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를 만드는 목수’입니다. 좀 더 자세하게는 ‘나무를 재료로 짜맞춤 방식을 통해 현대 디자인의 가구를 만드는 목수입니다.”

작가 김윤관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는 공예 미학의 핵심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만드는 것’이라고 믿으며, ‘더 잘 만드는 것’ 역시 ‘새로움’을 구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사물 본연의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넘침을 덜어내며 조선 목조 가구에서 발견한 한국적 미의식의 정수를 쫓는다. 나무라는 물성이 주는 깊이와 미감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도록 천천히 시간을 들여 나무를 깎고 다듬어온 목공예장인이다.

책장, BM bookcase BM  1820(W) × 420(D) × 920(H).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책장, BM bookcase BM 1820(W) × 420(D) × 920(H).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그가 해온 작업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를 연다. 2GIL29 GALLERY <이길이구 갤러리>는 오는 6월 24일부터 27일까지 김윤관 작가의 “Contemporary Craft Furniture”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현시대에 필요한 기능과 디자인을 담아 허튼 과정 없이 모든 과정을 치밀하게 손끝에서 완성해내려는 그의 지향점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방탁자 경 sabangtakja “KYUNG”, 330(W) × 320(D) × 2100(H).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사방탁자 경 sabangtakja “KYUNG”, 330(W) × 320(D) × 2100(H).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이번 이길이구 갤러리에서 선보일 5종 12점의 작업은 2012년 시작해 10년 이상 몰두해온 ‘조선 클래식The Joeseon Classic’ 시리즈의 하나로 ‘전통 traditional’이 아닌 ‘클래식 classic’으로 남을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작업 철학을 관통하는 방법론이 녹아있다.

극도의 심미안과 절제, 수련을 갖추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멈춤의 미학, 소위 ‘8할의 아름다움’을 가진 ‘조선 미학’에 근간을 두고 동시대성이 담긴 작업을 추구해온 그의 작업은 절제된 간결함으로 완성되는 조화와 균형미가 빼어나다.

책담 BOOKCASE Chaek Dam.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책담 BOOKCASE Chaek Dam.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할 ‘삼방탁자’는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조선 목가구 ‘사방탁자’의 새로운 버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특히 철저하게 ‘기능’을 근간으로 해 온 그의 작업이 큰 전환점을 맞이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에 더욱 가치 있다. 2017년에 다녀온 유럽의 수도원 기행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작품은, 여행 이후 삶의 가치관이 크게 변했다는 그가 구상 후 무려 4년만에 완성한 목공 작품이다. 지금까지 작업 중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꼽는 기대작이다.

문갑 후 the stationery chest of drawers “HOO” 2100(W) × 440(D) × 410(H).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문갑 후 the stationery chest of drawers “HOO” 2100(W) × 440(D) × 410(H). [사진제공=이길이구갤러리]

 

“좋은 목가구 한 점을 만드는 것은 기술도 공구도 나무도 아니고 시간이다. 시간이, 기다림이, 기다림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마음이 눈길과 손길을 머물게 하는 가구를 만들게 한다.” 그가 작업에 임하는 자세이다.

그의 신작은 ‘적절한 멈춤’으로 완성된 작업을 통해 장인의 숙련된 시간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길이구 갤러리의 전시를 통해 속도감에 치중한 현대인에게 기다림과 느림의 시간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개요

전시제목 : 김윤관 Contemporary Craft Furniture

전시 기간 : 2021. 6. 24 – 6. 27

전시 장소 : 2GIL29 GALLERY이길이구 갤러리(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158길35 가로수길)

전화: 02-6203-2015

관람 시간 : 오전 10시 - 저녁 7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