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고전(古典)’. 하지만 실제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읽은 사람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게 고전이다. 이 고전을 어렵게 않게 읽는 방법이 없을까? 《학교도서관저널》2021년 12월호(통권 119호)가 특집 ‘고전하지 않고 고전 읽는 법’에서 그 비결을 공개했다.

이번 특집은 여전히 고전 읽기가 유효한 까닭은 물론 웹툰 혹은 젠더 관점으로 명작을 읽는 방법을 소개한다. 나아가 어린이, 청소년과 고전 완독의 맛을 나눈 사서 선생님들의 노하우를 공개한다. 덤으로 읽을만한 고전을 추천한다.

'학교도서관저널' 2021년 12월호(통권 119호)가  ‘고전하지 않고 고전 읽는 법’을 특집으로 마련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학교도서관저널' 2021년 12월호(통권 119호)가 ‘고전하지 않고 고전 읽는 법’을 특집으로 마련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먼저 류대성 작가는 “자기 삶의 주인 되기 : 고전 읽을 권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비판적 안목을 갖춘 창의적 혁신가에게는 오히려 고전이 필요하다. 현실은 고전의 재해석이며, 인간의 삶은 여전히 고전적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그에게 고전은 “긴 호흡으로 인간과 세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삶의 도구”이다. 그는 “고전은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막스 베버의《직업으로서의 정치》를 거론한다. 막스 베버는 이 책에서 정치인의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꼽았다. 떠오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류대성 작가는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정치와 현실을 돌아보며 감상적, 비이성적 태도에서 벗어나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의 면면을 객관적으로 살펴보자”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고전을 깊고 넓게 읽는 방법”으로 2차 저작물 읽기, 발췌독, 확장 독서, 함께 읽기, 독서모임, 다시 읽기 등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특히 그는 교육 현장에서 고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고, 지식을 현실에 적용하는 연습이 요구된다. 비판적 관점으로 확산적 사고를 유발하는 질문과 토론, 현재의 관점으로 고전을 재해석하는 수업, 현실적인 문제를 고전에 적용하는 연습을 통해 학교도서관과 학교는 고전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전진 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 수업과 고전을 연계하고 업무에서 고전을 활용하는 일시적인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고전의 활용은 독서가 아니라 일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류대성 작가는 “적어도 변화를 꿈꾸는 나,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고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도구”라고 거듭 강조한다.

키두니스트 작가는 “고전이라는 장벽, 가볍게 넘나들기”라는 글에서 자신이 경험한 ‘읽기 전에 몰랐던 고전의 재미’를 먼저 소개하고 “오늘날 고전으로 기억되는 책들은 보석 같은 덕목을 지님으로써 살아남았다”며 그만의 고전 읽기를 ‘취향을 발견하는 고전 여행을 위한 레시피’를 제안한다.

키두니스트의 레시피는 첫째, 좌우지간 일단 펼쳐보자, 둘째,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자, 셋째, 시차를 두고 반복해서 읽자, 넷째, 여행과 접목하자이다.

정수임 작가(국어교사)는 “세계 명작, 젠더의 눈으로 새롭게 읽다”에서 ‘그땐 그랬으나 지금은 다르게 읽어야 할 때’임을 지적한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던 이야기나 고전으로 ‘쉴드’를 친 이야기에서 성별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차별과 편견의 폭이 좀처럼 줄지 않는 까닭은 ‘왜’라는 질문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고 정수임 작가는 말한다. 젠더의 관점으로 글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질문을 만들어 보는 일이다.

“어려운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혹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을 곱씹다 보면 자연스럽게 젠더를 포함한 다양한 질문이 생긴다. 바로 이런 질문을 품어 보는 일이 고전을 다르게 읽는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그리고 스스로 질문에 답을 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시대를 이해하고 달라져야 할 것들을 찾을 수 있다. ‘그땐 그랬으니, 그런 시대'였다는 설명 대신 '그랬지만 지금은 달라져야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관성에 따라 살아온 삶이 문제를 발견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계속 시도해 보면 점점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고 정 작가가 젠더의 관점만으로 고전을 읽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글에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니 젠더의 관점으로만 읽을 수도 지도할 수도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것인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에 용기를 북돋아 주고 스스로 그런 시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용기 있는 시선들이 전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전에 없던 새로운 생각들이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구혜진 전남 매안초등학교 사서교사는 “어린이들과 고전 읽기로 돈독해지려면”에서 동아리로 이끈 독서활동을 소개한다. 구혜진 교사는 ‘전남 사서교사 고전 읽기 모임’을 통해 배우며 깨달았던 것들이 어린이와 함께하는 인문고전 필사 동아리를 꾸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꾸리게 된 인문고전 필사 동아리의 운영 과정을 소개했다.

그가 소개하는 인문고전 필사 동아리 운영 과정은 첫째, 고전 필사책 선정하기, 둘째, 인문고전 필사 동아리 이름 정하기, 셋째, 홍보는 교내 메신저로, 넷째, 필사 점검은 패들렛!, 다섯째, ‘숙제’라는 부담보다 ‘함께’읽기에 방점을로 되어 있다.

박민주 의정부여고 사서교사는 “MZ세대를 위한 사서샘의 고전 읽기 프로그램”에서 스마트폰과 함께 생활하는 MZ세대인 포노 사피엔스를 위한 고전읽기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3주간 운영한 전자책 플랫폼을 활용한 고전 서평 쓰기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서평에서 고전 속 서사와 닮아 있는 세상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불안과 공포를 극복해나갈 지혜와 방법을 찾아내었다고 전한다. 더 나아가 삶의 가치와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자신을 향한 질문들을 쏟아 내었다.

박민주 사서교사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1018고전학당‘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영미 고전 작품을 활용한 독서ㆍ논문 통합수업을 진행하였다.

그는 “우리 아이들과 진행한 고전 읽기 프로그램은 거창한 도전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검증된 고전이라는 탄탄한 기록의 유산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말한다.

윤소영 서울중앙고 사서교사는 “’완독의 맛‘을 나누는 고전수업 노하우”에서 7년째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전 읽기와 글쓰기‘에서 얻은 고전수업 비결을 공유한다. ’책 선정‘ ’읽기‘ ’주제 정하기와 개요 쓰기‘ ’발제‘ ’글쓰기‘ ’책 만들기‘, 그리고 ’고전 수업의 작은 난관들‘을 극복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영주 서울구산초 사서교사는 “옛날 옛날부터 날이면 날마다 재미난 이야기”에서는 아동문학으로 재미있는 옛이야기와 옛이야기를 모티프로 변용한 창작 동화 11권을 소개한다. 박균호 작가는 “순식간에 완독할지도 몰라 꿀잼 고전소설 12선”을 소개한다.

이 특집을 읽는다면 고전하지 않고 고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