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음식을 구하기 위해”
“버려지는 음식을 구하기 위해”
  • 조민조 PD
  • minjocho@naver.com
  • 승인 2021.09.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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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UBC 울산방송 조민조 PD
UBC 울산방송 조민조 PD.
UBC 울산방송 조민조 PD.

지난해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 ‘모따이나이 키친’(2020)은 충분히 가치가 있음에도 버려지는 음식 재료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모따이나이’, 아깝다는 의미를 가진 일본말이다.)

영화감독이자 먹거리 운동가인 다비드 그로스라는 주인공이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 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다. 그런데 “가치가 남아있는 것은 버리지 않는다”는, 이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명제가 유독 ‘음식’에는 적용되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충분히 먹을 수 있음에도 버려지는 것들을 우리는 매일 마주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양은 어느 정도일까? 하루 평균 14,314톤, 전체 생활 쓰레기의 약 1/4에 이른다(환경부, 2019 통계). 에펠탑이 약 7,300톤이라고 하니, 단 하루에만 에펠탑 2개 무게만큼의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지는 셈이다.

그런데 음식물 쓰레기와 관련한 여러 통계 중에 유독 눈길이 가는 수치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먹다가 남겨서 버려지는 것들’일 텐데, 사실 그것은 전체 음식물 쓰레기의 30%에 불과하다. 57%에 이르는 대부분의 음식물 쓰레기는 유통과정과 조리과정에서 버려진다(환경부, 2010 통계). 소비자의 손에 이르기도 전에, 혹은 우리 식탁에 오르기도 전에 쓰레기가 되어 버려지는 것이다.

유통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이라면 어떤 장면들이 떠오르는지 문득 궁금하다. 가장 흔한 예로는 유통기한이 지나서 한 번에 폐기 처분되는 편의점의 삼각 김밥, 우유, 가공식품 같은 것들이지 않을까.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을 한 박스에 가득 담아 트럭으로 옮기는 모습을 언젠가 본 적이 있다. 아깝지만 버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85년부터 도입한 ‘유통기한 표시’ 때문이다.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최종 시한으로, 이 기한을 넘기면 유통업체에서는 더이상 판매가 불가능하며, 제조업체로 반품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지 못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을 소비할 수 있는 기한으로 오인하여, 아직 충분히 먹을 수 있는데도 쓰레기로 버리는 경우가 잦아진 것이다. 유통기한은 판매자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지,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기한을 나타낸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소비자가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유통기한을 폐기 시점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무려 56.4%에 이른다.

약 10년 전인 2010년, 환경부와 녹색성장위원회는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2012년까지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을 20% 이상 저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10년 전과 비교하면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1만 톤 이상 더 발생한다.  모든 지자체가 음식물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범정부 차원의 해결책은 요원한 상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이슈가 된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소비기한이란 소비자가 제품을 ‘소비’할 수 있는 시점을 말한다. 기존의 유통기한이 식품의 품질변화 시점을 기준으로 60~70% 앞당겨 설정되었다면, 소비기한은 식품 품질변화 시점의 80~90% 시한으로 설정하여 ‘소비자가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시점’을 좀 더 명확하게 인지하게 해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소비기한이 표시되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일이 사라지게 된다.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환경 부담을 감소하는 위한 조치다. 그리고 국회는 지난 7월 24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2023년 1월 1일부터는 유통기한 표시 대신 소비기한이 표시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소비기한에 따라 우리는 식품을 얼마나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정보를 알기 전에 딱 두 가지 조건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제품을 뜯지 않아야 하고, 둘째 식품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 두 가지를 지켰을 때, 치즈(냉장보관 0~5도)는 유통기한보다 70일, 식빵(냉장보관 0~5도)은 20일, 냉동만두(냉동보관 -18도)는 25일 더 두고 먹을 수 있다(식약처, 2009~2011 실험 당시 온도 기준).

소비기한 표시를 앞두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에 관한 것이다보니 충분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예민한 부분임에도 이렇게 일상의 변화를 제도로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는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자원과 그에 따른 환경파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만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오직 먹지 않고 폐기되는 음식물로만! (음식물 쓰레기 전쟁, 앤드루 스미스)

이 글에서 제일 처음 언급한 일본어 ‘모따이나이’는 단순히 ‘아깝다’로 직역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니라고 한다. 어원상으로 자연에 대한 존경을 포함한 개념인데, 이를 나타낼 수 있는 다른 적절한 표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어렴풋하게나마 그 느낌을 짐작해보려 한다.

자연에서 나는 모든 것들은 어렵게 열매를 맺은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낭비하지 않고 소중히 먹고 마실 때, 우리의 몸과 마음은 물론 지구도 건강해질 수 있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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