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 호랑이띠 해를 맞아 호랑이 관련 전시가 열린다. 새해에 자녀들과 함께 우리 문화와 역사, 민속을 배울 좋은 기회이다.

먼저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2021년 12월 22일(수)부터 2022년 3월 1일(화)까지 기획전시실2에서 특별전 <호랑이 나라>를 개최한다. 이 특별전은 맹호도(猛虎圖) 등 유물과 영상 70여 점을 통해 호랑이에 관한 상징과 문화상을 조명하여 오랫동안 우리의 삶과 함께하며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 동물로 자리잡은 호랑이에 얽힌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21년 12월 22일(수)부터 2022년 3월 1일(화)까지 기획전시실2에서 특별전 '호랑이 나라'를 개최한다. [포스터=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은 2021년 12월 22일(수)부터 2022년 3월 1일(화)까지 기획전시실2에서 특별전 '호랑이 나라'를 개최한다. [포스터=국립민속박물관]

전시는 프롤로그 호랑이의 생태와 습성, 1부 십이지와 호랑이띠 2부 호랑이 상징과 문화상, 3부 호랑이의 현대적 전승으로 구성하였다.

십이지로 보면 호랑이는 십이지의 세 번째 동물로, 육십갑자(六十甲子)에서 병인(丙寅), 무인(戊寅), 경인(庚寅), 임인(壬寅), 갑인(甲寅)의 순으로 나타난다. 공간적으로 호랑이는 인방(寅方)이라 하여 동북동(東北東)에 해당하고, 시간적으로는 인월(寅月)과 인시(寅時)라 하여 음력 정월(正月), 오전 3시부터 5시까지의 때를 나타낸다.

우리나라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해에 해당하는 동물을 띠동물로 삼고, 이를 토대로 성향을 따지거나, 궁합을 본다. 또 한 해의 운수나 일생의 운명을 점치기도 한다. 호랑이띠는 용감하고 진취적이며 솔직한 성향으로, 말띠와 개띠와는 궁합이 매우 좋고, 소띠와 원숭이띠와는 상극(相剋)을 이룬다는 속신(俗信)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호랑이나라' 특별전. [사진=김경아 기자]
국립민속박물관 '호랑이나라' 특별전. [사진=김경아 기자]

 호랑이는 조선시대만 해도 매우 많았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서 700건 이상의 호랑이 관련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호랑이와 관련해 《한국구비문학대계》에서는 1,000건 이상의 설화가 있다. 기록과 구술로 대표되는 두 문헌에 나타난 방대한 호랑이 흔적은 오랫동안 호랑이가 우리의 삶과 함께했다는 증거이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평양감영에 착호군(捉虎軍) 5000명을 두었다.

약 120년 전에 출간한 여행기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rs)》(1897)에서 저자 비숍(Isabella Bird Bishop, 1831~1904)은 “조선 사람들은 반 년 동안 호랑이 사냥을 하고, 나머지 반 년 동안은 호랑이가 조선 사람을 사냥한다”고 하며, 조선에는 호랑이가 많이 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호랑이는 우리 문화에서 매우 신령스런 존재였다. 《후한서》 동이열전(東夷列傳)에는 동예에서 호랑이를 신으로 삼고 제사를 지낸(又祠虎以爲神) 기록이 있고,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호랑이를 산군(山君)이라 부르며 무당이 진산(鎭山)에 도당제를 올린 기록이 있다. 이를 보면 호랑이는 우리 땅에서 산신(山神), 산군, 산신령(山神靈) 등으로 불리며 신으로 섬겼던 것을 알 수 있다.

흉배. 조선시대 무관의 계급을 나타내기 위해 관복의 앞뒤에 붙인 표식이다. 보통 무관은 호랑이를 문관은 학을 수놓은 흉배를 달았다.  [사진=김경아 기자]
흉배. 조선시대 무관의 계급을 나타내기 위해 관복의 앞뒤에 붙인 표식이다. 보통 무관은 호랑이를 문관은 학을 수놓은 흉배를 달았다. [사진=김경아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은산별신제(恩山別神祭)에서 썼던 산신도(山神圖)’를 비롯해 초창기 민속학자 석남 송석하(宋錫夏, 1904~1948)가 수집한 ‘산신도·산신당(山神堂) 흑백 사진’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산신으로 섬겨온 호랑이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그림이나 부적 등에 새겨져 나쁜 기운, 즉 액을 막는 벽사의 수단으로 쓰였다. 새해 첫날 호랑이 그림을 그려 붙이는 세화(歲畫), 단오에 쑥으로 호랑이 형상을 만드는 애호(艾虎) 등은 모두 호랑이의 용맹함에 기대어 액을 물리치고자 했던 조상들의 풍속이었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서 세화와 애호의 풍속을 확인할 수 있고, 더불어 삼재를 막기 위해 만든 ‘삼재부적판(三災符籍板)’, ‘작호도(鵲虎圖)’ 등을 통해 호랑이의 용맹함에 기대어 액을 막고자 했던 조상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동해안 지역에서 지내는 ‘범굿’은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호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포항의 ‘강사리 범굿’을 들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굿’ 시리즈로 유명한 사진작가 김수남(金秀男, 1949~2006)이 1981년에 촬영한 강사리 범굿의 사진을 슬라이드 쇼 형태로 소개한다.

국립민속박물관 '호랑이 나라' 전시 장면. [사진=김경아 기자]
국립민속박물관 '호랑이 나라' 전시 장면. [사진=김경아 기자]

88서울올림픽, 평창동계올림픽 등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국제적 스포츠 행사에서 호랑이는 대회 마스코트로 활용되었고, 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리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유니폼에는 호랑이가 엠블럼 형태로 부착되어 우리나라를 상징하고 있다.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모두 이번 전시에 선보이며, ‘2002년 한일 월드컵 기념 축구공’, ‘남아공 월드컵 기념 티셔츠’ 등을 통해 여전히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로 위상을 떨치는 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넥슨코리아와 협업해 현대 게임 산업에서도 호랑이가 활용되는 사례를 소개하는 동시에 모바일 게임 ‘바람의나라: 연’에서는 ‘은혜 갚은 호랑이’ 설화의 줄거리를 차용해 만든 인게임 이벤트를 진행하고, 전시실 내에서는 ‘호건’ 등 전시 유물을 활용해 만든 강력한 게임 아이템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서화실(202-2호·202-3호)에서 ‘2022년 임인년 맞이 호랑이 그림Ⅰ’ 전시회를 12월 29일부터 내년 5월 1일까지 개최한다. [포스터=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서화실(202-2호·202-3호)에서 ‘2022년 임인년 맞이 호랑이 그림Ⅰ’ 전시회를 12월 29일부터 내년 5월 1일까지 개최한다. [포스터=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서화실(202-2호·202-3호)에서 ‘2022년 임인년 맞이 호랑이 그림Ⅰ’ 전시회를 12월 29일부터 2022년 5월 1일까지 개최한다.

전시품은 ‘용호도’, ‘산신도’, ‘호작도’ 등 15건 18점을 볼 수 있다. ‘용호도’는 깊은 산 속에서 으르렁대는 호랑이들과 구름 속에서 여의주를 희롱하고 있는 청룡의 모습을 그렸다. 호랑이들의 성난 얼굴과 선명한 무늬 표현은 팽팽한 긴장감을 잘 드러내며, 어두운 구름 사이로 보이는 청룡의 다채로운 자태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산신도’에는 붉은 옷을 입은 한 산신의 옆에 커다란 호랑이가 엎드려 있다. 호랑이는 눈자위가 새빨갛고 눈동자는 또렷해 매우 무섭게 느껴진다. 반면 뾰족한 이빨과 날선 발톱이 보이지 않는데 이는 산신의 힘에 복종한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2022년 임인년 맞이 호랑이 그림Ⅰ’ 전시. [포스터=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2022년 임인년 맞이 호랑이 그림Ⅰ’ 전시. [포스터=국립중앙박물관]

 

‘호작도’ 호랑이와 까치 그림은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고 여겨 민간에서 유행하였다. 이번에 선보이는 호작도의 호랑이는 새빨간 입술과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지만,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임인년 호랑이해에 호랑이의 용맹한 기운을 받아 우리 모두 힘을 내서 코로나19를 이겨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