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설날이면 경복궁 광화문에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福을 부르는 그림, ‘문배도門排圖’를 거는 세시풍속이 있었다. 이번 정월 초하루, 외부로부터 집안으로 들어오는 통로인 문에 잡귀를 막아내는 ‘문배도’를 간직하면 어떨까.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26일 '2022년 경복궁 광화문 문배도' 공개행사와 함께 시민들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는 문배도 이미지를 제공한다. 경복궁 광화문 문배도 다운로드 이미지 중 하나.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26일 '2022년 경복궁 광화문 문배도' 공개행사와 함께 시민들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는 문배도 이미지를 제공한다. 경복궁 광화문 문배도 다운로드 이미지 중 하나. [사진=문화재청]

26일 오후 2시 20분,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한국문화재재단과 공동으로 ‘2022년 경복궁 광화문 문배도’ 공개행사를 개최한다. 공개행사에는 광화문을 지키는 수문장, 2010년생 호랑이띠 어린이들이 초청되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국민을 위로하기 위한 취지로 1월 26일부터 2월 2일까지 누구나 광화문에서 문배도를 관람할 수 있고,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 한국문화재단 누리집에서 문배도를 내려 받을 수 있다.

이번에 재작한 문배도는 안동 풍산류씨 하회마을 화경당에 소장된 ‘금갑장군 문배도’를 모티브로 했다. 금빛 갑옷을 입은 장군이 그려진 문배도는 정조임금이 서애 류성룡 선생의 후손인 류이좌 선생에게 하사한 것으로, 왕실과 연계성이 보이는 문배도로는 유일하게 완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2021년 경복궁 광화문 금갑장군 문배도. [사진=문화재청]
2021년 경복궁 광화문 금갑장군 문배도. [사진=문화재청]

‘문배도’는 왕실뿐 아니라 민간에 널리 퍼진 정월 풍속이었다. 조선 중기 성현이 지은 《용재총화》에는 조선 전기 새해풍습으로 이른 새벽에 문배도를 대문간에 붙여 놓곤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때 그림에는 악귀를 내쫓는 신령들을 그리는데 처용處容, 각귀角鬼, 종규鍾馗, 복두관인僕頭官人, 개주장군介冑將軍, 경진보부인擎珍寶婦人, 닭, 호랑이 등이 있다고 한다. 이중 처용은 신라 헌강왕 때 역귀를 내쫓은 사람이고, 종규는 중국 당나라 때 악귀를 내쫓은 사람이다.

현재 전해지는 문배도는 용과 호랑이그림인 ‘용호문배도龍虎門排圖’가 가장 많으며, 19세기 용호문배도 중에 호랑이 그림은 까치와 호랑이가 함께 등장하는 까치호랑이로 그려졌다. 또한 조선 후기에는 장군들의 모습을 그리는 풍습이 퍼졌는데 ‘금갑장군 문배도’도 그러한 장군문배도의 한 종류이다. 문배도의 제작은 조선시대 그림 그리는 일을 맡았던 관청인 도화서圖畫署의 직업화가 화원이 담당했다.

화원들은 매년 음력 12월 20일까지 새해를 축하하는 그림 '세화歲畫'와 액막이 그림 '문배'를 바쳤는데 그 수가 모두 합쳐 1,380장을 그려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임금이 신하들에게 새해 축하 선물로 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록이 드라마 '홍천기'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올해 광화문에 걸리는 문배도는 유물의 훼손을 막기 위해 현수막 형태로 제작되어 걸게 되며, 1월 26일부터 2월 2일까지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