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와~ 잘한다. 하하하~”

지난 12월 10일 온라인으로 열린 ‘파워브레인 페스티벌’에서 우리 반 아이들은 열심히 박수도 치고 깔깔깔 웃기도 했다. 전국의 교실에서 자아선언 대회, 웃음대회에 출전한 동생들과 또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마냥 들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잔치였던 파워브레인 페스티벌은 참여한 모든 학급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어주었다. 가슴 벅찬 이날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파워브레인 페스티벌은 한 해 동안 ‘좋은 습관 만들기 뇌교육 프로젝트’를 실천해온 선생님들의 동아리 모임에서 주최하고 전국홍익교원연합이 주관하는 도전 한마당 잔치이다. 줌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서울과 남원, 인천, 부천, 제주도 등 전국 10여 개의 학급이 함께 실시간으로 서로의 도전을 응원하고 축하한다.

행사의 첫 번째 여는 마당으로, 1년 동안 각 학급에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반별 사진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함께 보았다. 학교별로 소개될 때 그동안 우리가 해온 신체활동, 도전 활동이 우리 반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이렇게 같이 해오고 있다는 걸 아이들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대회 마당으로 자아선언 대회와 웃음대회가 이어졌다. 진지하게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등을 선언하는 친구들을 영상으로 지켜보았다. 동생들인데도 당당하게 외치는 모습에 우리 반 아이들은 진심으로 박수를 막 쳐주었다. 영상만으로도 외치는 사람의 진심이 전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웃음대회 영상을 보는데 누가 정말 밝고 환하게 웃는지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같이 웃음이 나고 가슴이 시원해지면 ’진짜다‘라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웃음 에너지는 정말 강력하게 공명된다.

HSP-GYM 나무자세를 하는 학생들 모습. [사진=본인 제공]
HSP-GYM 나무자세를 하는 학생들 모습. 나무자세는 눈을 감은 채 한발을 들고 균형을 잡는 기공자세. [사진=본인 제공]

다음 순서는 반별 도전 활동이었다. 우리 반은 그동안 연습한 HSP-Gym 대회를 열었고, 한 모둠씩 앞에 나와 1분 도전을 했다. 몇 달 전부터 우리 반 아이들은 이 날을 위해 HSP-Gym 나무자세를 연습하여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려왔다. 도전하는 아이들의 진지한 얼굴, 다른 때는 비틀거리던 아이들이 놀랍게 안정적인 자세로 버티는 모습, 친구들의 집중을 위해 숨죽이며 응원하는 아이들의 모습, 모든 것이 한 컷 한 컷 멋진 장면들로 기억에 남는다. 1분 버티기에 성공하느냐 아니냐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이 순간 공간의 거리를 뛰어넘어 우리가 함께 도전하고 있다는 생생한 느낌이 교실을 꽉 채웠다. 이때 온라인 화면에서 어떤 반은 스쿼트, 어떤 반은 푸시 업을 하며 함께 도전하고 있었다.

마지막 순서는 참여한 학급 모두가 함께 하는 한계도전 활동이었다. 반별로 전체가 2개의 큰 원을 이루어 기마자세를 하고 양팔을 벌려 다른 친구들과 손바닥 사이에 종이컵을 끼운 채 ’아름다운 나라‘ 한 곡의 노래가 다 끝날 때까지 함께 버티는 것이다. “에이, 이쯤이야.”하던 우리 반 아이들은 노래가 중간쯤 지나자, 힘든 표정이 역력했다. 힘들다는 말이 들릴 때마다, 노래가 언제 끝나느냐는 아이가 있을 때마다,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끝까지 한다.”를 같이 외치도록 했다. 점점 몸은 뜨거워졌고, “이 땅 위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아니냐.”라는 가사에서 가슴은 뭉클해졌다. 아이들과 지내온 시간들이 스쳐가며, 한 명 한 명 기운차게 성장해 자신과 주위를 밝히는 사람이 되기를 마음을 모아 기도했다.

이번 대회에 우리 반 아이들 중에서 2명이 자아선언 대회에 참여했다. 스스로 하겠다고 해서 연습하고 영상을 찍었다. 한 아이는 집중력에 문제가 있고, 화를 조절하지 못해서 학습에도, 친구 관계에도 어려움이 많은 아이다. 다른 한 아이는 아이답지 않게 우울하고 비관적인 생각이 많아 학기 초부터 상담할 때 현실에 대한 불만, 자기만의 고민을 오랜 시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 두 사람이 도전을 했다는 것이 나에게는 놀랍고, 특별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모두의 안에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걸 다시 확인한 느낌이다.

가르치는 일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 일이다. 잘못을 하고도 자꾸 변명하고 남 탓으로 문제를 회피하는 아이들에게 “사실은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구나.”라고 말해주려면 우리 안에 누구나 밝은 마음이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 믿음이 문제행동을 반복하는 아이들을 기다려줄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진심으로 “너도 할 수 있다”라고 말해주려면 모든 사람 안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그래야 눈에 보이는 아이들의 능력과 현실의 장애를 넘어 가능성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북돋워 줄 수 있다. 파워브레인 페스티벌을 마치고 돌아보니, 올 한해도 역시 나에게는 이런 믿음을 쌓아가는 도전의 한 해였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나는 함께 성장해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

 

김진희 서울온곡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