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영화, 드라마 등 한류가 범세계적으로 휩쓸어 세계가 한국문화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출판의 한류, K-출판도 가능할까.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는 《기획회의》 551호(2022. 1. 5.) 특집 “#K-컬처와 북로드”에서 K-출판의 가능성을 검토했다. 먼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밝힌 기획의도를 소개한다. 

"작년 연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끈 <지옥>의 원작 도서 판권이 미국, 일본 등 11개국에 수출되었다. 연상호와 최규석의 합작만화 《지옥》을 출간한 문학동네를 포함하여,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발판삼아 성장하는 국내 출판사들의 도서 수출 약진이 돋보인다. 2022년 새해를 맞이하여 《기획회의》 551호에서는 이채로운 매력으로 세계인들의 시선을 흡수 중인 K-콘텐츠 대세에 힘입어 동시대에 주목받는 한국 도서들을 살펴보고, 향후 국내 출판시장의 해외 판로를 조망하고자 한다."

"기획회의" 551호. [사진=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 551호. [사진=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특집에서 강양구 지식큐레이터·《기획회의》편집위원은 인트로 ‘K-컬처는 없다’에서 “K-출판이 세계로 나아갈 때의 일차 관문은 바로 한국 독자”라는 점을 지적한다. 강 편집위원은 “한국어로 쓰인 한국도서는 국내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취가 있어야 외국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며 “그동안 세계 시민의 마음을 뒤흔든 K-콘텐츠들은 지극히 한국적인 맥락에서 호소력 있는 소재와 주제를 다뤄왔다”고 그 이유를 든다. 그렇다면 K-출판의 성공 또한 지금 여기서 독자에게 호소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에 달려 있지 않을까, 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내 독자에게 호소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가영 《2022 콘텐츠가 전부다》 대표 저자는 “K-출판의 스토리텔링, 원작의 바다가 되어야 한다”에서 K-웹툰의 사례를 통해 K-출판이 나아갈 길을 제안한다. 그는 “어마어마한 젊은 작가들이 웹툰시장으로 몰리는 것”을 출판계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K-콘텐츠의 글로벌 마케팅은 OTT가 만들어가는데 OTT가 선호하는 글을 쓰는 젊은 작가들이 소설 판이 아닌 웹툰 판에서 데뷔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입봉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고 조회 수로 일컬어지는 독자들의 빠른 피드백이 있으며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논벌이가 된다. 이 때문에 ‘스토리텔링’에 대한 꿈을 가진 젊은 작가들이 밥법이를 고민하며 K-웹툰 판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노가영 저자는 “지금 한국의 출판산업에 필요한 것은 과감한 장르를 개척해가는 반짝이는 젊은 작가들이 대거 유입되어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들의 작품들이 인기를 얻어 190개국, 2억 명의 시청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OTT 오리지널로 재생산되면서 K-소설의 진가를 알려야 한다”면서 원천 콘텐츠를 가진 출판사와 작가에게 웹툰과 웹소설,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확장해가는 사업적 판매 권리가 있음은 분명히 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출판산업은 ‘왜 우리 독자들이 자투리 시간에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이 아니라 <오징어 게임>을 보지?’같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객의 시간은 어느 누구나 파고들 수 있다. ‘책이 어떻게 사람들의 시간을 파고 들어야 하는가’하는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노 작가는 새로운 젊은 작가들이 출판시장으로 들어오도록 콘텐츠 마케팅, 작가들의 커리어 관리 시스템과 인세 등 생태계 차원의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최근 베스트셀러 작가 김초엽 작가 사례를 소개하며 지금 출판산업은 콘텐츠의 2차 생산에 눈을 부릅뜨고 달려드는 K-크리에이터들이 탐내는 제2의 김초엽이 대거 유입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융합의 시대를 이해하고 영상 프로덕션, IT 플랫폼들과 협업하며 원천 콘텐츠 영업을 할 수 있는 (책을 사랑하는) 전략가들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바야흐로 콘텐츠 산업은 융합과 무경계의 끝에 도달해있으며, 이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다. 여기에 K-크리에이터들의 기획력과 스토리텔링은 세계시장에서 검증받았고 K-콘텐츠 르네상스는 더욱 타오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기운에서 대한민국 스토리텔링의 시작이자 근간인 한국의 출판도서가 ‘원작의 바다’에서 의미 있는 형님 역할을 하기 바란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한국 출판저작권 수출의 추이’에서 출판저작권 수출면에서 K-출판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백원근 대표는 먼저 “국력 신장 및 한류 붐과 맥을 함께하는 한국출판의 저작권 수출은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했다. 언어권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놀랄 만한 변화상이다”고 급증하는 한국 출판저작권 수출을 경이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과 확고한 외수시장의 구축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며 무엇보다 출판저작권 수출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정책적인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정책 개발과 다양한 정보 이용 주체들의 활용을 위해 도서의 저작권 수출정보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K-콘텐츠의 상징 중 하나가 된 웹툰과 웹소설의 해외 수출 현황에 대한 집계를 정비하는 등 기초조사와 기반 조성으로 새로운 도약을 도모해야 할 시기”라고 보고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의 매력적인 출판 콘텐츠의 개발과 국내시장에서의 독자 호응도부터 만드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조언했다.

류영호 교보문고 DT추진실 부장은 “완제품이라는 책의 가치와 수출의 의미”에서 번역 판권 판매 방식이 아닌 하나의 완제품 형태로 책을 수출하는 사례를 통해 K-출판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류 부장은 “세계적인 한류 흐름에 따라 한국도서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출간 지원 및 활발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면서 “우선 국내 출판시장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우수한 번역 전문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언어, 문화, 문학, 철학 등 차별화 요소가 많은 콘텐츠를 직접 주요 언어별로 번역하고 수출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기관의 지속적인 정책 지원과 출판계의 적극적인 협력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는 “‘저작권 에이전트’라는 세계”에서 저작권 수출 중개 측면에서 K-출판의 가능성을 소개했다. 그는 저작권 수출 중개에 ‘푸시’에서 더 나아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저작권 중개 현장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작가와 출판사 간의 2차 저작권 문제, 아시아 시장과 영미 유럽시장 간의 불균형, 커미션 및 수수료 문제를 둘러싼 갈등, 인력 부족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