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우) 장서각(관장 주영하)은 소장 및 기탁 자료 중 국가‧시‧도 지정문화재를 모두 망라하여 10월 22일부터 12월 17일까지 2021년 장서각 특별전 ‘장서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전을 개최한다.

조선왕조실록 봉모당본.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조선왕조실록 봉모당본.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올해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1981년 문화재관리국으로부터 조선 왕조의 왕실 서고에 기원을 둔 ‘장서각’의 자료를 이전받아 보존‧관리해온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2011년 7월 경기도 성남 한국학중앙연구원 내 장서각 건물을 신축하여 소장 유물의 전시와 연구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전파하여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였다.

이를 기념하여 2021년까지 국가‧시‧도 문화재로 지정된 장서각 소장 및 기탁 자료 45종을 일반에 최초로 전면 공개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장서각 소장자료를 △국가 왕실 문헌, △민간 사대부 문헌, △구입 문헌으로 나누어 각각의 자료가 장서각에 소장되게 된 내력을 보여주고, 동시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알리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총 3부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제Ⅰ부 ‘조선왕조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다’에서는 적상산사고와 봉모당에 소장되었던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조의궤, 영조와 정조 등 국왕의 어필, 군영과 사적을 그린 기록화, 고종 연간 러시아 연해주 일대를 그린 지도 등을 공개한다. 특히 최근 국보로 승격된 가로길이 약 24미터에 달하는 ‘이십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의 전체를 최초로 펼쳐 관람객에게 공개한다.

동의보감.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동의보감.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이십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는 1694년(숙종 20) 개국공신에서 보사공신保社功臣까지 이십공신二十功臣의 신구 공신 및 자손을 거느리고 회맹제를 치른 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회맹문서로 가로 길이가 약 24m에 달한다. 회맹제는 국왕의 주관하에 세자와 왕자를 비롯해 신구 공신 및 적장자손이 참석하여 북단北壇에서 천지신명과 종묘사직에 제사를 지내고 그 희생犧牲의 피를 입에 바르며 단결을 맹세하는 의례이다.

이십공신회맹축 보사공신녹훈후.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이십공신회맹축 보사공신녹훈후.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이 회맹축은 보사공신의 녹훈과 파훈, 그리고 복훈을 배경으로 제작되었으며, 남인과 서인의 환국을 통한 숙종의 정치력과 왕권 강화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치사적 사료로서 가치를 지닌다. 또한 호화롭고 장대한 장황 및 그에 필요한 직물, 상아, 옥 등을 활용한 당대 최고의 공예기술의 수준을 이해할 수 있다. 이외에도 본 회맹축에는 제작연대와 제작사유가 명확히 적혀 있으며, 당시 최고의 서사관인 이익신李翊臣이 489명의 명단을 기록한 회맹록 및 종묘 축‧제문을 썼다. 또 숙종의 이름을 가린 붉은색의 휘지諱紙가 붙어 있으며, 맨 마지막에‘ 시명지보施命之寶’가 안보되었다.

월중도.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월중도.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제Ⅱ부 ‘조선의 공신과 명가의 역사를 보존하다’에서는 유서깊은 명가에서 장서각에 기탁한 자료 중 지정문화재로 등록된 공신교서와 공신화상을 주축으로, 각종 고문서, 필첩, 전적 등을 소개한다. 특히 세계 유일본인 원나라 시대 법전인 ‘지정조격(至正條格)’과 한글 활자로 간행된 ‘월인천강지곡’ 등은 주목을 요한다.

지정조격은 원나라 순제順帝 지정至正 6년(1346)에 간행하여 반포한 원나라의 법전이다. 『지정조격』은 원나라 최후의 법전으로, 1338년 3월 편찬에 착수하여 1345년 11월 완성된 다음 이듬해 4월 5일 반포되었다. 원나라는 중원 대륙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몽골의 관습률과 중국 전래의 율령을 통치에 적용하기 위하여 체제 정비가 필요하자 지정 연간에 당시 각종 성문법과 불문법 조항들인 조격을 모아서 『지정조격』으로 편찬하였다. 책은 단례斷例와 조격條格 두 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단례는 각 안건에 대한 결단사례決斷事例를 포함하는 일종의 형법전이고, 조격은 칙령격식勅令格式을 계승한 행정법전에 해당한다. 『지정조격』은 『고려사』 기록에 보이듯이 원나라뿐만 아니라 고려에서도 준용되면서 고려 사회에 끼친 영향이 컸다. 그리고 조선은 1423년(세종 5) 외교와 의례 등에 참고하기 위해 승문원에 명하여 국내에서 50부를 따로 인쇄하고 배포하였다.

지정조격.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지정조격.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경주 양동 경주손씨 송첨 종가의 손사성孫士晟(1396~1477)은 집현전에서 연구를 목적으로 열람한 이후 이 책을 가전하였다. 그리고 장서각은 2002년 현장 자료 조사 과정에서 이 책을 발굴하였고, 2007년 영인‧교주편을 간행하여 학계에 소개하였다. 『지정조격』은 세계 유일의 원나라 법전으로 원과 고려의 사회상은 물론 조선 초기 법체계 구성의 특징을 규명할 핵심 자료이다.

제Ⅲ부 ‘민간의 희귀 전적을 구입하다’에서는 전문적 안목을 지닌 애서가로부터 구입한 자료 가운데 조선 전기 왜구와 여진에 대한 정벌을 기록한 유일본 ‘국조정토록’ 뿐만 아니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직지심체요절’을 저본으로 하여 간행한 ‘백운화상 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 등 장서각에서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다양한 불교 경전을 전시한다.

국조정토록國朝征討錄은 1419년(세종 1) 대마도 정벌부터 1510년(중종 5) 삼포왜란까지 조선 전기 7차례에 걸친 왜구와 여진에 대한 정벌 기록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1614년(광해군 6) 후금 파병을 위한 참고자료로서 광해군의 열람을 거치게 되었고, 이후 훈련도감 목활자로 간행되었다. 현재 유일본으로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다.

이 책의 체제는 목록과 범례에 이어, 상권에 「정대마도征對馬島」, 「정파저강征婆猪江」, 「정건주위征建州衛」, 하권에 「정건주위征建州衛」, 「정니마거征尼麻車」, 「정서북로구征西北虜寇」, 「정삼포반왜征三浦叛倭」로 구성되어 있다. 대마도와 삼포왜란 정벌은 왜구를 대상으로, 파저강, 건주위 등 5건의 정벌은 여진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각 정벌의 배경과 추이, 지휘 체계와 작전 명령, 동원된 병력과 군량에 관한 사항, 전후의 포상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편년체編年體로 상세하게 기술되었다. 실록 자료를 정리한 것이 아니라 『승정원일기』와 지도, 지리지 등을 폭넓게 참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성리학적 포폄褒貶 원칙이 강조되면서,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 서례序例를 근거로 조선의 군사 행동은 정征과 토討, 적병의 행위는 구寇와 반叛, 적을 격파한 경우는 참斬과 노虜로 기록하였다.

공신화상 손소 적개공신화상.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공신화상 손소 적개공신화상.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이번 특별전의 전시 자료는 하나하나가 각자의 고유한 스토리와 가치를 지닌 공인된 문화재로, 모든 자료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전시이다.

전시의 도록은 한국학 연구에 직접 활용되는 데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문헌과 유물, 각종 도표 등을 풍부하게 수록하였으며, 독자와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5편의 논고를 실었다. 또한 관람객의 학문적 욕구와 흥미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유물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람객을 배려하여 전시를 꾸몄다.

 이번 전시는 10월 22일부터 12월 17일까지 진행하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하여 한국학중앙연구원 누리집(www.aks.ac.kr)을 통해 사전 예약하여 관람할 수 있다.  관람 가능시간은 월~금 오전(10:00-11:00), 오후(14:00-15:00/16:00-17:00)이다.

 관람객은 시간당 15명으로 제한하여 운영한다. 현장에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통해 QR 체크인을 실시하고, 마스크를 미착용 하거나, 37.5도 이상 발열 및 호흡기 의심증상 발현 시에는 입장을 제한하여, 안전한 관람환경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와 관련한 동영상은 개막일인 ‘10월 22일’부터 유튜브 한국학중앙연구원 계정(https://youtu.be/tyfbO7zQpc0) 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