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오행론은 본질인 삼원(일기·삼기, 천부)에서 출발하여 이것이 현상인 기·화·수·토 4기 내지 8기로 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삼원오행론은 존재를 현상의 차원인 ‘기·화·수·토 4기 또는 8기’로만 설명하지 않고 그 이면에 자리한 본질의 차원까지 드러내고 밝혀 총 ‘9기’로 설명하였다. 현상의 이면에 자리한 본질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이는 한국선도에서 본질과 현상을 철두철미 하나로 보아왔던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삼원오행론은 ‘본질-현상론’으로 표현할 수 있다. 본질의 연장선상에서 현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경희 교수(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정경희 교수(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본질인 일기·삼기가 여·율 이원적 분화 과정, 곧 ‘2기 → 4기 → 8기’의 과정을 거쳐 현상(물질)화한다고 할 때 삼원오행론속에 여율이원론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여율이원론’은 본질의 현상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율 2기’적 분화 방식에 초점을 맞춘 ‘현상론’이며 ‘삼원오행론’내의 각론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삼원오행론과 여·율 이원론의 관계를 정리해보자면 ‘삼원오행론’이 본질의 현상화 과정을 밝힌 바, 곧 본질과 현상을 모두 다룬 ‘본질-현상론’이며 총론이라면, ‘여율이원론’은 현상화 과정의 ‘여·율 2기’적 분화 방식에 초점을 맞춘 ‘현상론’이며 ‘삼원오행론’내의 각론이라고 할 수 있다.

후대 동아시아 사상계에서 삼원론보다는 이원론(특히 중국의 음양론)이 성행하게 되었음을 이해할 때, 동아시아 사상의 원류인 삼원오행론이 현상론으로서의 이원론(여율론)을 포함하고 있었음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여율이원론’은 삼원오행론의 각론으로서 의미를 가지지만, 이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게 될 경우 ‘일기·삼기’의 본질을 잊고 ‘2기→4기→8기’의 현상론에 매몰될 위험성이 있다. 곧 ‘삼원오행론’이라는 총론에 대한 이해없이 여율이원론이라는 각론만을 바라볼 경우 본질인 일기·삼기를 보지 못하고 여·율 이원이라는 일기·삼기의 움직임 만을 보게 되는 문제다.

삼원오행론에서는 이러한 위험성을 경계해 왔는데, 이러한 위험성이 현실로 나타난 경우가 중국의 이원론, 정확하게로는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목·화·토·금·수론木·火·土·金·水論)’이다. 중국의 음양오행론은 1기·3기의 자리를 음·양 양태극으로 변개한 모습이며 더하여 오행도 기·화·수·토·천부에서 목·화·토·금·수로 변개한 모습이다. 음·양은 여·율에 대한 중국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목·화·토·금·수는 기·화·수·토·천부의 중국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도지」에서는 ‘목·화·토·금·수 오행론’이 수의 성질數性을 물질의 성질物性로 이해하는 잘못을 범함으로써 구수九數의 성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였다고 비판적으로 인식한다. ‘기·화·수·토·천부’는 생명(천부)과 물질(기·화·수·토)의 관계를 구수九數로써 표현, 존재의 생성 및 회귀 과정을 표현한 것인데 ‘목·화·토·금·수’는 전적으로 물질 차원이며 따라서 구수九數의 원의미에서 멀어져 물질 차원으로만 해석하였다는 것이다.

물질 차원들인 ‘목·화·토·금·수’ 중에서도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중심점 토이다. 생명, 곧 일기·삼기의 차원인 천부를 물질 차원인 토로 변개, 중심점을 생명에서 물질로 교체해버린 문제이다. 물질 차원은 음·양(여·율에 대한 중국적 표현) 2기로 인식되기에, ‘기·화·수·토·천부’의 중심점인 ‘천부=일기·삼기’의 표현인 삼태극을 ‘토=음양 2기’의 표현인 양태극으로 변개해 버렸다. 이는 물질 차원의 음·양 2기를 강조하다 보니 본질까지도 음·양 2기로 인식, 생명의 분리할 수 없는 단위인 일기·삼기의 기에너지가 지닌 존재 방식, 곧 1·3의 방식을 놓치게 되는 문제를 갖는다.

세계관의 변화는 현실적인 사회질서의 변화와 하나로 맞물려 있기에 더욱 중요하다. 곧 중심점이 ‘일기·삼기, 천부’에서 ‘음·양 2기, 토’로 바뀐다는 것은 중심점이 지닌 생명의 ‘조화’ 역할이 사라져 물질 차원의 ‘분리와 대립’으로 대체된다는 의미가 있고 이는 조화적 사회질서가 패권적 사회질서로 바뀐다는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