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한다. 곧 「부도지」의 ‘목·화·토·금·수 오행론’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논리적 오류보다는 패권적 사회질서의 등장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정경희 교수(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정경희 교수(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도요陶堯가) 일찍이 제시祭市(천자국 단군조선에서 제후들을 소집하여 행하는 제천의례: 필자주)의 모임에 왕래하고 서쪽 보堡(단군조선 서쪽 지역에 자리한 제후국: 필자주)의 간干에게서 도를 배웠으나, 원래 수數에 엄정하지 못하였다. 스스로 구수오중九數五中(일·삼·구론 및 기·화·수·토·천부론: 필자주)의 이치를 잘 알지 못하고 중오中五(기·화·수·토·천부 표상의 중심점 천부 자리: 필자주) 이외의 여덟은 하나로써 여덟을 제어하며 안(內)으로써 밖(外)을 제어하는 이치라 하여 오행五行의 법을 만들어 제왕帝王의 도를 주창하므로 소부巢夫와 허유許由 등이 심히 꾸짖고 그것을 거절하였다.···요堯가 구주九州의 땅을 그어 나라를 만들고 스스로 오중五中에 사는 제왕帝王이라 칭하여 당도唐都를 세워 부도符都(천부사상의 중심지, 곧 단군조선의 도읍: 필자주)와 대립하였다.

여기에서는 목·화·토·금·수 음양오행론의 주창자를 ‘요堯’로 보고 ‘요’가 구수九數 중에서 중심점 오五 자리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이러한 세계관을 통치에 적용하여 패권적 통치를 행한 점을 비판하였다.

곧 중심점 ‘천부, 생명氣, 무無·공空, 전체·공公’ 자리는 4대 원소를 조화롭게 엮어주는 ‘조화점’이 되어야 함에도 목·화·토·금·수 오행론에서는 중심점인 ‘토土’가 ‘이내제외以內制外’의 방식, 곧 힘센 중심점 토가 외방 4대 원소를 억압하고 누르는 ‘통제점’의 의미로 오해되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이처럼 잘못된 인식이 사회 시스템에 적용되어 힘센 자가 통제자, 곧 제왕帝王이 되어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소외하는 권력 지배의 이데올로기로 전환하게 되었음도 비판하였다.

이상은 본질-현상론인 삼원오행론의 하위 이론이자 현상론에 불과한 이원론의 일종인 음양오행론이 삼원오행론을 구축하게 되면서 생기게 된 문제이다. 세계관 문제는 단순히 세계관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현실 인식의 문제, 또 실제적인 사회질서의 문제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상고시대에 시작된 삼원오행론이나 음양오행론 또한 단순한 고대적 세계관의 문제를 넘어서 상이한 정치사회 질서를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단군조선이 와해된 이후 선도의 삼원오행론은 서서히 사라져갔던 반면 중국의 음양오행론은 크게 성행, 동아시아적 세계관을 대표하게 되어 지금까지도 그 지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음양오행론의 출발점이 삼원오행론이었음을 밝히는 것은 상고시대 삼원오행론에서 음양오행론이 파생되어 나온 후 음양오행론이 오히려 삼원오행론을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생겨나게 되었던 사상적 혼란 및 정치사회적 혼란을 함께 밝혀가는 의미를 갖는다. 곧 ‘생명’ 위주에서 ‘물질’ 위주로의 동아시아 사상계의 변화, 또 ‘조화와 상생’ 위주에서 ‘패권’ 위주로의 동아시아 정치질서의 변화 문제를 규명해가는 의미이다.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