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도 인식의 출발점은 기철학적 세계관, 곧 ‘선도기학’이다. 선도기학은 존재의 본질 및 시始·종終에 대한 인식, 많은 존재들 중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본질에 대한 인식, 사람의 내적 수행 및 외적(사회적) 실천에 대한 인식 등 선도와 관련된 일체의 사상이 파생되어 나오는바, 선도문화의 출발점이자 뿌리이다. 선도기학에서는 존재의 본질이자 우주의 근원적인 생명에너지로 ‘일一, 일기一氣’를 제시하고 이것이 천天·지地·인人 삼원三元(삼三, 삼기三氣)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바라본다. 한국사 속 선도 전통에서는 ‘일’, ‘천·지·인’이라는 표현보다는 우리말 ‘한’, ‘얼·울·알’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해 왔다.

정경희 교수(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정경희 교수(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천·지·인 삼원은 기에너지의 3대 요소로서 ‘정보·질료(물질화되기 이전의 원물질)·기에너지’, 또는 ‘빛(광光)·파동(파波)·소리(음音)’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기는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느껴지는 에너지’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정보’나 ‘질료’까지 포함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기이다. ‘천기=정보·의식=빛[光], 지기=질료·원물질=파동[波], 인기=기에너지=소리[音]’는 이러한 관점의 해석이다.

천·지·인 삼원은 모두 기이며 다만 기의 형태만 다를 뿐이다. 곧 기는 ‘천기(정보, 빛[光]) ↔ 인기(기에너지, 소리[音]) ↔ 지기(질료, 파동[波])’의 순으로 밝고 가벼운 차원에서 어둡고 무거운 차원 사이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천·인·지 삼기 중에서도 특히 ‘인기’는 삼원을 조화調和시키는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물론 인기가 천기나 지기보다 우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선도에서는 ‘일一’이라는 삼원의 바탕을 중시하므로 천·지·인 삼기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서열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합일·비서열적’ 천·지·인관은 ‘천·지·인 합일관’으로 명명된다.

이처럼 ‘일(일기)’와 ‘천·지·인 삼(삼기)’는 존재의 ‘본질’로서 불가분리성을 띠기 때문에 ‘일·삼, 일기·삼기’(이하 일기·삼기)로 표현된다. 일기·삼기는 ‘정보와 원물질을 지닌 기에너지’ 또는 ‘미세한 소리와 진동을 지닌 빛’으로 이것이 동북아 상고 이래의 선도문화에서 이야기하는 ‘밝음’의 실체이다.

일기의 우리말이 ‘한’, 천·지·인 삼기의 우리말이 ‘얼·울·알’이라면 일기·삼기의 분리될 수 없는 속성을 염두에 둘 때 ‘얼·울·알’은 ‘한얼·한울·한알’이 된다. 또한 천·지·인 삼기 중에서 대체로 인 차원이 삼기를 조화調和하는 중심 역할을 담당하여, 인 차원에 천·지·인의 대표성이 부여되어 왔기에 ‘얼·울·알’ 전승 중에서 특히 ‘알’ 전승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