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천안 국학원에서 김병준(67)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대한민국에 만연한 문제의 근원이 국가주의 운영체계라고 진단한 그는 대선 출마를 결심하였다가 출마자가 늘어나자 자신의 메시지가 묻힐 것을 염려하여 포기한다.

대신 『국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야 할 곳에는 있다』를 펴내 출마자와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았다. 자유주의의 해법으로 김 전 위원장이 제시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치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이 나라를 세계의 중심에 갖다 놓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대선 후보자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집단, 그 집단이 가진 정치적인 성향을 함께 보는 것이 좋은 후보자를 판단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사진= 김경아 기자]

 

천안 국학원 투어를 한 소감은?

김병준: 기운도 많이 받고 참 좋았다. 우리 고대사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또 우리 민족의 얼과 혼에 대한 새로운 느낌도 받았다. 정신세계에 관한 문제와 육체적인 건강에 대한 부분까지. 그로 인해서 생각할 거리도 많아졌다.

 

요즘 대선 후보자들을 보면 정치가 갈수록 쇼맨십으로 소모되는 느낌이 든다. 유권자들이 그런 선전 선동이나 진영 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후보자들이 가진 문제, 후보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바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사실은 참 어려운 문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온 사람들은 ‘저 양반 이야기가 국가를 이쪽으로 가져가겠다는 거구나. 저쪽으로 끌고 가겠다는 거네.’ 이게 감이 잡히는데 그것을 파악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게다가 정치인이라는 게 약속을 많이 하는데, 허황된 약속을 많이 한다. 지켜지지 않거나, 사실 별 내용이 없는 것을 부풀리거나, 아니면 나중에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걸 아주 줄여서 이야기한다. 그것을 따져서 보기가 굉장히 힘들다.

 

"후보자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집단의 정치성향을 봐야 한다"

 

조금 노력을 하자면 어떤 형태든 간에 전문가의 의견을 좀 들어야 되는데 그거 재미없다. 그러다 보니까 결국 정치인의 스타일이라든가 정치인이 펴는 일종의 퍼포먼스나 쇼 같은 것을 보고 아니면 언변을 보고 빠지기가 쉽다.

그래서 그럴 때 판단하는 방법은 후보자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집단 내지 그 사람이 소속된 정당, 그 집단이 가진 정치적인 성향을 보고 짐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후보자 한 사람, 한 곳만 보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인데...

후보자만 봐 가지고는 잘 모를 수가 있고, 혼란스러울 수가 있고, 속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이 소속된 정당이라든가 그 주변 사람들의 정책적인 성향, 정치적인 성향도 감안해서 보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다.

 

신간 『국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야 할 곳에는 있다』가 반응이 꽤 좋은 것 같다. 그 책에서 국가주의 체제에 대한 합당한 질문을 하지 못한 채, 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국회의원이 되느냐 또 어느 쪽이 이길 것인가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지금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통령을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지 않나?

책을 이야기하니 민망스럽지만 반응은 괜찮다. 출간한 지 일주일도 되기 전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사실 그 책을 쓴 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좀 뭣한 이야기지만 내가 대선에 출마할까 생각을 했었다. 출마해도 경선 과정에서 지지도가 높은 사람을 꺾고 이기기는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출마를 할까 생각을 한 이유는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발 이 정도는 우리가 이야기를 하고 가야 되지 않느냐” 하는 거였다. 이야기를 하려면 마이크가 와야 되는데, 그 큰 마이크가 대통령 후보라는 것 때문에 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왜 출마를 안 했느냐? 나오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생각해보니 한 20명도 나올 수 있어 보였다. 20명 중에 한 사람은 그야말로 눈에 보이지도 않을 거였다. 그렇게 하면 잘못하다가는 대통령 병에 걸린 사람 취급받고, 좋은 메시지 내놔 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출마하는 대신에 책을 쓰자. 책이라도 쓰자. 그렇게 해서 후보들도 보고 유권자들도 보게 하자.’ 그런 마음으로 책을 쓴 것이다. 이 책의 기본은 자유주의이다. 우리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제대로 뛸 수 있게 해 줘야지 나라가 된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은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

 

지금은 대통령이 나라를 이리 바꾸고 저리 바꿀 수 있는 그런 상태가 아니다. 사람들은 대통령이 무슨 큰 힘을 가지고 있어서 세상을 이렇게도 바꾸고 저렇게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대통령 그런 힘 없다.“

그러면 대통령에게 어떤 힘이 있는가? 누구 한 사람 출세시킬 힘이 있다. 누구 장관도 시키고 총리도 시킬 수 있고, 기업 하나 좀 봐줄 수도 있고, 기업 하나 죽일 수도 있다. 감옥에 들어간 사람 풀어줄 수도 있고, 멀쩡한 사람 감옥에 넣을 수 있는 그 정도의 힘은 있다.

대통령을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고 그러는데 어떤 자리를 찾거나, 특혜를 받거나 아니면 처벌을 안 받겠다고 하려는 사람들 눈에는 그런 힘이 무소불위로 보일 거다. 그런데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한다. 산업 구조조정을 한다. 교육 개혁을 한다.” 이런 힘이 없는 거다.

한번 보자. 산업구조 조정을 한다고 하면 현재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상당 부분을 구조 조정해서 신산업을 열어야 될 거 아닌가? 그러면 이쪽에 있는 노동자가 저쪽으로 옮겨가야 하고, 이쪽에 투자된 자본이 저쪽으로 옮겨져야 하는데, 이쪽에 있는 노동자를 저쪽으로 옮겨가게 한다? 대통령이 어떻게 하나? 대통령이 옮겨가라 하면 옮겨가나? 지금 민노총이 말 듣겠나? 일반 노동자들도 그 말 듣겠나? 안 한다.

심지어 대학 개혁을 한다? 대학의 한 반쯤을 문 닫게 하고 그다음 뭐를 어떻게 해야 되는데, 그걸 대통령이 할 수 있겠나? 대통령이 그런 힘이 없다. 그러니까 대통령은 이미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고 보면 된다.

 

"세종대왕이 대통령 돼도 대통령은 한계가 있고, 이순신 안중근 의사가 국회의원이 돼도 국회는 저 모양일 거다"

 

국가라는 게 결국은 대통령과 국회, 관료 이런 게 국가가 아닌가. 그럼 국회는 어떠냐? 국회는 언제 때 기구인가 하면 진짜 농경시대 때 유물이다. 우리 사회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면서 정책 문제가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다. 신속하게 결정해야 되고, 그 결정은 때로 상당히 전문적이라야 한다.

그런데 국회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1년에 상정되는 법안의 수가 만 개, 2만 개가 된다. 그런데 국회에서 1년에 처리하는 건 기껏 해봐야 불과 몇 백 개다.

지금도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1만 6천 개가 된다. 저거 어떻게 처리할 건가? 그런데 국회가 일사불란하게 처리하면 또 국회가 아니다. 국회라는 건 밀고 당기고 협의하는 기구다. 그러니 국회라는 것은 제 아무리 열심히 하고 제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들어가 봐야 일 못하는 거다.

 

"국가기구가 이미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아까 말한 대로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 대통령이 무슨 수로. 대통령은 세종대왕이 대통령이 돼도 저 대통령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가 국회의원이 돼도 저 국회는 저 모양 저 꼴일 거다. 그러니까 국가기구가 작동을 안 하는 거다.

게다가 관료기구? 관료기구가 뭘 그렇게 열심히 하겠나. 열심히 안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때는 관료 기구가 뭘 하느냐? 승진해야 되고 자기 보호를 받아야 된다. 보호받으려면 법과 령과 지침과 훈련과 규정, 이런 걸 다 따라야 된다.

그런데 그 하나하나의 규정과 지침이 관료의 입장에서는 지뢰밭이다. 밟으면 터진다. 그러니까 안 밟고 안 터트리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될 수 있으면 일 안 하고 가만히 있어야 된다. 요지는 국가 기구가 이미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럼 국가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서 국민이 바꿔야 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국민 한 사람이 한 사람이 자기가 가진 역량과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서 앞으로 미래를 향해서 치고 나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김 전 위원장은 국가 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므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능동적으로 움직여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 김경아 기자]

 

그러려면 국민이 보다 자유롭게 사업도 하고, 자유롭게 교육도 하고, 자유롭게 사회운동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된다. 그런데 우리가 그러질 못한다. 곳곳에 국가 기구가 전부 제동을 걸고 있다. 이걸 자유롭게 풀어줘야 된다. 자유롭게 풀어주기만 하면 되느냐? 자유가 많은 곳에서는 항상 불평등이 생긴다. 능력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 불균형과 불평등을 시정해 주는 건 국가가 해야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국가가 약하다. 엉터리고 있으나 마나다. 이런 부분에서만큼은 국가가 정말 잘할 수 있도록 설계를 제대로 해주고 한편으로는 국민들이 뛸 수 있도록 자유권을 더 주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없다.

 

결국 민주와 자유, 자유와 평등의 문제에서 어느 것에 비중을 둘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이 된다는 건가?

그렇다. 사실은 자유와 평등에 관한 문제인데. 자유와 평등 중에서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앞세워야 되느냐? 확언을 하자면 자유가 앞서야 된다. 자유가 있는 곳에서는 평등을 외칠 자유도 있다. 그래서 자유가 있는 곳에서는 평등의 가치도 살아 있다.

그런데 평등이 앞서면 어떻게 되느냐? 평등이 앞서려면 개인의 자유권을 눌러야 한다. 자유로우면 불평등이 생기니까 자유권을 눌러버린다. 그러면 평등하기 위해서 국가 권력이 작용한다. 국가 권력이 나서서 개인의 자유권을 억압하기 시작하면, 자유를 주장할 자유도 없어져버린다.

그리고 점점 어떤 현상이 생기는가 하면,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 자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게 돼 있다. 평등을 지향하는 국가 권력 그 안에 계급을 짓고 불평등 구조가 생긴다. 불평등 구조가 생기면 평등도 죽는다.

 

“우리 헌법 정신은 자유가 앞서고 평등이 뒤따라온다”

 

자유가 앞선 경우에는 평등의 가치도 살아 있을 수 있지만, 평등을 앞세우게 되면 자유가 죽는 것은 물론 평등도 죽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해야 되고 자유가 앞서가야 된다. 그 뒤에 평등이 따라와야 된다.

사람들은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하는데, 당연한 게 아니다. 우리 사회의 일부 세력은 자유를 억압하고 오히려 평등을 더 앞세워야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내가 경계를 하고 있다.

우리 헌법 119조를 보면 자유권을 우선 규정하고, 그다음에 평등도 중시한다고 돼 있다. 9조 1항이 자유에 관한 조항이고, 2항이 평등과 분배에 관한 조항이다. 1항, 2항이 있는데 1항의 자유가 앞서고 거기에 평등이 와야 된다. 나는 우리 헌법 정신이 그렇다고 보고, 그것이 맞다고 보고, 또 우리가 존중해야 된다고 본다.

 

국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저서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에서 '아직도 메시아를 기다리는가? 국민이 메시아'라고 한 문구가 떠오른다. 그 부분은 노무현 대통령의 '깨어있는 시민', 이승헌 총장의 『국민은 신이다』라는 책의 내용과도 상당한 연관성이 느껴진다.

그렇다. 다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하나 더 기본적으로 우리가 '국민을 존중해야 된다'라는 사상적이고 철학적인 것 위에, 우리 국민을 정말 앞세우고 더 존중해야 되고 우리 국민 스스로가 다 메시아가 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대한민국 국민은 굉장히 위대하다는 점이다.

성공을 향한 열정이 굉장히 강하고, 만족을 잘 모르는 까다로운 국민이다. 그 까다로움으로 세상이 좀 시끄럽긴 하지만 그게 혁신의 바탕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혁신 역량이 굉장히 높다. 무엇을 해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하다 못해 고스톱을 쳐도 고스톱의 룰이 그 시대에 따라서 계속 바뀐다.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하다”

 

그러면서 국가가 위기에 빠졌거나 이웃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자기가 가진 걸 들고 나온다. 대단히 이기적인 사람들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또 마음에 드는 정부든 마음에 안 드는 정부든 간에 공공을 위해서 국가가 마스크 쓰라 하면, 마스크 다 쓴다. 이런 국민 세계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위대한 국민들이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줘야 된다.

국민이 메시아지 대통령은 절대 메시아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메시아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우리 스스로, 시민이, 국민이 바로 이승헌 총장님 이야기하신 대로 신이다. 우리가 그렇게 믿고, 또 우리 스스로 그렇게 행동해야지만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연계해서 대통령에 관해 더 이야기해 보자. "어느 대통령이건 대통령의 가슴에는 애국심이 있다. 결국 그들에게 물어야 할 건 애국심이 아니라 역사와 현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다. 잘못된 인식을 가진 지도자의 애국심은 오히려 위험하다"라고 했다.

바른 애국이란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

어릴 때도 그렇고 요즘도 그렇다. 말썽꾼을 반장시켜 놓으면 이 친구가 반장을 잘한다. 반장이 돼도 벌써 그 반에 대한 일종의 애정이 생긴다.

그렇다. 대통령쯤 되면 룸펜을 대통령을 시켜놔도 대통령이 되고 나면 애국가가 울리면 가슴이 떨리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면 온몸에 전기가 온다. 그 애국심, 그 애국심 없는 대통령은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문제는 나름대로 애국심이 있는데 국가를 어디로 끌고 가야 되는지, 자유가 앞서야 되는지 평등이 앞서야 되는지, 국가가 앞서야 되는지 시장이 앞서야 되는지, 아니면 공동체가 앞서야 되는지, 이런 데 대한 선후가 엉망이다.

그런데 애국자는 애국자인데 자기가 권력의 칼을 들고 “내가 애국자니까 내 마음대로 한다. 저놈을 잡아서 감옥에 넣어야 돼. 너는 입 다물어.” 이렇게 하면 애국심이 없는 것만 못하다.

 

“지금의 애국심은 국민이 제대로 뛸 수 있게 국가 권력과 권한을 줄이고 국민 스스로 이끌어갈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지금은 어떤 애국심이 필요하냐? 지금의 애국심은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기보다는 우리 국민의 위대함을 믿고 국가 권력과 권한을 줄이면서 국민이 더 창의롭고 더 많은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해서 우리 경제나 사회를 국민 스스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것, 그것이 제대로 된 애국심이라고 본다.

뭐든지 자기가 직접 하겠다고 설치는 그런 애국심은 잘못하다가 우리 국가를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자유주의를 존중하고 불균형 속에서 고생을 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는 데 국가 기능을 주로 쓰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당연히 안보나 안전 같은 건 더 신경 써야 될 것이다.

 

현재 국가 운영 체계가 '망국의 늪 속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구조적인 개혁, 국가 개혁을 위해서 대통령은 어떤 자세로 문제 풀어나가야 하나? 연구해 온 지방자치 지방분권에 비추어 본다면?

진짜로 때로는 국가 체제가 망국의 늪이 된다. 늪 속에 국가 전체가 다 빠져버린다. 대표적인 게 조선이다. 세도 정치나 당파 싸움 때문에 조선이 망했다고 그러는데, 나는 그렇게 안 본다.

그 이전에 왕이 세습돼 가면서 통치를 하는 세습 왕정이라는 그 자체가 이미 생명을 다 했다. 요즘에는 세습 왕정 하는 나라가 없다. 우리 같은 시대에 안 맞는 거다.

그러니까 조선에서도 조선 중기를 지나면서 세습 왕정은 이미 생명을 다한 체제였다. 생명을 다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무리를 하니까 당파 싸움이 일어나고 세도 정치가 일어나는 거다. 세도 정치와 당파 싸움도 잘못된 체제인 세습 왕정의 부산물이라고 본다.

오늘날 대한민국에도 마찬가지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메시아가 돼서 뛰도록 해줘야 되는데, 국가가 특히 중앙 정부가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규제하고 감독한다. 사업, 연구, 학교 교과목까지 이걸 전부 공무원과 국가가 지금 정하고 있다. 온 곳곳에 규제이고 곳곳에 전부 감독이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사업하는 게 아니라 형무소 담장 위를 걸어가야 될 정도다. 아차 하는 순간에 전부 감옥 가고, 아차 하는 순간에 배임이고 횡령이 된다. 주주가, 소비자가, 채권자가 통제해도 될 일을 전부 국가 기구가 와서 관리하고 통제한다. 이런 체제로는 앞으로 미래가 없다. 이게 우리 망국의 늪이 될 것이다.

 

"국가 권력을 풀어야 한다"

 

이 체제를 풀어야 된다. 국가 권력을 푸는데 시장에 줄 건 시장에 주고, 공동체에 줄 건 공동체에 줘야 된다. 처음에는 혼란이 생길 것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이문열의 소설이 있다. 거기에 엄석대라는 친구가 독재를 해서 교실이 아주 질서 정연했다. 근데 선생님이 와서 엄석대를 쫓아내 버린다. 엄석대가 떠나고 난 다음 교실은 엉망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그 엉망 된 교실을 그냥 놔둔다. 놔두니까 한 달 가고 두 달 가면서 아이들끼리 자율적으로 민주적 질서 아래 통제 질서가 잡혔다.

그러니까 국가가 감독하지 않아도 처음에는 혼란스럽지만 그 혼란 속에서 시장 가격이 정해지듯이 자유 질서가 정해진다. 그걸 인내해 주면 되는 거다. 시장에 줄 건 시장에 주고, 공동체에 줄 건 공동체에 주고, 국가가 할 건 국가가 하고. 그 국가가 할 것 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지방 정부에 줘야 된다.

지역사회 주민들과 지역의 정치인들이나 지역의 시장 군수, 시의원, 구의원들끼리 서로 협의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중앙정부가 간섭하고 있다. 이래가지고서는 나라가 안 된다.

 

김 전 위원장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율과 자치 능력을 믿고 선분권 후보완의 과감한 운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 김경아 기자]

 

“선분권 후보완”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지금도 시의원 구의원들이 출장을 가는데 하루 출장비를 얼마 하느냐를 누가 정하는지 아나? 중앙 정부가 정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통제를 안 하면 출장비를 하루에 백만 원, 천만 원 쓸 거라는 게 이유다.

진짜 천만 원, 백만 원을 쓸 수 있을까? 천만 원, 백만 원을 쓰면 주민들은 가만 보고 있나? 다음 선거에 떨어뜨리든가 아니면 지금 엎어버리든가 야단이 났을 거 아닌가. 그런데 중앙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을 시의원 구의원들이 출장비로 백만 원, 천만 원 써도 입 다물고 아무 소리도 안 하는 바보들로 아는 거다.

걱정 좀 하지 마라.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지방에 줄 거 빨리 줘라. 나 같은 사람은 선분권 후보완주의자다. 일단 권한을 주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보완을 하더라도 일단 줘봐라.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충분히 자율과 자치를 할 능력이 있다.

학교도 일일이 간섭하지 말고 학부형들한테 한번 맡겨보고, 선생님들한테 한번 맡겨봐라. 맡겨보지도 않고 교육부가 통제만 한다. 이런 게 안 된다는 거다. 선분권 후보완이라는 과감한 운영을 통해서 지방에 줄 거 지방에 주고, 시장에 줄 거 시장에 주고, 공동체에 줄 거 공동체에 주고. 이렇게 해야 나라가 될 것이다. 그렇게 확신하고 있다.

 

그런 선진적인 개혁 정책을 실현하려면 그런 사고와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각료가 되고 또 국회의원으로 대통령으로 뽑혀야 가능하다.

좋은 인물이 정치의 중심으로 부상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지금 우리 정치는 사실 좋은 사람, 좋은 인물들이 정치인이 되지 못하는 구도로 돼 있다. 정말이다. 많이 나아졌지만 정직한 사람이 정치를 못하게 돼 있다. 말하자면 늘 표를 따라가야 된다. 그래서는 지도자가 안 나온다.

대한민국 정치에는 지금 지도자가 없다. 지도자라는 건 뭔가? 자기가 생각한 걸 가지고 앞으로 나가는 사람이 지도자다. 앞으로 나가다가 뒤를 돌아보니까 따라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럼 자기가 '난 지도자가 아니구나' 하고서 땅 파고 들어가거나 아니면 집에 가거나. 그게 지도자의 길이다.

근데 여기는 어떤가 하면 전부 민심 따라가기 바쁜 거다. 대한민국에는 정치 지도자가 없고 전부 정치 추종자만 있다. 민심 추종자만 있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민심, 존중해야 한다. 여론도 존중해야 되고 무섭게 여겨야 된다.

 

“민심은 존중하고 두려워해야 되지만, 자기 나름의 전략을 갖고 국민을 설득해 나가는 게 지도자다”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게 있다. 민심은 존중해야 되고 두려워해야 되고 늘 살펴야 되지만, 민심 속에 국가의 비전과 국가의 성공을 위한 전략이 다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민심은 존중하고 무서워해야 되지만, 그 속에 우리 미래 비전과 미래를 위한 전략이 다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자기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 나가는 게 지도자다.

그런데 그런 지도자가 지금 나타나지 않는다. 왜? 지도자급의 인사, 지도자가 될 만한 사람은 어디서부터 꺾이는가 하면, 구의원도 못 된다. 구의원도 "내가 뜻을 가지고 이런 뜻을 펴보겠습니다." 이런 친구는 구의원 공천 못 받는다. 그저 "의원님 잘 모시겠습니다." 이래야 공천받는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런 뜻을 가지고 펴서 나중에 이렇게까지 크게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런 사람은 공천 못 받는다. "아이고, 의원님 앞으로 잘 모시고, 한 번씩 지역구에 내려오시면, 제가 잊어버리지 않고." 이런 식이다.

 

“정치자금법, 정당법 바꿔 거대 정당 독과점 구도 깨야”

 

공천 과정도 엉망이다. 왜 엉망이냐? 위에 정치부터가 다 그래서 그런 거다. 이거 바로잡는 방법이 정말 어렵고 힘들다. 방법이 있으면 이미 했을 것이다. 방법이 없다. 지금 유일하게 있는 방법은 결국은 국민이 눈을 뜨는 수밖에 없다. 국민이 눈 떠서 대한민국의 지금 정치자금법과 정당법 다 바꿔버려야 한다.

지금 정당법은 거대 정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로 돼 있다. 그러니까 거대 정당이 거의 독과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거다. 사실 싸우는 척하는 거다. 어떻게 보면 이쪽 정당이나 저쪽 정당이나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제3정당이나 제4정당이 나올 수가 없는 지금의 우리 법제를 누가 만들었나? 이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만들어 놓은 거다.

정치자금법도 마찬가지다. 무소속인 사람은 정치를 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지도자가 나오겠나? 그래서 국민들이 눈을 뜨고 현재의 정치자금법, 정당법 그리고 거대 정당이 일종의 독과점을 형성하게 돼 있는 이 구도를 깨라고 먼저 이야기를 해줘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 구조가 계속될 거다.

 

“국민 입장에서 이미 모든 선거는 패배다”

 

선거를 치러놓고 보면, 정당끼리는 이기고 지고가 있다. '승리했다', '패배했다', ‘이긴 정당’, ‘패배한 정당’. 그런데 국민은 맨날 패배다. 왜 맨날 패배인가? 뽑아놓고 보니까 내가 뽑고 싶은 인물이 아니었던 거다. 그러니까 국민 입장에서는 이미 모든 선거에서 패배하는 거다. 그게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금 대선 정국도 마찬가지다. 진짜 대선에 나가야 될 사람, 대선에 못 나간다. 여러 가지가 걱정이 돼서 못 나간다. 자금이 걱정돼서도 못 나가고. 양심껏 이야기해 봐야 국민들한테 들리지도 않고. 대중성을 띄려면 남의 심장에 칼로 찌르듯이 독한 말 해야 되고, 한 마디를 하더라도 유행어도 만들어내야 하고, 아주 살벌하게 이야기해야지 국민들이 쳐다본다.

이렇게 해서 언제 지도자가 나오겠나? 그러니까 국민들이 좀 더 냉정한 마음을 가지고 정말 지도자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생각하며 선택을 하고, 지금의 잘못된 정당법, 정치자금법 이런 것도 좀 깊이 고민해줘야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의 국학 운동을 어떻게 보나?

오늘 와서 보니 지금 하는 국학청년들 활동, 지구경영이라는 이야기로 펼치듯이 어떻게 보면 코스모폴리탄, 우리가 중심이 되지만 결국은 세계의 여러 민족이나 소수 민족까지, 너도 나도, 여성과 남성 구별없이 다 함께 하자는 포용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걸 바탕으로 여러 가지 사회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는 젊은 분들을 보고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그런 정신을 바탕으로 하다 보면 이제 우리 정치에 있어서도 옳고 그름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철학, 어떤 정신을 가지고 세상을 보느냐 이다. 우리가 아차 하는 순간에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생활 속에 함몰되다 보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언제인지도 모르게 어디로 사라져 버린다. 남는 건 ‘마음에 든다 안 든다’를 단지 스타일의 문제나, 어떤 행태의 문제나, 그렇지 않으면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느냐 안 들어오느냐 이것만 가지고 판단을 한다.

 

“정신을 갖고 있으면 우리 정치에 있어서도 옳고 그름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 정치 지도자들을 제대로 못 키우고 우리 정치를 바르게 못 한다. 자기 기준이 있어야 옳고 그름을 보게 된다. 국학 운동은 정신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나. 그럼 옳고 그름의 문제가 보인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보고, 그런 운동을 정말 도울 수 있으면 같이 돕고 또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메시아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메시아가 돼야 한다. 그래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소 개인적인 질문이다. 오래전에 여당 새누리당 연찬 특감 초청받아서 수락했을 때 많은 질시를 받았다.

옛날이다. 내가 전 노무현 정부 때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왜 반대되는 정당에 가서 특강을 하고 그러느냐는 거였다.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나 스스로 가느냐 안 가느냐 고민도 했지만 당연히 가야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갔다. 그것이 나중에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서 총리 지명도 받고, 자유한국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의 대표가 되는 걸로 이어진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여기도 대한민국이고 저기도 대한민국이다. 야당도 대한민국이고 여당도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야당도 병이 났고 여당도 병이 났다. 근데 우리 같은 사람은 내가 그 정도 자격은 안 되지만 병을 진단하는 의사가 된 입장인데, 적군 아군을 가릴 이유가 뭐 있나? 다 환자인데.

 

“야당도 병이 났고 여당도 병이 났다. 다 환자인데 병을 진단하는 의사가 적군 아군을 가릴 이유가 뭔가?”

 

정당 입장에서는 대단히 기분 나쁘겠지만. 내 입장에서 봐서는 야당도 여당도 다 환자인데, 그 환자한테 가서 ‘당신이 어디가 아프다’라고 이야기를 해주는 게 왜 나쁘냐. 선거만 하면 국민이 패배하게 되고 정치는 자기들끼리 하는 이런 구조 속에서 지금 여야 가릴 게 어디 있나? 여당도 야당도 어디든지 가서 치료할 거 치료하고 잘못된 거 잘못됐다고 이야기를 해줘야 된다.

그때 내가 여당에 가서 한 말이 뭐였느냐? 당신들 잘한다는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었다. 당신들 어디가 아프니까 어디를 치료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왔다. 나중에 그 강연을 하고 나니까 오히려 강연을 들은 사람들 쪽에서 "자존심 상한다. 왜 상대방 진영 사람을 불러와서 우리 아픈 곳을 찌르게 하냐"고 야단이 났다.

반면 가지 말라고 했던 사람은 목소리가 줄었다. 아마 내가 거기 가서 좋은 소리 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라 어디가 아픈지를 진단해주고 온 거다. 그것은 대한민국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여기도 대한민국이고 저기도 대한민국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바람을 기대하면서 젊은 정치인을 선호하고 희망하는 것 같다.

정치를 꿈꾸는 젊은이들 어떤 가치나 기치를 가져야 하나?

나는 젊다고 무조건 다 인정하고 나이 들었다고 다 부정하고 그러지 않는다. 젊은 정치인 중에서도 나이 든 정치인보다도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정치인들이 있다. 배워야 될 건 안 배우고, 그저 정치권에서 돌아다니는 소위 말하는 여의도 문법이니 술수니 이런 거 먼저 배우는 친구들이 지금 숱하다. 젊은 정치인들 중에 많다.

 

김 전 위원장은 분명한 정신과 가치로 옳고 그름을 앞세운 젊은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사진= 김경아 기자]

 

그런가 하면 나이 든 사람 중에서도 아직도 그 순수성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다만 확률이 어느 쪽이 더 많은가 하면 젊은 사람들이 훨씬 덜 때가 묻고 그런 경우가 많다.

나는 젊은 정치인이 이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져도 좋다!' 예를 들어 프랑스혁명을 하거나 우리하고 별로 사이도 안 좋은 일본의 명치유신 같은 것도 그 당시 젊은이들이 다 일으켰는데 그 젊은이들이 성공을 확신하고 나온 게 아니다. 목숨을 걸고 정신 하나로 나온 거다.

 

"가치나 정신이 불분명하면, 젊다고 해서 좋을 거 없으니 정치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정신을 앞세워서, 옳고 그름을 앞세운 그런 젊은 정치인들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젊은 사람이 나오면서 '이 싸움은 이기는 싸움이니까 해야 되겠다. 이 싸움은 꼭 이겨야 되겠다.'는 생각만 한다. 이겨야 되겠지만 '질 수도 있고, 내가 죽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와주면 좋겠다.

그냥 젊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정신. 내가 추구하는 정신의 옳고 그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스스로 물어서 추구하는 가치나 정신이 불분명하고 없다 싶으면, 젊다고 해서 좋을 거 없으니까 정치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그 가치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가치를 위해서 죽어도 좋고, 져도 좋다. 서른까지 한번 해 보고, 30세 이상 35세쯤 되면 그때는 먹고 살 길 찾아서 막노동이든 사업이든 하겠다. 그런데 그전까지는 이 사회를 위해서 내가 한번 던져보겠다. 이런 정신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젊은 정치운동을 하려고 한다"

 

그것 없이 그냥 정치 한번 해볼까? 정치하니까 권력도 생기고 좋은데, 내가 정치 한 번 해볼까? 그런 단순한 마음으로 정치할 것 같으면 아예 정치하지 말아라. 아무 소용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들어와서 여기 가서 줄 서고 저기 가서 줄 서고, 여기 동원되고 저기 동원되고 딱하다. 그래서 제발 정신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나도 무슨 일을 하고 있다. 아까 이야기한 그런 자유주의 정신을 근간으로 하는 젊은 정치 운동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한다. “꼭 이겨야 되겠다는 사람. 꼭 오지 마라. 져도 좋다는 사람이 와라. 그래야지 한국 정치를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런데 멋있지 않나? 정말 '이 나라 한 번 바로잡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평생을 바치라는 것도 아니고 또 평생을 바칠 것도 아니고, 한 5년 간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을 한번 해보자.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거다.

세상이 지금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이 세상이 어디로 변하는지 공부 좀 하자. 그 공부하다 보면 자기 혁신의 역량도 커지게 된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선거도 질 거 뻔하지만 무소속으로라도 한번 나가서 싸워보자. 고함이라도 한번 지르고 내려오자. 이런 거 멋있는 거 아닌가?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건가?

 

미래 대한민국의 희망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국민들한테 있다. 새로 등장할 대통령한테도 있지 않고, 다음 선거에 당선될 국회의원한테도 있지 않고, 지금 행정을 움직이고 있는 관료들한테 있지도 않다. 그분들이 열심히 해주고 잘해주면 더더욱 좋은 거다. 기본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에 있다. 나는 믿는다. 정말 보통 국민이 아니다.

며칠 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BTS가 유럽에서 하는 3.1절 공연을 봤다. 그 3.1절 공연에서 아리랑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정말 가슴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구나. 가슴이 찡해지는 걸 느꼈다. 한국어를 유럽 사람들이 따라서 불렀다. 이런 정도의 기백과 정신, 역량이 우리에게 있다.

이 대한민국 국민이 굴곡은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해낼 것이다. 세계의 중심에 이 나라를 갖다 놓을 것이다. 정치가 방해만 안 하면 그렇게 갈 것이라고 난 믿는다.

 

지금의 언론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담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으로 K스피릿이 그런 새로운 언론, 새로운 담론의 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한다.

나도 기대하겠다. 왜 기대를 하는가 하면, 기존 언론과 좀 다를 것 아닌가? 기존 언론들은 나름대로의 메커니즘이 있다. 결국은 광고에 의존해야 되고,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여론이 안 좋아하면 잘못하면 매 맞는다고 피해 가고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 사회 문제에 굉장히 소극적이고 문제 제기가 안 될 수도 있는데, 오히려 K스피릿 같은 경우가 그런 데서부터 자유로울 수도 있다.

요즘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사실 매체가 크고 작은 데 별로 그렇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어디서 나온 작은 소리 하나가 크게 울리는 그런 세상 아닌가? 그래서 나도 역할을 기대하겠다. 

 

안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