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문신 신위(1769~1847)는 “종이는 천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년을 간다(紙一千年 絹五百).”고 하여 우리나라 전통 종이인 한지의 뛰어남을 표현했다.

실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인 신라의 ‘무구정광다라니경’뿐 아니라 ‘백지묵서화엄경’, ‘대방광불화엄경’ 등 1천 년을 견뎌 전해진 국보들이 우리 한지의 우수성을 입증한다.

문화재청이 지난 28일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로 인정한 김삼식 장인.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이 지난 28일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로 인정한 김삼식 장인.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청장 김현모)는 지난 28일 우수한 한지 제조 기술을 보유한 김삼식(경북 문경), 신현세(경남 의령), 안치용(충북 괴산) 3명을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로 인정했다.

이로써 현재 유일한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인 홍춘수(전북 임실군) 장인과 함께 한지 전승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삼식 씨는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문경 한지장’보유자로, 1955년 입문해 약 67년간 한지에 몰두한 장인이다. 닥나무, 황촉규 등 한지 생산을 위한 모든 재료를 직접 재배해 안정적인 재료 수급 환경을 갖추고 있고 도구와 설비 등을 현대화, 정량화하면서도 정통성을 고수하는 노력으로 전통한지 제조에만 전념해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가 생산한 한지는 국내에서는 ‘고려초조대장경’복간을 비롯해 2018년에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소장 로스차일드 컬렉션 판화 ‘성캐서린 결혼식’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 복원에도 활용되었다.

문화재청이 지난 28일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로 인정한 신현세 장인.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이 지난 28일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로 인정한 신현세 장인. [사진=문화재청]

신현세 씨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한지장’보유자로 1961년 입문해 약 61년간 한지 제작에 몸담았으며, 오랜 기간 보수, 복원용 한지만 특화해 생산하고 있다. 전통연장과 설비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전통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비롯해 각종 고문헌의 보수, 복원과 경전을 필사하는 사경용 전통한지를 특화해 생산하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치용 씨는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한지장’보유자로 1981년 입문해 41년간 한지제조에 종사해왔다.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였던 고故 류행영 씨에게 제조기술을 전수받아 숙련도가 높고, 연장과 설비도 전통성을 유지하고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화재청이 지난 28일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로 인정한 안치용 장인.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이 지난 28일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로 인정한 안치용 장인. [사진=문화재청]

한지는 닥나무를 채취해 찌는 ‘닥무지’ 과정을 거쳐 껍질을 벗기고 백피를 만들고, 잿물을 만들어 닥섬유를 삶고 두드리기, 닥풀 만들기, 지료와 닥풀 섞기, 물질하기, 탈수하기, 건조하기, 도침하기 등 20여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물과 불, 잿물과 황촉규액(닥풀) 등 자연 재료를 조화롭게 활용하면서 질긴 속성을 가진 닥나무의 섬유를 손상시키지 않고 만들기 때문에 두께가 얇아도 질겨 강도가 높고 보존성이 좋은 종이로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