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 명작 동숭무대 연극 ‘고도’(연출 임정혁)가 지난 1월 공연 이후 관객 요청으로 앙코르공연을 한다. 연극 ‘고도’는 임정혁 연출로 대학로 실력파 배우 원완규, 장용석, 변혜림, 나태민이 출연하여 혜화동 동숭무대소극장에서 6월 2일(화)~6월 7일(월)까지 단 6회 공연된다.

'연극 고도'의 배우 원완규. [사진제공=연극 고도]
'연극 고도'의 배우 원완규. [사진제공=연극 고도]

 

연극 고도는 1995년 12월 보스니아 내전이 끝난 직후 두 배우가 당시의 수도 사라예보의 마을 한 작은 공연장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을 준비하는 내용으로 내전 당시의 상황을 연극으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사라예보의 고도를 원제로 국가 간 전쟁이라는 큰 소용돌이 속에서 불안정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연극은 고고와 디디가 무대 장치를 만들며 시작한다. 아직 관객이 들지 않은 극장, 여유롭지 않은 무대장치를 손보며 둘은 대화를 나눈다. 시프가 등장, 고고 선배에게 여자가 찾아왔다고 전한다. 하지만, 그는 모르는 사람 취급하며 돌려보내라고 하고 여전히 디디와 무대를 만든다. 그러면서 연극계의 현실에 대해서 디디와 논쟁한다.

연극 고도 포스터. [포스터제공=연극고도]
연극 고도 포스터. [포스터제공=연극고도]

 

 

연극은 안 해, 연극은 이미 죽었어, 연극은 죽었다구, 한 때는 연극만이 많은 삶을 살 수 있고, 거짓으로 진실을 얘기 할 수 있는 멋진 직업이라 생각했지, 하지만 관객이 없어. 그런 걸 들어 줄 관객이 없다구. 이 추악하고 잔인한 전쟁에 대한 관심이 없다구!! 연극이라는 예술 따위로 누구를 위로해 줄 수 있냐 말야,

이 무시무시한 전쟁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예술을 창조하고 감상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거라고! 이 비참한 현실을 많은 이들이 알게 해야 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의무라는 걸, 이 작품 고도를 기다리며를 선택한 게 숙명이고, 최선의 의무라고!

무대 한 구석에 함께 서게 된 마리마와 디디, 마리마는 고고가 얘기한 모든 것들이 사실이 아니며 전쟁이 아닌 교통사고로 고고는 한쪽 다리를 잃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고고가 연극 순회공연을 가던 그때 파시스트들에게 강간당하고 아이는 그들에게 처참히 죽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갖게 된 뱃속의 아이는 이러한 암울한 현실 속에서 그래도 한 줄기의 희망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 이미 죽고 없는 아이가 그린 그림을 고고에게 주려고 한다. 고고는 이미 죽은 아이의 그림 한 장을 들고 과연 자신의 희망(고도)은 이러한 암울한 현실 상황에도 잘 자라준 새 생명인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작가이자 연출가, 사회운동가인 수전 손택은 1966년 해석은 “지식인이 예술과 세계에 가하는 복수다라”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담은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를 통해 문화계의 중심에 우뚝 섰다. 그는 예술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기보다는 예술을 예술 자체로 경험해야 함을 역설했다. 또한 보스니아 내전이 있던 1993년에는 전쟁터인 사라예보로 가서 죽음의 공포에 맞서 겁에 질린 사라예보 사람들에게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하여 전쟁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예술을 창조하고 감상할 수 있는 인간임을 일깨웠다. 그녀가 전장의 한 복판에서 연극을 무대에 올린 것은 전 세계 지식인들에게 보스니아 내전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 달라는 의미였다.

연극 ‘고도’와 관련 문의 02-547-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