유키 작가는 일본 타마미술대학 조각과를 졸업하고 일본문부성 파견예술가 뉴욕연수를 거쳐, 일본 국제예술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18년 대만 Art Issue Projects 전시를 비롯하여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및 국제아트페어에 참가하였으며 아시아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유미, 그들의 서사-침잠하다, 종이, 금박, 35x85x97cm, 2020. [사진=갤러리이배]
이유미, 그들의 서사-침잠하다, 종이, 금박, 35x85x97cm, 2020. [사진=갤러리이배]

 먹물을 적신 종이죽으로 인체 조각하는 '종이 조각' 기법이 이유미 작가의 대명사이다. 이유미 작가의 인간상은 삶과 죽음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담는다. 작가가 해왔던 인간 내면의 탐구들이 증축되어 삶과 죽음의 의미와 다양한 삶의 번뇌를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생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이유미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하였다. ‘가나아뜰리에’, 프랑스 파리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레지던시 작가로 참여하였다. 1993년 첫 단체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비롯하여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였다. 2012년 제주도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4기 입주작가로 선정된 후 현재 제주에 정착하여 작품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Black, and White : The color of silence은 갤러리이배(부산광역시 수영구 좌수영로 127)에서 3월 6일(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