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세상을 바꾸는 청소년들의 홍익실천 경험
나와 세상을 바꾸는 청소년들의 홍익실천 경험
  • 김진희 교사
  • oyeoye071@hanmail.net
  • 승인 2021-10-18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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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10월 초 개천절을 맞아 담임반 6학년 아이들에게 “왜 우리나라를 세운 날을 건국일이라고 하지 않고 개천절이라고 할까?”라고 질문해보았다. 아이들은 “시작한다는 의미 같다”, “크고 좋은 나라를 세우겠다는 것 같다.” 등의 이야기를 한다.

나는 “개천(開天), 하늘을 연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하늘이 아니라 우리 마음 안에 있는 하늘 같은 마음을 연다는 의미로 생각한다”고 말해주었다. 원래 우리 모두는 하늘과 같이 넓고 밝은 마음을 갖고 있으나 욕심, 두려움,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심으로 어두워져, 다시 하늘의 마음으로 회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나라를 세웠기에 건국이념이 홍익인간 정신이고, 그날을 개천절이라고 부른다고 말이다.

이렇게 홍익인간 정신과 우리 본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홍익실천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날마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 한 가지씩 실천하다 보면, 우리 안의 밝은 마음이 더 커지고 살아나지 않겠냐면서.

‘홍익실천’이라는 말을 꺼내면 처음엔 아이들은 왠지 특별하고 큰 결과가 나타나는 일이어야 할 것만 같아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좋은 일은 막연히 크고 거창한 일만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부터 강조한다. 교실에 떨어진 친구의 연필을 주워주는 일, 친구에게 지우개를 빌려주는 일, 기분 좋게 웃으며 인사하는 일 등 아주 적은 노력으로도 가능한 이 모든 일이 내 마음을 밝히는 홍익실천이 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아이들에게 홍익실천을 제안하는 또 다른 중요한 까닭은 평소에 하던 일들도 내가 어떤 마음을 갖고 하느냐에 따라 그 일의 의미가 바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냥 해야 하는 일이니까 했던 청소도 내가 주위를 깨끗하게 해서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하거나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하게 되면 귀찮고 힘들었던 청소가 기쁘고 뿌듯한 일이 되기도 한다. ‘일’로 했던 것이 ‘홍익’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늘 하던 일들의 의미가 새로워지면 그 일을 정성껏, 마음을 다해서 하게 된다. 그러면서 좋은 일을 하는 자신이 자랑스러워지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게 된다. 이런 일들이 쌓여서 생기는 “나는 좋은 사람이야, 가치 있는 사람이야”라는 믿음이야말로 스스로 행복해지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나 불쌍한 사람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원래부터 우리 뇌에 홍익의 정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마음을 닫고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건 주변의 분위기가 너무나 경쟁 중심적이라 자칫 잘못하면 나만 손해 본다는 생각때문이거나 혹은 자기 스스로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굳게 믿게 될 때이다.

가장 안타까운 건 자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믿게 되면 마음이 어두워지고 주변에 대한 피해의식이 자꾸 쌓여서 홍익의 마음이 원래 있다고 아무리 이야기해주어도 믿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때때로 만났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보이는 아이들 대부분 그랬다. 이런 아이들의 태도를 바꿀 수 있었던 방법은 긍정적인 마음 상태를 만드는 신체활동이나 명상을 하는 것,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학급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원래 우리 안에 홍익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 마음을 쓸 기회를 자꾸 주는 것이었다.

작은 실천, 일주일의 기적 프로젝트

홍익실천 프로젝트는 홍익의 마음을 실천을 통해 느껴보는 활동이다. 처음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 우리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일부터 시작해서 점점 범위를 우리 반, 우리 학교, 우리 마을 등으로 넓혀간다. 그러면서 작고 좁았던 의식이 점점 커지고 넓어지길 기대한다.

그런데 몇 년 전에는 홍익실천 프로젝트를 하는데 아이들의 실천 범위가 나와 가족의 범위에만 머물어서, 어떻게 하면 나와 가족이라는 좁은 테두리를 넘어 우리 모두가 나와 같다는 마음을 갖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홍익실천 프로젝트로 ‘작은 실천, 1주일의 기적’이라는 프로젝트를 계획해보았다.

먼저 우리 반, 우리 학교, 우리 마을에 변화가 필요한 일들을 찾아보고,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 좋은 변화를 만들지 실천 가능한 방법을 의논했다. 그리고 함께 정한 방법으로 1주일 동안 날마다 실천하고 1주일 뒤에 그 결과를 서로 확인하기로 했다.

이때 아이들이 했던 실천을 소개해보면, 어떤 모둠은 시끄러운 학교 식당의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며 급식 시간에 동생 반과 마주 보고 밥 먹기를 계획했다. 1학년, 2학년, 3학년 동생 반들과 돌아가면서 밥 먹기를 한 결과 재미있게도 대성공이었다. 앞에 선배가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동생들의 태도가 조용하고 차분해졌던 것이다.

또 다른 모둠은 학교 운동장 주변에 쓰레기가 너무 많다며 매일 10분 일찍 등교해서 쓰레기를 줍고 오기로 했다. 아침마다 검정 봉지를 들고 다니는 그 모둠 아이들 덕분인지 1주일 동안은 운동장 화단 속에 숨어있던 쓰레기들까지 사라졌다. 이밖에도 교실 바닥을 더럽히는 샤프심을 없애겠다며 연필 쓰기를 실천하자고 반 아이들에게 이름을 붙인 연필을 한 자루씩 나눠주고는 샤프를 쓰는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제발 연필 쓰라고 부탁하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고, 각 교실 앞에 버려진 채 꽂혀있던 우산을 모아 필요한 사람이 빌려갈 수 있게 우산대여소에 정리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1주일 뒤 이렇게 다양한 실천을 하고 난 아이들은 작은 실천이 일으킨 좋은 변화를 직접 보고 느낀 점을 서로 나누었다. 우리가 했던 작은 일이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변화를 가져왔다며 다들 놀라워하고 뿌듯해했다. 처음에 1주일이라는 실천 기간을 정한 것은 짧은 기간에도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힘으로 얼마든지 좋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느끼게 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이 실천이 한 달로, 100일로, 1년으로 이어지면 어마어마한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말해줄 수 있겠구나 싶어서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어쩌면 우리의 힘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아주 클지 모른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혼자 하는 홍익실천의 체험은 나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고, 함께 하는 홍익실천의 체험은 우리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나도 아이들의 실천이 가져온 변화를 보며 희망을 품는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밝은 의식으로 성장한 아이들이 만들어갈 더 좋은 세상을 말이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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