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농부의 땀과 갈증을 해소해주고 집집마다 빗어 나눴던 발효음식, 막걸리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15일 막걸리를 빚는 작업과 함께 다양한 생업과 의례, 경조사 활동에서 나누는 전통 생활관습을 포괄해 ‘막걸리 빚기’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삼국시대 이전 농경시기부터 전승해온 '막걸리 빚기'가 국가무형문화재 144호로 지정되었다. [사진=문화재청]
삼국시대 이전 농경시기부터 전승해온 '막걸리 빚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사진=문화재청]

이번 막걸리 빚기는 2019년 ‘숨은 무형유산 찾기’와 ‘국민 신문고 국민제안’을 통해 국민이 직접 제안해 지정된 첫 사례이다.

막걸리의 ‘막’은 ‘바로 지금’, ‘바로 그때’를 뜻하고, ‘걸리’는 ‘거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이름 자체에 술을 만드는 방식과 특징이 담겨있다. 곡류로 빚는 막걸리는 삼국 시대 이전 농경이 이루어진 시기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미온(美醞)’, ‘지주(旨酒)’, ‘료예(醪醴)’ 등 막걸리로 추정할 수 있는 내용들이 확인되고, 고려 시대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등 당대 문인들의 문집에도 막걸리로 추측되는 ‘백주(白酒)’ 등의 용어가 확인된다. 조선 시대 《춘향전》 《광재물보(廣才物譜)》에서는 ‘목걸리’, ‘막걸니’ 등 한글로 표기된 막걸리를 찾아볼 수 있다. 《규합총서(閨閤叢書)》 《음식디미방》 등 각종 조리서에서도 탁한 형태의 막걸리로 즐겼을 법한 술들이 서술되어 있다.

김홍도의 《단원 풍속도첩 주막.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의 《단원 풍속도첩 주막.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막걸리는 마을 공동체의 생업과 의례, 경조사에 빠지지 않았고, 오늘날에도 건축물 준공식, 자동차 고사, 개업식 등에 올릴 정도로 지속되고 있다.

조선시대 까지 김치, 된장과 같이 각 가정마다 직접 만들어 먹으며 집안 특유의 술맛을 유지해 왔으나, 근대 이후 국가 정책에 따라 양조장 막걸 리가 인반화되고 재료가 변화했다. 그러나 시대 상황에 적응하면서 명맥을 유지해왔고, 2000년대 이후 막걸리 열풍이 불며 자가제조도 증가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막걸리 빚기가 ①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향유되는 점 ② 삼국시대부터 고문헌에서 막걸리 제조법과 관련된 기록이 확인되는 점 ③ 식품영양학, 민속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학술연구자료로서 가능성이 높다는 점 ④ 농요, 속담, 문학작품 등 막걸리 관련 문화를 통해 한국문화를 심도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 ⑤ 전국에 분포한 양조장을 중심으로 막걸리의 각 지역별 특색이 뚜렷한 점 ⑥ 현재에도 생산 주체, 연구기관, 일반 가정 등 다양한 전승 공동체를 통해 막걸리 빚는 전통지식이 전승유지되는 점 등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막걸리를 거르는 모습. [사진= 문화재청]
막걸리를 거르는 모습. [사진= 문화재청]

아울러 막걸리 빚기는 한반도 전역에서 온 국민이 전승 및 향유하는 문화라는 점에서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처럼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는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번 지정을 기념하기 위해 6월 26일 토요일 오후 5시 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에서 ‘막걸리 빚기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사)한국막걸리협회와 대한탁약주제조중앙회는 전국 26개 막걸리 양조장을 중심으로 26일과 27일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참여자는 6월 15일부터 선착순 접수하며, 막걸리 양조장 투어 신청 양식(https://forms.gle/LkH5xJ6HfVjgbS3V9)을 제출하면 된다.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K-무형유산 동행’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