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는 BTS 전과 후로 나누어질 것이다.”

지구촌에 감성 충격과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BTS의 아버지 방시혁 대표. 그는 초기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뽑을 때 가장 중요시했던 것이 ‘재능’이 아닌 ‘인성’이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BTS의 성공요인을 분석한 책 《BTS Insight, 잘함과 진심》을 보면, 인재의 3가지 요소로 손꼽는 신체, 기량, 인성 중에서 방시혁 대표는 세 번째 요소인 인성적 요소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인성적 요소로는 도덕성만이 아니라 열정, 끈기, 성실성, 협동심 같은 것으로 보았고, 이러한 영역에서 문제가 있으면 선발하지 않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알려져 있다.

장래혁 교수(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장래혁 교수(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신체적 매력은 호감을 갖게 하고, 기량적 요소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지속성 차원으로 확대하면 인성적 요소가 가장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인간의 내재적 요소가 결국 잠재성 계발로 이어지고, 밖으로 드러나는 태도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늘날 BTS와 아미들이 함께 보여주고 있는 지구촌 감성 충격과 선한 영향력은 방시혁 대표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현대 교육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지덕체(智德體)’의 맨 앞에 놓인 ‘지(智)’. 서구 문명의 꽃으로 불리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공교육 시스템이 체계화된 지 200년이란 시간 동안 ‘인성’은 국가 차원의 인적자원계발의 첫 번째 목표는 되지 못했다.

‘지덕체’로 대표되는 지력 사회에서 인성은 대안교육의 상징처럼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하나의 건물에서, 동일한 교과를, 일정 시간 체계적으로 배웠던 지식기반 사회에서 교육은 국가발전의 핵심 원동력이었고 그 중심에 ‘지력(知力)’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인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고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과 인공지능(AI) 시대의 출현이 과거 착하고 도덕적인 것을 의미했던 인성을 인간 고유역량 계발 차원으로 확대해 바라보게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인간 역량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화한 것일까?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기둥에 새겨졌다는 유명한 말인 '너 자신을 알라'로 대표되는 그리스 철학은 2천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위력이 여전하며, 서양 근대철학의 출발점이 된 르네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역시 현대인들의 사상과 교육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 진화론의 등장으로 신과 인간을 바라보는 인식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생물학, 인지과학, 신경과학 등 인류 과학의 발달은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에 기반한 신체, 감정, 인지 사고체계에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BTS의 아버지 방시혁 대표는 초기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뽑을 때 가장 중요시했던 것이 ‘재능’이 아닌 ‘인성’이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미지제공=장래혁 교수]
BTS의 아버지 방시혁 대표는 초기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뽑을 때 가장 중요시했던 것이 ‘재능’이 아닌 ‘인성’이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미지제공=장래혁 교수]

 

바야흐로 건강의 핵심 키워드가 심장에서 뇌로 옮겨오고, 인간 의식의 기전을 밝히려는 뇌과학이 인류과학의 정점으로 주목받는다. ‘마음과 몸은 기능적으로 독립되어 있다’라는 예전의 명제는 인류 과학의 발달로 옛 문장이 되어버렸다. 인간의 역량 변화에 있어 상징처럼 되어버린 지력이 아닌, 더 근본적인 내적 요소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20세기 생물학과 신경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성장 기제가 다른 동물과 확연히 다름을 보여주었다.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닐 만큼 성장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오히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해진다. 열심히 스스로 기어야, 비로소 설 수 있고, 서야 걸을 수 있으며, 걸어야 뛰어다닐 수 있다.

방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아장아장 걷는 아기의 걸음마는 두뇌 운동영역을 발달시키고, 소리를 내어 책을 읽으며 말을 배우는 동안에는 언어영역이 개발된다.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만지작거리는 동작들은 뇌 속에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손의 다양한 감각을 발달시킨다. 뇌 바깥으로부터의 자극이 해당 두뇌 영역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신경망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오랜 성인기까지의 발달 시간 그리고 신체, 정서, 인지적 단계를 겪는 인간 뇌의 특별함이다, 아기의 뇌가 자신의 몸과 소통하면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신체적 발달이 먼저이고, 다음이 자신의 몸 바깥의 대상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정서적 발달 단계이다. 이 시기에는 생명체와의 다양한 교류의 폭과 깊이가 정서 기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지막이 뇌의 가장 바깥쪽에 해당하는 인지 학습의 발달이다.

성인의 뇌가 되면 뇌의 통합적 균형상태가 인지적 사고체계에 영향을 미친다.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직무스트레스, 집중 지속도, 업무 몰입도 등도 결국 개개인의 뇌 상태를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즉, 좋은 뇌 상태의 형성이 핵심이라는 얘기이다.

오늘날 인류 과학의 발달이 ‘인간은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한 모든 것을 제시해 주지는 못할지라도, 마음이 중요하고 몸은 그저 도구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몸이 마음에 미치는 우선적 영향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하지만, 고착화된 인간 역량에 대한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20세기 지식사회의 상징은 바로 아이큐였다. 초등학교 시절 IQ검사를 했을 때, 서로의 IQ를 놓고 친구들끼리 많은 얘기들이 오고 갔던 기억이 난다. 또래 사이에 비밀보장 규칙은 지켜지지 않아 IQ가 높게 나온 친구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반대로 낮은 친구들은 쑥스러워 얘기조차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할까. 오늘날 초등학교에서 전국 단위의 IQ 검사를 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는가. 변화의 핵심은 단순하다. 지난 1세기 동안 인간의 두뇌능력을 설명하는 단일개념으로 적용되어온 IQ 하나로 인간의 무한하고도 다양한 능력을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IQ 100년 역사를 저물게 했던 주인공 중 대표적인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인간 개개인의 가진 다양한 마음능력을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시각-공간지능,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대인관계지능, 자기성찰지능 및 자연탐구지능 8가지로 제시했다. 마지막 9번째는 인간 의식의 방향성을 상징하는 실존지능이다.

이 외에도, 경영 및 비즈니스 분야에서 부각 되었던 EQ(Emotional quotient). 직관, 혁신, 상상, 영감의 4가지 유형을 나누며 혁신적이고 창조적 사고의 중요성을 제시한 CQ(창조지능: Creative Quotient) 등 인간 두뇌능력에 대한 평가는 실로 다양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IQ 세대를 거친 부모들은 여전히 공부를 잘하면 ‘머리’가 좋다고 말하고, 체육, 음악, 미술 등 분야에 돋보이면 ‘재능’이 높다고 표현한다. 뇌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이 형성되는 순간 인공지능과 공존할 인류 첫 세대와의 소통에 장애가 생긴다.

바야흐로 20세기 교육을 벗어난 새로운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21세기 인간 역량에 대한 인식변화는 교육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오고 있다. 20세기에 지식과 기술이 밖으로 드러난 인간 역량의 대표적 지표였다면, 21세기는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내적 요소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기업에서의 면접 시간 증가와 채용방식의 고도화가 이루어진 배경도 맥락을 같이 한다.

하버드대학을 뛰어넘는 경쟁률, 캠퍼스 없이 100% 토론 및 과제풀이식 온라인 수업을 표방한 미래형 대학으로 주목받는 미네르바스쿨. 미국의 대학 컨소시엄인 KGI 인가 공식 대학으로 벤처 자본의 투자를 받아 2014년 첫 학생을 모집했다. ‘미네르바’라는 이름은 그리스신화 속 ‘지혜의 여신’에서 따왔다.

미네르바스쿨의 중요한 특징은 전 세계 7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점이다. 창의성인 상징인 문제해결력은 스스로 문제를 내고 풀어내는 과정에서 길러진다는 뇌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인간의 내적역량을 이끌어 내는 프로젝트기반학습(Project based Learning)을 채택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미래교육혁신모델인 ‘OECD Learning Framework 2030’에서도 불확실한 미래 사회에서 20세기 교육의 틀은 더 이상 학생들이 미래에 직면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학습자의 능동적 참여와 자기 주도성의 의미를 제시한 바 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이 국학기공을 공연하고 있다. '인성영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1년간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하는 ‘벤자민프로젝트’가  핵심 과정이다. [사진제공=장래혁 교수]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이 국학기공을 공연하고 있다. '인성영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1년간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하는 ‘벤자민프로젝트’가 핵심 과정이다. [사진제공=장래혁 교수]

 대학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네르바스쿨, 영국의 갭이어, 덴마크의 애프터스쿨, 한국 자유학년제의 모델이 된 아일랜드 전환학년제 등 선진국의 교육 혁신 모델 모두가 새로운 시대의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버드, MIT, 스탠포드 등 유수의 대학에서 이뤄지는 강의, 토론, 평가까지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누릴 수 있는 MOOC(무크) 등 지구촌 교육 패러다임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시점에, 2014년 한국에서 ‘인성영재’를 표방하며 설립된 특별한 학교가 있다.

학교 건물, 교과목 수업, 교과목 선생님, 시험, 성적표가 없는 ‘5無 학교’로 잘 알려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그 주인공. 이 학교의 혁신적인 교육 모델은 2014년 설립 첫해 27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수백 명 규모로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2016년에는 일본에도 설립됐다.

1년간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하는 ‘벤자민프로젝트’가 이 학교의 핵심 과정이다. 주체성과 자기 주도적 역량을 키우도록 하는 벤자민프로젝트는 프로젝트에 적합한 멘토를 선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또한 한 달에 한 번씩, 1박 2일 워크숍을 통해 인간 내적 역량을 높이는 체험형 훈련을 진행한다.

오프라인상 이외에는 사이버대학 수준의 LMS(학사관리시스템)를 통해 7개 과목 100시간 온라인 교육과 화상 토론이 매주 이뤄진다. 학생들이 스스로 물구나무서기를 할 수 있도록 벤자민 12단이란 것을 통해 신체적 단련을 필수화 한 것도 특별하다.

심신쌍수(心身雙數),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몸과 마음을 함께 수행하는 것을 가르침으로 삼았다. 신라의 화랑이 그러했고, 고구려의 조의선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민족 정신문화의 원형으로 불리는 ‘선도’의 핵심은 ‘몸에서 구하라’이다.

‘인공지능과 공존 혹은 경쟁할 인류 첫 세대’라는 시대적 변화는 결국 마음기제의 총사령탑이라는 뇌에 대한 주목, 나아가 인간 뇌의 특별함과 고유역량 계발에 대한 질문과 답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인간 역량에 관한 공통적 내용은 아직 없지만, 유엔공보국(UN-DPI) 비영리국제단체인 국제뇌교육협회가 ‘인간의 내적역량 계발을 통한 휴머니티 회복’이라는 제목으로 유엔에 제출한 지속가능성보고서에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원하는 변화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인간이 가진 다양한 능력 중에서 성공적 수행과 성과에 이르게 하는 내재적 특성으로 그러한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 태도, 가치관, 자아의식 등 개인의 행동적, 심리적 요인을 망라한다. ‘나는 누구인가’로 대표되는 내면탐색을 비롯해 정신적 회복탄력성, 인내와 용기, 자기주도성과 사명감, 영감과 통찰 등이 인간 내적 역량에 포함된다.”

 

장래혁 교수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브레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