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간행 시기(1910년 이전)와 문자, 판본, 장정, 내용 등을 기준으로 구분하여 관리하는 고문헌의 범위를 1910년에서 1945년으로 확대하고 고문헌의 범주 내에서 판본, 종이, 장정 등의 설정 기준을 적용한 근대문헌의 구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서혜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고문헌의 성격과 범주에 대한 새로운 접근”(집필자 옥영정, 이혜은, 유춘동, 김효경)을 주제로 11월 30일 『국립중앙도서관 이슈페이퍼』 제7호를 발간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고문헌의 성격과 범주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주제로 11월 30일 『국립중앙도서관 이슈페이퍼』 제7호를 발간했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은 “고문헌의 성격과 범주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주제로 11월 30일 『국립중앙도서관 이슈페이퍼』 제7호를 발간했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우리의 역사와 정신이 담긴 문화유산이자 중요한 자산인 고문헌은 일반적으로 시기기준을 1910년 이전에 간행된 자료로 해왔고 한국목록규칙에도 규정되어 있어 많은 고문헌 고장기관이를 이를 기준으로 관리한다.

국립중앙도서관 등 고서 약 230만 책을 소장한 여러 기관(민간 소장처 제외)에서는 국내 고문헌의 기준을 1910년 이전에 발행한 자료로 일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슈페이퍼에서 연구자들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운영하는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에 수록된 47만 5천여 건의 서지데이터 분석 결과, 1911년 이후 간행된 고문헌이 전체의 약 24%를 차지하여 고문헌 기준연도가 재검토되어야 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1910년 이후 간행된 자료도 고문헌으로 인식하여 관리되고 있는 것은 각 소장기관이 기준연도 이후 자료라 할지라도 중요도를 고려하여 고문헌으로 분류, 특별관리한 결과로 판단된다”며 “이렇듯 기준이 모호한 경우 통계의 신뢰도가 훼손되고 나아가 귀중한 자료가 고문헌 관리의 영역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1911년~1999년 발행된 고문헌의 대부분이 1911~1945에 발행된 점도 1945년으로 발행연도를 확대해야 할 근거로 들었다.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에 등록된 1911년 이후 1999년까지 발행된 113,745건으로 이 가운데 1911~1945년 고문헌은 54,594건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한다. 그런데 약 44%를 차지하는 1961~1999년까지의 고문헌이 대부분 영인본 또는 1960년 이후 신식인쇄본이어서 사실상 고문헌의 범주에서 제외해야 할 것들이어서 1911~1945년에 발행된 고문헌이 1911~1999년 발행된 고문헌의 85%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연구자들은 “이는 현재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에 등록된 고문헌 상당수가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것임을 확인해주는 것”이라며 “1910년을 원칙으로 정한 발행연도의 기준을 1910년이 아니라 최소한 1945년으로 확대해야 할 근거”라고 말했다.

또 연구자들은 전통 방식의 목활자인쇄가 증가하고 그 양상이 지속된 점도 고문헌 발행연도의 기준을 확대해야 할 근거로 들었다.

1911년 이후 발행된 고문헌의 판종별 서지 건수를 보면 신연활자본과 석인본이 전체의 32%를 차지하지만 주목되는 것은 이 시기에도 족보와 문집을 출판하기 위해 전통적인 인쇄방식인 목판본과 목활자본의 비중이 14%나 된다는 것이다. 판본을 표기하지 않아 적용하지 않은 약 39,112건을 제외하면 약 21.6%가 되며, 영인본과 기타, 미상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약 28%가 된다.

이는 신식인쇄술이 활성화되었던 시기에도 전통 방식의 인쇄 또한 상당 부분 유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1911년 이후에도 전통 방식의 목활자인쇄가 증가하고 그 양상이 1940년대까지 이어지는 사실은 고문헌 발행연도의 기준을 최소한 1945년으로 확대해야 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같은 시기(일제강점기)에 서양식 활자와 종이, 장정으로 생산된 신식인쇄본은 산성화로 인해 빠르게 훼손‧소실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신식인쇄본은 신연활자본이면서 서양식 장정으로 1945년 이전에 발행된 문헌으로 이른바 딱지본 소설류나 교과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른바 ‘근대고문헌(가칭)으로 이름 지을 수 있는 문헌으로 대부분 서양식 종이를 써서 발행한 책들이다.

연구자들은 “고문헌 발행시기의 기준을 1945년 이전 문헌으로 우선 적용하여 정할 경우 판본, 종이, 장정 등이 다른 3가지 여건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판본과 종이 상태, 장정 형태가 전통 고문헌과 전혀 다른 것을 함께 보관하는 것은 보존관리, 열람, 정리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종이 재질이 상이하여 일반 고서와 보존관리 방식이 달라야 한다. 즉 서양식으로 장정한 신식인쇄본은 비록 고문헌 범주에 속하더라도 구별하여 별도 공간과 운영체계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책의 발행시기는 고문헌의 범주에 포함되지만 장정은 동양식 선장(線裝)이 아닌 서양식 장정에 종이는 대부분 전통 한지가 아니며, 판본은 개항 이후 유입된 신연활자본, 석인본, 등사본 등이 대상이 된다.

연구자들은 현 한국고전적종합목록에 포함된 상당수 일제강점기 발행 문헌과 대한제국기 신식 인쇄문헌이 ’‘근대고문헌(가칭)’으로 구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연구자들은 “고문헌 발행시기 범주의 확장과 함께 고문헌 범주 내에서 판본, 종이, 장정 등의 설정 기준을 적용한 근대문헌의 구분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근대 시기의 사회상을 현재에 전달하고 전통과 현대의 가교역할을 하는 근대문헌은 서양식 장정 방식의 신식인쇄본으로 제작되어 비록 고문헌 범주에 속하더라도 종이의 재질이 상이하므로 일반 고서와 보존관리 방식을 다르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고문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범위를 확대하여 더욱 체계적으로 수집·관리되도록 하며, 근대문헌 또한 소중한 국가 문헌이자 기록유산으로 보존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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