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대표적 항암제 시스플라틴의 새로운 비밀이 밝혀졌다. 시스플라틴(cisplatin)은 핵산에 결합해 구조변화를 유발하는 대표적 항암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홍석철 교수 연구팀(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기초과학연구원 분자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이 대표적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의 작용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11월 24일 밝혔다.

 크로마틴(chromatin, 염색질)이란, 인체 DNA는 세포 내에 히스톤 단백질 복합체에 감겨 염주 목걸이 형태를 띠는데, 이러한 DNA-단백질이 복합된 상태를 말한다.

인체 내 세포의 성장과 사멸은 이러한 크로마틴 구조가 느슨해지고 팽팽해지는 가역적인 새단장(리모델링) 과정을 통해 조절되는데, 연구팀이 시스플라틴이 마치 접착제(fixer)처럼 작용해 크로마틴의 변화를 막아 항암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크로마틴 구조의 고정을 통한 시스플라틴의 항암 효과를 설명하는 물리적 모델. (A) 자석 구슬에 부착된 단일 크로마틴 분자의 개략도 (B) 인가된 힘과 고농도 염에 의해 붕괴되는 정상 단일 크로마틴 분자 (C) 시스플라틴 결합에 의해 비가역적으로 고정된 단일 크로마틴 분자. [제공= 고려대학교 홍석철 교수]
크로마틴 구조의 고정을 통한 시스플라틴의 항암 효과를 설명하는 물리적 모델. (A) 자석 구슬에 부착된 단일 크로마틴 분자의 개략도 (B) 인가된 힘과 고농도 염에 의해 붕괴되는 정상 단일 크로마틴 분자 (C) 시스플라틴 결합에 의해 비가역적으로 고정된 단일 크로마틴 분자. [제공= 고려대학교 홍석철 교수]

연구팀은 세포 내에 존재하는 DNA는 대부분 크로마틴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 크로마틴이 시스플라틴의 중요한 표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시스플라틴이 크로마틴과 결합했을 때 크로마틴의 물성 변화를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측정했다.

고려대 홍석철 교수.
고려대 홍석철 교수.

그 결과 용수철처럼 가역적으로 새단장(리모델링)되는 크로마틴이 시스플라틴과 결합할 때 영구적으로 탄력성을 잃는 것을 확인했고, 강하게 잡아당기는 물리적인 자극이나 고농도의 소금물 같은 화학적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홍석철 고려대 교수는 “이번 연구의 성과는 시스플라틴의 약리적 표적이 순수한 DNA라기보다는 좀더 응축된 상위 구조인 크로마틴 형태일 수 있음을 제안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DNA를 표적으로 하는 다양한 항암제의 효능 측정과 작용원리 규명 및 강력한 항암제 디자인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핵산 분야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애시즈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11월 24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