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환경시대, 기업의 책임과 역할은? ”
“필환경시대, 기업의 책임과 역할은? ”
  • 조민조PD
  • minjocho@naver.com
  • 승인 2021.07.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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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UBC 울산방송 조민조 PD
UBC울산방송 조민조PD.
UBC울산방송 조민조PD.

오늘도 열심히 '비·헹·분·섞'을 했다. 잠깐, 여기서 '비·헹·분·섞'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테니 설명을 하고 넘어가자면, 환경부에서 제시한 분리배출시 지켜야 4가지 원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는’ 것을 줄여 '비·헹·분·섞'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페트병에 들어있는 음료를 마셨다고 치자. 깨끗하게 비운 후에 물로 세척하고, 음료에 붙어있는 라벨을 제거한 후, 다른 재활용품, 이를테면 우유팩이나 캔 등과 섞이지 않게 배출했다면 분리배출 4원칙을 제대로 지켰다고 할 수 있다. (재활용 쓰레기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으니, 재활용품이란 단어를 쓰기로 한다. 좀 더 정확한 명칭은 ‘재활용 가능자원’이다)

이렇게 분리배출 4원칙을 지키기 전에 살펴봐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분리배출 표시다. 삼각형에 화살표시가 순환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익숙한 모양? 맞다. 그 아래에는 캔이나, 유리, 알루미늄, 철, PE, PP, PS, PET 등이 새겨져 있는데, 평소에는 눈 여겨 볼 일이 없는 이 표시들은 사실 꽤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제품 또는 포장재 재활용에 있어서 우리가 생각하는 생산자(기업)의 역할과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과거에는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없었다. 정확히는 ‘필요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생산자는 그저 제조·판매만 하고, 소비자는 구매를 하고, 쓸모를 다한 제품 또는 포장재는 폐기하면 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8, 90년대 들어 소비시장이 커지고 일회용품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단순히 폐기만으로 쓰레기 문제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 되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다.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생산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요지다.

그런데 생산자가 수거부터 재활용까지의 과정을 직접 책임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대신 재활용 의무대상 포장재에 삼각형의 분리배출 표시를 넣기로 한다. 생산업체는 이 제도에 따라 환경부담금을 내고, 이 환경부담금의 일부는 재활용 업체의 지원금이 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즉, 생산자는 분리배출 표시를 표기하고 환경부담금을 냄으로써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잠깐, 그것만으로 생산자(기업)는 거대한 재활용 문제에 있어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쓰레기 문제가 단순히 분리배출 표시만 하고 재활용 업체 지원금으로 쓰일 부담금을 냈다고 해결되는 일일까?

분리배출표시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재활용되기 어려운 제품들이 얼마나 많은지 주변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애주가라면 한 번쯤은 마셔봤을 숙취 해소 음료 뚜껑을 살펴보자. 일반 유리병처럼 알루미늄 마개가 아닌, 그 위에 플라스틱 틀을 덧씌워놓았다. 모양을 특이하게 해야 잘 판매된다는 이유, 취중에 알루미늄 뚜껑에 손을 다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이런 이중 뚜껑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분리되지도 않는 이 뚜껑은 어떻게 배출해야 할까? 이건 알루미늄일까, 아니면 플라스틱일까? 정답은 ‘둘 다 아니다’.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아니, 일반 쓰레기로 버릴 수밖에 없다.

판매를 위해 용기를 특이하게 만듦으로써 마지막에 폐기될 때는 ‘예쁜 쓰레기’가 되는 대표적인 예는 화장품 용기일 것이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자발적인 시민 모임인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이 전국에서 모은 6,617개의 화장품 용기를 직접 분석했는데, 그중 재활용 가능한 화장품 용기는 18.7%에 불과했다.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유색 또는 반투명 페트병(29.4%)이거나 기타(other)재질인 경우(19%)가 절반을 차지했다.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에서 생산자에 요구하는 건 크게 3가지다. ▲재활용 가능한 재질로 용기를 개선하는 것 ▲리필을 활성화해서 새 용기 생산을 줄이는 것 ▲다 쓴 용기를 역회수하는 것. 쓰레기 문제에서 기업들에게 한 단계 더 나아간 요구를 한 것이다. 단순히 재활용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것까지가 생산자의 책임이라고.

기업을 향한 소비자의 이런 ‘어택’은 꽤나 효과가 있는 편이다. 일부 음료병에 붙어있던 빨대가 꼭 필요하냐는 ‘빨대 어택’에 생산기업에서는 빨대를 빼고 음료를 출시하기 시작했고, 제품 보호에 플라스틱 받침대가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는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운동연합이 진행한 ‘플라스틱 트레이 제로 캠페인’에 대해서는 관련 식품기업들이 제품 개선을 선언했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약간의 찜찜함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왜 기업들은 소비자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해야만 움직이는 것일까? 결국 기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소비자라고, 소비자가 가장 큰 힘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이런 방향은 결국 생산자의 의무는 축소하고 소비자의 책임만 키우는 논리가 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어택’이라는 이름으로 등 떠밀기 전에 기업은 먼저 나서서 재활용이 잘되도록, 쓰레기가 덜 나오도록 제품을 생산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팔면 끝인 시대는 이제 지났다. 모든 면에서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는 인류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시대, 필환경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기업들이 먼저 인정하고 스스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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