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개천절에는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에서 개천대제 봉행과 전국체육대회 성화 채화식을 개최합니다. 마니산의 본래 이름은 마리산이며 마리산은 머리라는 뜻의 고어(古語)인 마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머리는 의미상으로 최고나 첫째의 뜻입니다. 우리 말 중에 ‘산마루’라는 단어에서 마루는 높은 곳을 의미하고, 종가(宗家)라 할 때 종의 훈과 음은 ‘마루 종’ 입니다. 여기서 ‘마루’는 최고, 최초, 높다는 뜻입니다. 또한, 고려중기 언어에서는 高(높을 고)를 ‘모라’라고 발음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마리, 마루, 머리에는 높다, 최고, 첫째 등과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화영 교사
이화영 교사

백두산(白頭山)도 우리말로 하면 흰머리산입니다. 백두산(白頭山)은 산머리가 1년 중 8개월이 눈으로 덮여 있는 데다가 흰색의 부석(浮石)들이 얹혀져 있어서 흰머리산이라는 뜻으로 백두산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백두산과 함께 단군이 천제를 지낸 영산(靈山)으로 전해지는 마니산도 ‘최고의 산’이란 뜻으로 마리산으로 불린 것입니다.

문헌상으로도 『고려사』에는 마리산, 두악(頭岳)으로 표기돼 있으며 『세종실록지리지』나 『규원사화』 등에도 마리산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니산이란 이름은 후대인 조선 성종 때의 『동국여지승람 강화부지』에 기록된 마니산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마니’와 ‘마리’가 함께 표기돼 있기 때문에 ‘마리’를 한자로 쓰면서 잘못 사용했거나 마니의 당시 발음이 마리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백두산은 2744m의 높이로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므로 으뜸이라는 뜻을 가진 마리산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마니산은 높이가 469m로 백두산에 비하면 크기가 아주 작습니다. 그런데도 으뜸이라는 뜻이 있는 마리산이라고 부릅니다. 조선일보 1999년 3월 30일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풍수 전문가나 기 수련가들이 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곳, 기가 솟구쳐 올라 몸과 마음이 편안한 곳으로 부르는 이런 생기처는 국내에서 10여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곳에 가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사람에게 활력이 생긴다. 민족의 성지로 불리는 강화도 마니산의 정상은 풍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생기처 중의 하나로 참성단 위에서 측정한 기에너지 수치가 전국에서 제일 높게 측정되었다.”

강화도 마니산은 산 높이는 높지 않지만, 전국에서 기에너지가 제일 강한 곳이기에 마리산으로 불린 것 같습니다. 마니산은 북녘 백두산 천지에서 직선거리로 500km 남짓, 남녘 한라산 백록담에서도 똑같이 500km 남짓한 거리에 있는 한반도 중앙부에 있습니다. 그리고 백두산과 한라산처럼 마니산 정상의 참성단에서도 물이 솟아났었습니다. 지금은 우물터만 남아 있지만, 대일항쟁기에만 해도 참성단에 올라 쪽박으로 물을 떠마시곤 했다고 마을 노인들이 이야기합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일제는 우리의 얼을 말려버리고자 백회 가루를 부어 우물을 폐쇄하였다고 합니다. 참성단에 올라가면 소사나무 옆에 나무 뚜껑으로 덮은 우물터가 있습니다. 암반으로 이루어진 정상에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우물이 있고 기에너지가 가장 강하며 백두산과 한라산 중간에 위치한 마니산은 영산(靈山) 반열에 오른 신성한 곳임을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곳이기에 단군이 참성단을 쌓아 하늘에 제사를 지냈고 고려·조선시대에도 국가 제사를 행하였습니다. 이런 제천의식은 1955년 전국 체전의 성화 채화를 계기로 부활되어 개천대제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매년 양력 10월 3일 개천절에 거행합니다.

참성단의 기초는 하늘을 상징하여 둥글게 쌓았고 단은 땅을 상징하여 네모로 쌓았습니다. 그런데 단을 왜 땅을 상징하는 네모로 했을까요? 하늘을 상징하는 원으로 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참성단 모양은 위가 땅인 지(地)이고 아래가 하늘인 천(天)으로 주역의 지천태(地天泰)의 괘상입니다. 땅은 아래로 내려가는 기운이고 하늘은 위로 올라가는 기운이므로 만약에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밑에 있으면 하늘과 땅은 만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으면 하늘과 땅이 만나게 되어 천지의 기운이 만나게 됩니다. 천지의 기운이 만나면 만물이 생성되고 화합하며 태평하다고 해서 주역에서 지천태(地天泰)라고 한 것입니다. 반대는 천지부(天地否)로 이 형상은 천지의 기운이 만나지 못하므로 만물이 불화하고 어긋나게 됩니다. 그래서 참성단은 하늘과 땅의 가운이 만나는 곳이어야 하므로 위에 있는 단을 네모로 아래에 있는 제단의 기초를 원형으로 만든 겁니다. 그리고 천제를 올리고자 사람이 참성단에 오르면 천, 지, 인 삼합(三合)이 이루어진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동짓날이 되면 태양이 참성단 방형 제단 중심부로 이어지는 돌계단 중앙으로 떠올라 제단 한가운데를 정확히 통과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일력(日曆)을 계산하기 위해 동지일출선(冬至日出線·동지 때 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표시하는 선)을 따라 방형 제단을 설계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보아 참성단은 제천(祭天) 의식 장소이자 하늘의 해와 별을 관측하는 천문관측소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성단 상방단 동쪽면에는 21계단의 돌층계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21의 숫자는 의미가 있는 숫자입니다. 단군사화에서 곰이 21일만에 사람이 되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것의 의미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동물의 성품인 수성(탐, 진, 치)과 사람의 성품인 인성(홍익정신)이 있는데 웅족의 사람이 21일 수도한 후에 동물적 성품인 수성(獸性)을 극복하고 인성(人性)을 회복한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21일 수도를 의미하는 숫자와 돌계단 21개가 일치합니다. 21개의 계단은 수도의 기간을 의미합니다. 이렇듯 마리산과 참성단에는 숨겨진 여러 가지의 뜻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