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검색 엔진을 장악하고 전 세계 스마트폰 80%를 점유한 안드로이드 OS와 유튜브를 통한 영상까지. ‘검색’하면 떠오르는 기업 구글에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내면검색’이다. ‘내면검색 프로그램(Search Inside Yourself)’은 구글 엔지니어이자 명상가인 차드 멍 탄이 2007년 내놓은 구글판 명상프로그램.

장래혁 교수(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장래혁 교수(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2013년에 차드 멍 탄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때 필자는 <브레인> 편집장으로 직접 만났다. 인터뷰 첫 질문으로 내가 준비한 것을 오히려 차드 멍 탄이 질문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는 명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종교적 수행이나 건강법으로만 생각하나요?”

그가 질문한 이유가 구글에 명상을 처음 도입할 때 직원들의 인식도 크게 다를 바 없어 이것을 어떻게 깨뜨릴까 고민했다는 것이었다. 프로그램 명칭을 ‘내면검색’이라고 붙인 것도, 개발과정에 뇌과학자, CEO를 비롯해 감성지능(EQ) 창시자 다니엘 골먼 교수가 참여한 이유이다. 실제 구글 내면검색프로그램은 단순한 스트레스관리를 넘어 정서지능 계발과 리더십 향상을 중점으로 추구한다.

‘명상(meditation)’을 대부분 종교적 수행법이나 건강관리 차원에서 인식하는 동아시아와 달리 서구에서의 활용범위는 점차 역량계발 차원으로 확산하고 있다. 구글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이 즐비한 실리콘밸리의 유명 컨퍼런스 ‘위즈덤 2.0’ 단골 소재 역시 ‘명상’이다. 스티브 잡스가 유년 시절부터 명상을 접하고 생활화하며, 애플의 혁신적 사고와 제품을 탄생시키는 데 커다란 기여한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혁신적이고 숨 가쁘게 빠른 디지털 시대와는 반대로 느리고 내면의 성찰을 통해 영감과 통찰을 얻는 명상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은 창의성의 열쇠가 밖이 아닌 내면에 있음을 반증한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동아시아 명상의 적극적인 활용 이면에는 서구가 주도한 과학적 접근과 연구 성과가 큰 몫을 차지하한다.

미국에서는 1993년 국립보건원(NIH) 산하 대체의학연구소(OAM)가 명상 연구에 공식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해졌고, 매년 1천여 편의 명상 관련 논문이 학술지에 발표되고 있다.

초월명상, 마음챙김명상 등 서구에서는 동아시아 명상 연구가 대중화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에서의 연구는 늦었다. 한국식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1990년 한국인체과학연구원(현 한국뇌과학연구원) 설립을 계기로 본격화하였다.

뒤이어, 2017년 대한명상의학회가 출범하고, 2018년 KAIST 명상과학연구소가 개소되는 등 국내 의학계, 과학계의 동양 명상 연구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기제의 총사령탑인 ‘뇌’에 관한 연구는 과학자와 의학자의 역할이지만, 누구나가 가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은 모두가 누려야 할 자산이라는 사실이다.

신라의 화랑, 고구려의 조의선인 등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몸과 마음, '심신(心身)'을 함께 단련했던 생활문화를 가진 나라였다. 반만년 정신문화적 자산을 소중하게 지켜내고 더는 신비주의나 과학적 대상만으로 치부해서도 안 될 것이다.

서구에서는 대부분의 심신수련을 통칭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요가’이다. 실제 요가는 인도가 정신문화의 대국으로 인식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1960년대 히피들의 여행은 인도의 아쉬람이 최종 목적지였고, 비틀즈가 1968년 초월명상의 개발자인 마하리시 마헤시를 만나러 인도를 방문한 것이 인도의 정신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증대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한 요가의 나라 인도 대학생들이 한국의 K-명상 과목을 수강한다면 어떠한 느낌일까?

작년 12월, 인도 동남부 첸나이에 있는 사립공과대학인 인도힌두스탄공과대학(HITS)과 필자가 교수로 있는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간 국제교류협약이 체결되었다. 작년 이 협약은 정부가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K드라마와 K팝 등 대중문화를 넘어 지속 가능한 한류를 모색하는 시점에, 인도의 유명 공과대학에 학점교류로 이루어진 사례라 교육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도 힌두스탄 공과대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은 개발 당시부터 K-명상의 해외 대학 수출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서구 명상 산업에 대한 시장 조사와 요가를 비롯해 다양한 동아시아 명상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반영했고, 그렇게 만든 제목이 바로 ‘뇌교육 명상: 스트레스관리 및 자기역량강화(Brain Education Meditation: Stress Management and Self-Empowerment)’.

명상이 갖는 건강법 차원을 넘어 뇌과학 기반의 과학적, 의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式 명상의 강점을 반영한 결과이다. 신입생이 대부분인 인도 대학생들은 동작, 호흡, 의식 3요소를 바탕으로 ‘에너지(Energy)’를 중시하는 뇌체조 훈련과 에너지명상법인 ‘지감(止感)’ 훈련을 특히 좋아한다.

인간 뇌의 창조성이 만들어낸 과학기술을 통한 인류 문명의 발전은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지만, 보이는 것을 향한 인류의 열망이 가속화될수록 보이지 않는 가치에 새롭게 눈을 뜨게 만든다.

바야흐로 명상이 심신안정 및 스트레스관리 차원을 넘어,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IT기업을 중심으로 정서지능 향상, 리더십 증진, 창의성 계발 등 인간 고유역량을 깨우는 새로운 인적자원 계발법으로 확산하는 시점이다.

글.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브레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