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폭염이 지나가고 있는 서울의 도심 속. 그래도 북한산, 인왕산 등 잠시 산자락에 접어들면 숲이 펼쳐져 휴식을 선물한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4층에서 야외로 나오자 마자 마주하게 되는 석파정 풍경. [사진=강나리 기자]
석파정 서울미술관 4층에서 야외로 나오자 마자 마주하게 되는 석파정 풍경. [사진=강나리 기자]

그중 부암동 석파정은 외부에서 짐작할 수 없는 숨은 비경이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4층에 올라 밖으로 나가는 유리문을 열고 나서면 이런 장관이 숨어있을 수 있었을지 놀라게 된다.

석파정을 향하는 계단에서 만난 상사화. [사진=강나리 기자]
석파정을 향하는 계단에서 만난 상사화. [사진=강나리 기자]

‘물과 구름이 감싸 안은 집’이라고 명명된 석파정은 철종 때 영의정을 지낸 김흥근의 별서였다. 흥선대원군이 절경에 반해 소유하고자 했으나 김흥근이 거절하자 고종을 머물게 함으로써 임금이 머문 곳에 신하가 거주할 수 없어 김흥근이 넘겨주었다고 전한다.

인왕산에서 이어진 계곡에는 지금 한창인 배롱나무의 붉은 백일홍이 피었다. 비가 온 뒤 물이 가득한 모습이었으면 더욱 아름다웠으리라. [사진=강나리 기자]
인왕산에서 이어진 계곡에는 지금 한창인 배롱나무의 붉은 백일홍이 피었다. 비가 온 뒤 물이 가득한 모습이었으면 더욱 아름다웠으리라. [사진=강나리 기자]

이곳 별채에는 고종황제가 기거하던 작은 방이 있어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조선 말 격동의 세월을 보낸 고종황제에게 이곳은 잠시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을지.

석파정 곳곳에 한창 피어난 꽃들. (시계방향으로) 목백일홍, 맥문동, 도라지꽃, 코스모스. [사진=강나리 기자]
석파정 곳곳에 한창 피어난 꽃들. (시계방향으로) 배롱나무 목백일홍, 맥문동, 도라지꽃, 코스모스. [사진=강나리 기자]

한여름 계곡을 따라 배롱나무의 붉은빛 목백일홍이 화사하고 한옥이 주는 한가로움이 가득하다.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8월이 한창인 보랏빛 맥문동을 비롯해 여러 꽃들과 아기손같은 단풍이 보인다. 사시사철 피고 지는 꽃들과 나무들을 심어 이 공간 안에 세상을 들여놓고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고종황제가 머물던 방. [사진=강나리 기자]
고종황제가 머물던 방. [사진=강나리 기자]

그러다 문득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위를 마주하게 된다. 코끼리를 닮은 듯한 너럭바위가 보인다. 아이가 없던 노부부가 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어 득남하였다고 하여 소원바위라고 불린다. 마치 돌산 같은 바위가 밖에서는 전혀 볼 수 없다는 게 신기하다.

석파정 깊숙한 곳에 자리한 코끼리 얼굴을 닮은 너럭바위.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야외 결혼식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사진=강나리 기자]
석파정 깊숙한 곳에 자리한 코끼리 얼굴을 닮은 너럭바위. 바위 오른쪽에는 위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지만 출입금지이다.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야외 결혼식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사진=강나리 기자]
돌담을 따라 여러 갈래의 산책길이 나타난다. [사진=강나리 기자]
돌담을 따라 여러 갈래의 산책길이 나타난다. [사진=강나리 기자]

 

산책길을 따라 오르면 이중섭의 황소 등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산책길을 따라 오르면 이중섭의 황소 등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한국 전통 건축양식과 청나라의 건축양식이 적절히 조합된 정자. [사진=강나리 기자]
한국 전통 건축양식과 청나라의 건축양식이 적절히 조합된 정자. [사진=강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