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사찰의 법당 외벽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볼 수 있다. 사찰의 핵심영역인 대웅전 외벽에 부처의 탄생과 고행, 깨달음 과정을 비롯해 불교적인 설화와 상징이 그려져 있다.

강원도 양양 낙산사에는 이 절을 창건한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당으로 유학 가서 어렵게 공부하고 깨달은 과정, 그를 짝사랑한 소녀가 용이 되어 귀국길을 보호한 설화가 그려져 있다.

용암사 대웅전. [사진=김경아 기자]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길에 위치한 용암사 대웅전. [사진=김경아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봉원사 영역 내 작은 절인 용암사. 겨울철 서늘하지만 밝은 햇살이 비치는 대웅전 벽화는 독특하게 신선들과 사자를 탄 스님, 청룡과 황룡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스님이 아니라 신선이 그려지고, 호랑이가 아니라 사자가 그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서대문구 봉은사길에 위치한 용암사 대웅전 외벽에 신선이 그려진 벽화. [사진=김경아 기자]
용암사 대웅전 외벽에 신선이 그려진 벽화. [사진=김경아 기자]

불교에서 신선은 스승 없이 홀로 스스로 깨우친 성자로, 사찰 내 독성각獨聖閣에 모신다. 통상 나반존자를 봉안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독성신앙에 단군신앙을 가미해 새롭게 수용하고 전개했다.

법현 스님은 “불교에서 신선은 부처의 제자로 알려진 ‘오백 아라한’과도 연관성이 있다”라고 했다. 스님은 “절에 가면 아라한의 얼굴이 험악하고 못생겼다. 왜냐하면 도적떼였을 때 하도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다음 생에는 원숭이로 태어났다”라며 설화를 전해주었다.

신선은 홀로 스스로 깨달은 성인으로 '오백 아라한' 불교설화와 연관된다고 전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신선은 홀로 스스로 깨달은 성인으로 '오백 아라한' 불교설화와 연관된다고 전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사자가 나타나 오백 원숭이떼에게 ‘좋은 것을 하나씩 바쳐라. 그렇지 않으면 다 잡아 먹겠다’라고 위협했다. 어떤 원숭이는 사자가 좋아하는 짐승을 가져오고, 어떤 원숭이는 과일을 가져왔는데 한 원숭이는 장작을 쌓아놓고 그 위에 앉아 있었다. “살생을 할 수 없으니 제 몸을 태워서 드십시오”라고 했고, 그곳에 함께 있던 오백 원숭이들이 모두 깨달음의 단계에서 성인이 되었다고 한다.

한편, 갈기가 풍성한 수사자는 위엄과 위풍당당함을 고루 갖춘 동물의 왕이다. 불교에서 사자는 강력한 힘의 상징이며 부처는 모범적인 수행자를 큰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에 비유했다. 또한, 세상 모든 동물들이 두려워하고 굴복하게 만드는 사자후獅子吼는 부처의 설법을 뜻한다.

대승불교에서 사자는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타는 동물이다. 충북 제천의 사자빈신사지에는 네 마리의 사자가 석탑을 받치는 ‘사사자 구층석탑’이 있다.

대승불교에서 사자는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타는 동물이다. [사진=김경아 기자]
대승불교에서 사자는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타는 동물이다. [사진=김경아 기자]

불교에서 용은 불법을 수호하는 신이다. 부처가 영취산 아래에서 설법을 할 때 용왕 중 사갈라용왕沙竭羅龍王의 딸이 그 자리에 참석해 설법을 듣고서 남자의 몸으로 변했고 부처의 상相이 되었다고 한다. 대승불교 경전에는 부처님이 많은 보살과 비구니에게 설법할 때 언제나 천룡팔부天龍八部가 함께 참석해 설법을 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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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사 대웅전 외벽 청룡과 황룡. [사진=김경아 기자]

불교 법당 외벽에 불화를 그린 이유에 대해 법현 스님은 “시각적인 예술을 통해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한 방법”이라며 “글을 모르거나 법당 안에 들어올 수 없는 이들, 그리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들도 깨달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설명했다.

[참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