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넷플릭스, 이재명, 윤석열 후보 인스타그램]
[출처: 넷플릭스, 이재명, 윤석열 후보 인스타그램]

하나, 판이 한 눈에 보이고, 게임의 룰도 유치하기 짝이 없는데 모두가 목숨을 걸고 달려든다. 둘, 시작은 웃으면서 하지만 어느 한쪽이 죽어야만 끝이 나는 잔인한 복수 치정극이다. 셋,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다양한 관전평을 내놓지만 게임에 나선 선수들은 인간적인 자존심 따위는 다 내려놓고 개싸움을 벌여야만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넷, 그래서일까? 미성년자 관람 불가이다.

위 설명은 최근 한류 드라마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오징어 게임>에 대한 설명일까, 아니면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 정치판에 대한 설명일까.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연일 쏟아지는 뉴스들은 연예 찌라시 수준을 방불케 한다. 대통령으로서 갖추어야할 자격이 공심을 기준으로 한 도덕성이 기본임은 분명하지만 선거까지 채 2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대선 후보로서 국민들과 함께 논의되어야 할 다양한 정책 공약은 과연 무엇인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궁금하다. 

이제 후보자의 사생활과 주변을 파고드는 공격적인 뉴스 퍼레이드는 국민들의 피로도만 높일 뿐이다.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주인 된 자세로 함께 논의해야할 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사회체제를 개선하고자 나서는 모든 행위가 바로 ‘정치(政治)’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예외 없이 모두가 정치인의 한 사람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남녀 간, 세대 간의 자유로운 논의가 필요하고 빈부뿐 아니라 이념, 정당, 종교, 교육, 성별, 세대, 학력 등의 갈등을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토론과 새로운 정책마련이 필요한 때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통령 한 사람이나 정치인 몇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대통령을 뽑는 일은 우리 모두의 중대사이다.

대선은 누구의 문제나 탓으로 돌리고 말 것이 아니라 내가 나서서 개선하고 만들어 나가야할 나의 책임이라는 뜻이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나와는 무관하다는 태도는 바뀌지 않는 불평등과 불공정 사회를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되어도 현실적으로는 영화 <기생충>처럼 심각한 빈부격차 속에서 반 지하에 살고, 나를 비롯한 이웃들은 어쩔 수 없이 <오징어 게임>의 유혹에 팔려가고 마는 이상한 나라.

우리는 절대 그런 대한민국을 원하지 않는다. 한 손에 짱돌 대신 촛불을 들며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던가. 전 세계가 부러워한 민주주의의 이상(理想).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우리는 절대 잊으면 안 된다.

'30-50 클럽'은 인구 5천만 이상의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국가를 칭한다. 여기에는 총 7개국이 있는데 대한민국도 이 클럽에 속한다. 이 중 민주주의 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10년에 한 번씩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하는데 2019년 조사에서 대한민국은 30-50클럽 중 민주주의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잇는 나라가 영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대한민국을 제외한 나머지 여섯 나라는 과거에 식민지를 갖고 있었던 나라이다. 세계의 주요 국가들이 침탈의 역사 위에서 강대국으로 성장을 했다면 우리는 유일하게 제국주의의 과거가 없다.

한류문화의 우수한 매력이 세계인을 사로잡고,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 그러나 현실은 정말 그럴까?

한국의 자살률은 18년 째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노인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노인 빈곤률과도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청소년 자살률은 또 어떤가? 청소년이 불행하다는 것은 이 나라의 교육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구호기구 옥스팜에서 발표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서는 부끄럽게도 우리의 불평등지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한민국 상위 10%의 부와 하위 50%의 부는 무려 52배에 달한다. 펼쳐 말하면 상위 50%가 갖고 있는 전체 부가 94.4%인데 비해 하위 50%의 부는 불과 5.6%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의 현재를 가르는 잔혹한 부의 장벽은 이러한 불평등의 벽이고 또 다른 장애는 이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능력주의’에서 비롯된다.

지금 대한민국이 풀어야할 문제는 산적(山積)해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했듯 대한민국의 문제해결과 위기해결 능력은 국민과 정치가 마음을 모으는 순간 빛과 같은 속도로 나아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 개개인이 정치인이 되어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왕은 하늘이 낸다’는 뿌리 깊은 생각이 있다. 정치권에도 깊이 서려있는 군주제의 관념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대권(大權)에 도전 한다’고 하는 데에서 드러난다. 대권은 말 그대로 왕이 가졌던 큰 권력을 상징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주권자에게는 그리 유쾌한 표현은 아니다.

지난 2016년 탄핵정국 속에서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를 생각한다. '군주민수(君主民水)’는 《순자》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말로 왕을 배에, 백성을 물에 비유하는 말이다. 물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왕을 하늘이 낸다면, 그 하늘은 곧 국민이다.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희망과 가능성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리더를 선거를 통해 뽑는 일이다. 그 책임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고, 내가 곧 하늘, 신(神)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주권자로서, 그리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정책의 다양성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자세히 보아야한다.

기꺼이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는 자세는 우리를 더 이상 <기생충>의 나라, <오징어 게임>의 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할 것이다. 지금의 선거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차차 바꿔나가면 된다.

2022년 3월 9일은 국민이 주권을 위임받아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실행할 대표자를 선출하는 날이다. 부디 주권자 모두가 하늘이 되어 희망 대한민국호를 띄우기 위한 주권자의 마땅한 권리를 행사하기 바란다.

나 자신과 가족,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을 행사하자. 그 결과가 어떠하든 숨을 죽여 흐느끼며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라고 네 이름을 남몰래 쓰던 시대는 저 멀리 떠나 갔으니 분명히, 분명히 이 땅의 민주주의는 진화하고, 성장한다.

 

신은정 체인지TVㆍ브레인셀럽 책임 PD

SBS, KBS 시사교양국에서 10여 년 간 추적 사건과 사람들, 경찰24시, 병원24시,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