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건암 이홍수 씨가 ‘2021 홍익문화상’ 개인부문 문화인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국학원은 지난 11일 단군탄신일을 맞아 삶 속에서 ‘홍익’을 실천해온 개인과 단체의 모델을 발굴해 이 시대의 진정한 홍인인간상을 제시하고자 ‘홍익문화상’을 제정하고 조각가 이홍수 씨 등 수상자를 발표했다. 홍익문화상 시상식은 오는 19일 오후 1시 30분부터 국학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한다.

국학원은 '2021 홍익문화상' 개인부문 문화인상에 20여 년 단군상을 제작한 조각가 건암 이홍수 씨를 선정했다. [사진=국학원]
국학원은 '2021 홍익문화상' 개인부문 문화인상에 20여 년 단군상을 제작한 조각가 건암 이홍수 씨를 선정했다. [사진=국학원]

2021홍익문화상 심사위원회는 조각가 이홍수 씨를 홍익문화상 개인부문 문화인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현대미술과 설치미술을 전공한 이홍수 씨는 지난 1998년 통일기원국조단군상 건립운동 당시 단군상 조각 의뢰를 받은 것을 계기로 20여 년간 단군상을 만들어 그 수가 무려 2만여 개에 이른다. 한민족역사문화공원의 역사 인물 역시 모두 그의 작품이며, 국내 최대 높이로 제작된 지구를 든 단군상 역시 그의 작품이다. 단군과 하나가 되어 홍익을 몸소 표현해 온 그의 삶의 여정은 홍익의 표현과 꿈의 길이다.”

수상자인 건암 이홍수 조각가는 “단군의 일을 처음 시작할 때 그냥 뜻 없이 시작했는데 그것은 제 삶이 바뀌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단군할아버지가 이제 제 삶을 관통해서 흐르는 큰 강으로 느껴집니다. 할아버지의 뜻인 홍익인간 이화세계가 이루어지도록 더욱 분발하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건암 이홍수 조각가는 1998년부터 단군상을 제작해 2만여 기에 이르고, 한민족역사문화공원의 국내 최대 단군상과 역사인물을 조성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건암 이홍수 조각가는 1998년부터 단군상을 제작해 2만여 기에 이르고, 한민족역사문화공원의 국내 최대 단군상과 역사인물을 조성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이홍수 씨는 원래 설치미술을 하던 중견작가였다. 홍익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소와 조각을 전공한 뒤 미술계에 발을 들였다. 그가 단군상과 인연을 맺은 첫 시작은 ‘통일기원 국조단군상’이었다.

1998년 ‘통일기원국조단군상 건립운동’은 IMF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진 국민의 가슴에 꿈과 희망을 심고 민족이 하나로 단결할 수 있는 구심점을 제시하기 위해 전국에 360기를 세우자는 시민운동이었다.

“단군할아버지로는 제 처녀작이었죠. 그 후 몇 점을 더 제작해 그해 11월 20일 밀양의 동강중학교에 세웠고, 2개월 뒤 목천에 세웠습니다. 이런 속도로 진행된다고 여기고 느긋하게 준비했는데 갑자기 매일 10여 통씩 전국 각지에서 준비되었으니 빨리 와달라는 연락이 빗발쳤죠.”

단군상 건립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360기가 전국에 세워졌다. “예상치 못한 속도로 일이 진행되어 저도 놀랐습니다. 그리고 모든 비용이 국민들이 한푼 한푼 보낸 성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때 함께 한 분들의 뜨거운 열정과 마음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쁨만 찾아오지 않았다. 얼마 후 왜곡된 신념을 가진 이들이 벌인 단군상 훼손 사건이 발생했고 그런 일이 70여 번 계속되었다. 이홍수 씨는 그때마다 아침에 훼손 사실을 발견하고 연락이 오면 아무리 멀어도 그날 달려가 정상 복구를 해 놓았다. 단군상 훼손 사건으로 학계와 언론계에서는 단군할아버지와 고조선 역사에 대한 담론이 뜨겁게 이루어지고,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었다.

이홍수 씨는 “훼손된 단군상을 보수하고 교체하러 다니면서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단군할아버지에 관한 일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그 선택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충북 영동 국조전에 6m가 넘는 단군할아버지를 세웠고, 2008년에는 한민족 역사문화공원 조성에 참여했다. 그해 개천절까지 6개월 만에 국내 최대 높이인 단군상을 비롯해 우리 역사와 정신의 맥을 이은 위인들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무명용사까지 20여 기의 위인상을 제작하는 강행군이었다.

건암 이홍수 조각가가 세운 국내 최대의 국조 단군상이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 세워져 있다. [사진=황연아 기자]
건암 이홍수 조각가가 세운 국내 최대의 국조 단군상이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 세워져 있다. [사진=황연아 기자]

조각가 이홍수 씨는 당시 일념으로 이루어낸 기적과도 같은 제작과정을 이야기했다. “단기간에 해내기 위해 중국의 조각마을에 의뢰하고자 했으나 과정에서 걸림돌이 있었고 내키지 않더군요. 결국 국내에서 제작하기로 하고 후배들과 작업을 진행했죠. 그중 단군상은 6부분으로 나눠 맨 아래 부분이 완성되면 바로 주물공장에 보내고, 또 다음 부분이 완성되면 주물공장에 보내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개천절을 앞두고 초긴장 상태에서 단군상이 하나하나 맞춰지고 정확하게 균형을 잡고 완성된 걸 확인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그 후 그는 단군조선을 넘어 배달국 시대를 다스린 한웅상을 미국 세도나와 충북 영동에 세웠다. 그리고 신라시대 박제상이 쓴 《부도지》 속 한민족의 창세기에 나오는 인류의 근원인 지구어머니 마고를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 세웠다.

홍익문화상 문화인상 수상자인 조각가 건암 이홍수 씨가 세운 지구어머니 마고상. [사진=황연아 기자]
홍익문화상 문화인상 수상자인 조각가 건암 이홍수 씨가 세운 지구어머니 마고상. [사진=황연아 기자]

조각가 건암 이흥수 씨는 “요즘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로 지구가 중병을 앓고 있죠. 인류가 지구어머니 마고의 정신과 만난다면 지구의 문제, 인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합니다. 지구어머니를 가슴에 품은 홍익인간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라고 했다. 이홍수 씨가 20여 년을 이어온 단군과 한웅, 마고로 이어지는 깊은 인연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