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산 작가가 그려내는 대상들은 대부분 작가가 부여하는 특정 상황에 처해 있다. 그 상황에 의해 잠식된 불안은 여러 대상의 뒤에 숨어있다가 슬금슬금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이 불안과 온전하게 마주할 때가 바로 안지산 작가의 회화를 제대로 즐기는 순간일 것이다.

해뜨기 전 한 시간 1 Hour Before Sunrise, Oil on canvas, 116.8 x 91 cm. 2021. [사진=아라리오갤러리]
해뜨기 전 한 시간 1 Hour Before Sunrise, Oil on canvas, 116.8 x 91 cm. 2021.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이 안지산 작가 개인전 <폭풍이 온다>를 11월 23일부터 2022년 1월 15일까지 개최한다. 이 전시에 신작 회화 15점, 콜라주 23점을 선보인다.

전시에서 작가가 부여하는 특수한 상황은 ‘폭풍’이다. 조금씩 다가오는 폭풍에 대한 예감, 혹은 이미 폭풍속으로 들어가 버린 상황을 작가가 만들고, 그에 대한 인간의 잠재적 불안을 암시하는 기제로 구름과 돌산, 그리고 ‘마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폭풍 Storm 15, Acrylic, collage, and oil pastel on paper, Approx. 30 x 40 cm, 2021. [사진=아라이오갤러리]
폭풍 Storm 15, Acrylic, collage, and oil pastel on paper, Approx. 30 x 40 cm, 2021. [사진=아라이오갤러리]

 

작가는 작업 전반에서 표현대상보다 그것이 처한 특정 상황에 더욱 집중하고 그 감정을 화폭으로 옮기는 방식을 유지하지만, 기존 작품이 밀폐성이 강조된 실내 공간인 경우가 많았다면 이번 신작들은 감정을 실은 외부 풍경과 인물 묘사에 크게 기댄다.

폭풍 Storm 01, Acrylic, collage, and oil pastel on paper, Approx. 40 x 30 cm, 2021. [사진=아라리오 갤러리]
폭풍 Storm 01, Acrylic, collage, and oil pastel on paper, Approx. 40 x 30 cm, 2021. [사진=아라리오 갤러리]

풍경 중 작가는 특별히 구름에 주목한다. 이는 그가 17세기 네덜란드 화풍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름을 그리는 데 집착했던 당대 화가들의 작가적 욕망을 안지산 작가가 맹목적으로 집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폭풍’ 속의 구름은 어떤 상태인가? 변화무쌍하다. 작가의 작품에서 변화무쌍하고 살아 움직이는 구름은 무슨 의미일까. 인간의 태생적 불안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작가는 관찰 대상이자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구름과 불안한 대상으로서의 구름을 중첩하여 화가로서의 욕망과 인간의 불안을 모두 표현해냈다.

비구름이 멈춘 그곳에서 The Place Where the Rain Clouds is not Moving, Oil on canvas, 250 x 260cm, 2021. [사진=아라리오갤러리]
비구름이 멈춘 그곳에서 The Place Where the Rain Clouds is not Moving, Oil on canvas, 250 x 260cm, 2021. [사진=아라리오갤러리]

 구름과 함께 다룬 돌산은 구름과의 대척점에서 땅속에 발을 파묻은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암시한다. 이 변하지 않는 돌산 위에서는 인간을 은유적으로 불안한 존재로서의 새, 지팡이, 흔적만 남은 늑대 등이 사라지고 나타남을 반복하며 휘몰아치는 상황 속 긴장감을 고조한다.

마리라는 인물로 눈을 돌리면, 그 애처로운 눈빛은 폭풍을 마주하는 인간의 실존적 슬픔과 두려움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전달하며 욕망과 불안에 관한 이번 전시를 설명하는 친절한 안내자이자 중재자가 된다.

숲 속의 마리 Mary in the Forest, Oil on canvas, 50 x 60cm, 2021.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숲 속의 마리 Mary in the Forest, Oil on canvas, 50 x 60cm, 2021.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안지산 작가는 2021년 아라리오갤러리(한국), 2020년 Galerie Bart(네덜란드), 2018년 조현갤러리(한국), 2017년 자하미술관(한국), 2016년 합정지구(한국), 2015년 그리고 2014년 Galerie [IMMEDIATE RELEASE] Bart(네덜란드)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단체전으로는 2020년 경기도미술관(한국), 국립현대미술관(한국), 2019년 사비나미술관(한국), 2018년 Kunsthalle Münster(독일), 2017년 대구미술관(한국), 2016년 아르코미술관(한국), Gallery LUMC(네덜란드)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2013-2014 년 라익스 아카데미 레지던시(네덜란드)에 참여하였고 2014 년 Buning Brongers Prijzen(네덜란드)에서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