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3년가량의 기간에 걸쳐 작업을 해왔는데, 그 시간만큼 시선이 변화하는 부분들이 생겼다. 내면을 향하던 시선이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외부로 방향을 옮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다. 주변 지인들을 만나 한 사람씩 자신들의 진솔한 내면의 이야기를 듣고 그로부터 얻은 영감을 이미지화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를 담을 그릇이 필요했고 그것을 전통회화의 속성에서, ‘당신의 안녕’을 비는 행위로 찾은 것이다. 이와 연관된 가장 강한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가족을 위해 헌신한 나의 어머니의 손으로 연결되었다.”

아트노이드178에서 11월 30일부터 개인전 “푸른 소요”을 열고 있는 송지인 작가는 이번 전시의 주요 모티프로 손을 사용한 것을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 전시 <Wonder Nature>(2005), <화동도원 花童徒圓>(2008)에서 작가는 설화적 상상력으로 동물과 식물, 아이의 몸을 자유롭게 결합하였다.

푸른 소요, 2021, ceramic, 가변설치. [사진=아트노이드178]
푸른 소요, 2021, ceramic, 가변설치. [사진=아트노이드178]

이번 전시는 전시 제목이기도 한 작품 <푸른 소요>는 손을 중심 모티브로 삼은 스물아홉 점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들 사이를 거니는 동안 마치 양손 사이에서 희로애락을 겪는 오욕칠정의 생명체들이 이제 막 빚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끈에 묶이거나 창에 찔린 손 앞에서는 내면 깊이 가라앉은 죄의식이나 영혼의 상처, 혹은 감각적 통증 등이 직접 떠오르기도 한다. 어머니의 손이라면 서로 마주 보는 두 손은 보호하고 기운을 주는 모습이다.

그는 인체에서 어떤 것을 발견하고 작업에 활용할까.

“인간에게 인간의 신체는 직관적이다. 이미 인간은 자신의 몸으로 평생을 살아오고 그를 통한 학습으로 세계를 인식하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감정을 대입하고 몰입하며, 감각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속성 때문에 신체를 변형하고 비틂을 통해 낯설게 만들었을 때 우리에게 더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각자가 내면화한 특정 프로토타입에 균열을 주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 흥미롭게 느껴왔기에 지속적으로 인체를 표현하게 되는 것 같다.”

푸른 소요, 2021, ceramic, 가변설치. [사진=아트노이드178]
푸른 소요, 2021, ceramic, 가변설치. [사진=아트노이드178]

또한 송 작가는 “전시작은 전시를 구상하며 작업한 작품이 아니라, 순간의 생각을 잡아 두기 위해 시작된 작업이었고 전시는 이후에 확정되었다. 그래서 작품 제작 기간의 간격이 길고 표현방식도 통일되지 않아 보이는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모두 세라믹으로 제작했다는 점이다. 송지인 작가는 최근에는 합성수지를 많이 사용했었다. 어떤 점에 이끌려 이번 작품을 모두 세라믹으로 했을까?

Somewhere, 2021, ceramic, 가변설치. [사진=아트노이드178]
Somewhere, 2021, ceramic, 가변설치. [사진=아트노이드178]

 

“본래부터 흙이라는 소재를 좋아하여 모델링을 많이 하는 편이었고 또 개인적으로 도자기로 유명한 지역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세라믹을 접할 기회가 생기기도 했기에 세라믹을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실험해 보기 시작했다. 흙 본연이 가진 물성과 소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우연의 효과 등이 표현에 제약을 주기에 어려운 지점은 있었지만 그것을 감내하고 표현해 볼 만큼 흙은 매력적인 재료라고 생각한다.”

전시 제목 <푸른 소요>를 ‘푸르게 거닐다’, ‘젊음을 거닐다’라는 의미가 떠오른 것은 작품이 주는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유영, 혼합재료, 110×80×200cm. 2021. [사진=아트노이드178]
유영, 혼합재료, 110×80×200cm. 2021. [사진=아트노이드178]

송지인 작가는 “‘푸른’이라는 단어와 연관 지어 ‘청춘’이라는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떠올리고, 그 시간을 살아내는 각자가 갖은 몸살을 하며 그 시절을 지나는 모습을 떠올렸다.”며 “‘푸른’이 품고 있는 심상을 깊은 우울, 드넓은 창공과 같은 욕망, 혹은 가장 높은 온도로 자신을 소진하는 푸른 불꽃이라 보고 우리는, 혹은 나는 그처럼 깊이 빠져들고, 가라앉고, 방황하고, 욕망하며, 소진하는 삶을 담담히 걷고 있다고 느꼈다.

이번 전시는 그런 고민의 순간들, 감정의 순간들을 잡아 기록해 두는 데 의미를 두었다.”고 설명한다.

사이, ceramic, 165×55×150cm. 2021. [사진=아트노이드178]
사이, ceramic, 165×55×150cm. 2021. [사진=아트노이드178]

아트노이드178 아티스트 리부트 프로젝트로 개최하는 송지인 작가의 이번 전시는 12월 21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12시-18시, 월요일 휴관). 아트노이드178(서울시 성북구 삼선교로6길 8-5) 아티스트 리부트 프로젝트는 기존 방식에서 새로운 작업 방향을 탐색하는 작가들과 적극적으로 함께 한다는 취지를 담은 아트노이드178의 고유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