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의도를 시각적 메시지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메신저입니다"
"저자의 의도를 시각적 메시지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메신저입니다"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1.07.26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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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디자이너 이정희 씨(한문화출판사 디자인제작팀장)

북디자이너 이정희 씨는 어느 날 서울 지하철에서 잡지 광고를 보며 '저런 좋은 느낌을 주는 책을 디자인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건강 단》이라는 잡지였다. 당시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한 단계여서 막연한 꿈에 불과했지만, 《건강 단》은 이정희 씨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 후 한문화출판사에서 근무하게 된 그가 디자인을 맡은 책이 《건강 단》이었다.

북디자이너 이정희 한문화출판사 디자인제작팀장. [사진=김경아 기자]
북디자이너 이정희 한문화출판사 디자인제작팀장. [사진=김경아 기자]

 

 "막연한 생각을 하였는데, 한문화멀티미디어에 근무하게 되어 신기하게도 꿈을 이루었습니다. 그때는 본격적으로 북디자인을 시작하여 수십 권의 책을 만들게 될 줄을 몰랐지요."

그는 현재 한문화멀티미디어에서 디자인제작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관상식물을 주로 다루는 관상원예를 전공했다.

"어렸을 때 미술에 관심이 많던 언니의 영향으로 생활 속에서 미술작업이나 공예품을 즐겨 만들었어요. 대학에서는 관상원예를 전공하여 조경 관련 실습을 하며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 시기가 인쇄 디자인업계가 수작업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한 디자인작업으로 전환할 때였어요. 그런 걸 보면서 컴퓨터 그래픽프로그램을 배우게 됐습니다."

이 팀장이 근무하는 한문화출판사는 1988년 창립되어 올해 33년이 됐다. 그동안 건강, 교육, 명상과 정신세계, 인문심리 등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간했다. 최근에는 환경 관련 책도 기획하고 있다. 이 팀장은 한문화가 '나와 세상을 두루 이롭게'라는 비전으로 몸과 마음, 영혼을 위한 대안적 가치를 추구하는 책을 펴내는 데 이끌려 몸담게 되었다고 한다.

원고가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기까지 편집, 교열, 인쇄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며 그 과정에서 북디자인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북디자이너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업을 할까. 이 팀장은 예상이라도 한 듯 자세하게 설명을 했다.

북디자이너 이정희 한문화출판사 디자인제작팀장이 출판사 편집실에서 북 디자인을 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북디자이너 이정희 한문화출판사 디자인제작팀장이 출판사 편집실에서 북 디자인을 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북디자인(Book design)은 책 한 권의 형태를 만들어 내기 위한 디자인 과정이어요. 디자이너는 먼저 편집자에게서 받은 원고를 읽고 텍스트를 이해하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합니다. 이후 디자인 일정을 계획합니다. 그리고 편집자와 디자인 방향을 이야기하며 이 책을 읽을 독자는 누구인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책의 크기(판형), 본문 글씨의 크기, 여백 등 적합한 형태를 찾아갑니다. 편집 프로그램으로 본문 포맷을 만들고, 편집 디자인하여 교열 내용을 반영하여 완성합니다. 러프 스케치, 거친 밑그림이라고 하죠. 러프 스케치 작업을 하여 표지 디자인을 구상하고 시안을 만듭니다. 이 시안을 놓고 몇 차례 회의를 하여 수정하고 확정되면 최종 작업을 하고 저자와도 공유합니다. 인쇄 전에 색상 교정지로 미리 확인한 후 인쇄 시 색상과 상태를 감리합니다. 이후 인쇄를 하게 됩니다.”

이 팀장의 설명을 들으면 북디자인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싶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북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시각적인 메시지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러프 스케치 단계에서 원고를 읽고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제목은 어떤 느낌을 줄지 캘리그라피나 적합한 서체를 사용하여 타이포를 완성하고, 일러스트나 사진을 활용하여 느낌을 더합니다.”

이런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책 인쇄가 끝나면 북디자이너의 일이 끝나는가. 했더니 그게 아니란다. 이 팀장은 “책이 출간된 후에는 온라인, 오프라인 홍보물을 디자인한다"며 웃었다.

이정희 팀장은 “북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시각적인 메시지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이정희 팀장은 “북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시각적인 메시지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게다가 북디자인의 트렌드도 계속 변하여 이 또한 북디자이너로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온라인으로 계속 신간의 디자인을 살펴볼 뿐만 아니라 수시로 서점에 가서 실제 책을 보고 북디자인을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다.

“북 디자인은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어요. 책 표지는 책의 얼굴로서 독자가 책의 내용에 관심을 갖는데 많은 영향을 끼치고 구매에도 영향을 줍니다. 요즘은 책 내용에 관한 정보보다 책의 첫 인상, 직관적 흥미, 느낌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많은 추세입니다. 본문 디자인은 서체와 디자인 요소로 가독성을 높여 정보 전달력이 좋으면서 세련된 디자인인지에 따라 콘텐츠의 신뢰도를 높여줍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테디셀러의 경우에는 표지를 리커버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는 표지를 리커버하여 재출간하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출판계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출간한 지 오래된 책의 표지를 새롭게 바꿔 재출간하는 경우도 많이 팔릴 수 있어 마케팅 차원에서 추진하기도 합니다. 한정판으로 세련되게 표지를 디자인하여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다양한 독자의 취향을 저격해 구매력을 높이기도 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자책 출판 비중이 커지는 추세인데, 이 또한 북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 팀장은 먼저 “현재는 같은 디자인으로 종이책과 동시에 전자책을 출간하는 상황”이라면서 이후 추세에 관해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전자책은 기술의 발전으로 멀티미디어 기능이 추가되어 IT기술을 활용한 좀 더 액티브한 형태를 띠게 될 것입니다. 또한 증강·가상현실(AR·VR) 기술이 책에 적용되어 책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간다고 합니다. 그에 맞는 디자인 툴을 익히고 전달력을 높여야겠지요.”

다른 직업도 그렇겠지만, 결코 안주할 수 없는 직업이 북디자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과정에서 펴낸 책이 소중하지 않은 것은 한 권도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가 디자인한 책 가운데 기억에 남는 책은 어떤 것일까?

"잡지 디자인을 하며 처음으로 단행본 작업을 하게 된 《뇌호흡》 책이 먼저 떠오르네요. 끊임없이 줄선 독자들이 저자의 사인을 받기 위해 《힐링소사이어티》 책을 들고 기다리던 광경도 감동적이었습니다. 100만 명 이상이 읽은 《아이 안에 숨어 있는 두뇌의 힘을 키워라》는 디자인한 사람으로서도 뿌듯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작업한 신간 《오늘부터 수승화강》은 코로나 시대 꼭 필요한 텍스트라 수승화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이미지를 잘 표현해 직관적으로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정희 티장은 북디자이너의 조건은 “책을 통해 좋은 콘텐츠를 세상에 전하고 싶다는 마음과 열정이 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이정희 티장은 북디자이너의 조건은 “책을 통해 좋은 콘텐츠를 세상에 전하고 싶다는 마음과 열정이 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북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공부가 필요할까. 북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이정희 팀장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책을 통해 좋은 콘텐츠를 세상에 전하고 싶다는 마음과 열정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텍스트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인문적 소양을 갖추면 좋겠지요. 독창성과 창의성을 키우고 디자인뿐만 아니라 출판에 대한 기본 지식과 컴퓨터 편집프로그램도 원활히 다룰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요. 또한 편집자와 함께 하는 협업이므로 적극적인 소통과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는 건강관리가 중요하다며 그가 하는 방법을 들려주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스트레스 받을 때는 명상을 통해 상상력을 높입니다. 일에 몰두하다 보면 모니터 속으로 들어갈 듯 거북목이 되기 쉽고 어깨, 손목 관절 등 통증에 시달리게 되니 일부러라도 호흡을 크게 내쉬며 자신의 상태를 관찰하고 환기시켜야 합니다. 중간 중간 스트레칭으로 이완도 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장시간 앉아 있으니 순환이 안 돼서 틈틈이 스쿼트로 하체단련을 합니다. 어깨통증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어서 매달리기, 턱걸이도 더 신경 써서 연습하고 근육을 단련합니다. 요즘에는 제가 디자인한 책 《오늘부터 수승화강》을 항상 옆에 두고 책 내용을 참고하면서 단전치기, 배꼽 힐링, 중완혈 힐링, 목 스트레칭을 수시로 합니다.”

어려서부터 잔병치레를 했던 이 팀장은 1995년부터 단월드에서 수련을 시작한 후 건강해져 평생 브레인명상을 하고 있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요즘 AI 음성을 활용해서 《오늘부터 수승화강》 오디오북 샘플을 작업합니다. 소셜미디어 영상을 통해 책을 홍보하기도 하구요. 전통적인 종이책을 넘어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이 콘텐츠를 경험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나와 세상을 두루 이롭게 하는 건강한 콘텐츠가 온·오프라인 시공간을 넘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독자와 만날 수 있도록 새로운 디자인 툴을 익히고 활용하여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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