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건국 시조나 영웅들이 알에서 태어난 탄생설화를 갖거나 또는 알 계통의 이름을 갖고 있는데 기왕의 연구에서는 이를 실제의 알(난卵)로 인식하여, 이러한 유의 설화를 난생(卵生)신화 계통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선도 기학의 얼·울·알 전승으로 바라볼 때 알은 실제의 알이 아니라 얼·울·알 삼원의 대표격으로서의 일기·삼기의 의미, 곧 ‘우주의 근원적인 생명력’의 의미이니 건국시조나 영웅들에게 알 계통의 탄생신화나 알 계통의 이름이 주어지는 것은 이들이 우주의 생명력에서 나온 존귀한 인물임을 강조한 표현임을 알게 된다.

정경희 교수(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정경희 교수(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이러하던 것이 후대에 선도문화가 쇠퇴하고 선도 용어의 원의미가 잊히면서 알의 원의미도 퇴색하여 단순 난생설화의 형태로 변질되어 갔던 것이다. 이외에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인 ‘아리랑’의 경우도 ‘아’ 또는 ‘아리’를 ‘알’, 곧 일기·삼기이자 근원적인 생명으로 바라볼 때 이것이 단순히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 정도가 아니라 한국선도의 오랜 생명문화의 진면모를 담고 있는 귀한 무형의 문화유산임을 알게 된다.

한국의 역사 전통에서 일기·삼기는 ‘삼태극’, ‘원방각’, ‘삼족오’ 등으로 형상화되어 왔다. 세 갈래 소용돌이 형태의 삼태극 표상의 경우 파랑색 갈래는 천, 빨강색 갈래는 지, 노란색 갈래는 인을 의미하는바,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 문양이다.

원·방·각의 경우 원=천, 방=지, 각=인을 의미하는데 기에너지가 ‘○ → △ → □’의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정형화, 물질화되어 감을 의미한다. 기에너지의 실체에 대한 자각이 쉽지만은 않기에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동물을 매개로 좀 더 쉽게 표현한 것이 ‘삼족오’ 표상이다. 하늘동물인 까마귀는 하늘에서 시작된 생명에너지를 상징하며 까마귀에서 갈라져 나온 세 발은 천·지·인 삼원을 상징한다.

◇한국사 속의 대표적인 일기·삼기 표상

[자료 제공=정경희 교수]
[자료 제공=정경희 교수]

 

일기·삼기를 인격화한 표현법도 있다.

 그것으로 ‘일’은 ‘하느님’으로, ‘삼’은 ‘삼신’으로 인격화하되 양자의 분리되지

 

 

않음을 염두에 두고 ‘하느님·삼신’으로 표현해 왔다.

하느님·삼신은 우주의 근원적인 생명에너지로서 만물이 생겨나는 출발점이므로 민간에서는 이러한 근원성과 창조성을 여성성으로 보아 ‘마고麻姑할미, 삼신할미, 마고삼신할미’ 등으로 불러 왔다. ‘마麻’는 ‘엄마·어머니’라는 의미의 우리말인 ‘마’에 대한 한자식 표기이고, ‘고姑’는 ‘할미=한[一·多·大] 어머니’에 대한 한자식 표기이다. 곧 마고는 ‘마(어머니)+고(한어머니)’의 첩어로 우주의 근원적 생명에너지인 일기·삼기에 대한 인격화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마고(마고·삼신, 마고할미, 삼신할미)는 한국 민간신앙의 대표적인 신격으로서 주로 아이를 점지해 주고 무탈하게 성장시켜 주는 생명신(산신産神)의 면모를 띠었다. 선도기학의 ‘일·삼, 일기·삼기’가 민간신앙에서는 ‘하느님·삼신’ 또는 ‘마고·삼신할미’에 대한 신앙의 방식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한국사속 일기·삼기의 인격화, 마고·삼신(삼신할미)

[자료 제공=정경희  교수]
[자료 제공=정경희 교수]

이러한 ‘일·삼, 일기·삼기, 하느님·삼신, 마고·삼신’이 비롯된 곳, 곧 우주의 한 지점은 ‘하느님나라(신국 國)’ 또는 ‘천궁天宮’으로 표현되었으며 구체적으로는 북두칠성 근방으로 적시되었다. 상고 이래 한국의 오랜 북두칠성신앙의 원류는 선도로서 하느님삼신신앙이나 마고삼신할미신앙과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사 전통에서 마고삼신의 이미지는 배달국 홍산문화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물·유적, 구비설화·신화 등의 형태로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