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공부하는 학생! 알아서 할 것을 찾아서 하는 학생!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가는 학생! 많은 선생님들과 부모님께서 바라시는 궁극적인 모습 중 하나는 바로 자기주도력이 있는 학생일텐데요, 어떤 학생들이 자기주도력이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학생들의 자기주도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우리 반에서 하고 있는 내용을 소개합니다. 

첫째로, 자기주도력 향상을 위한 바탕으로 '어떤 것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의욕이 없고 무기력한 학생에게 자기주도력을 강조하면 할수록 그 학생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어떻게 해야 의욕을 갖게 될까요? 우리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몸이 활기찰 때, 즉 신체의 에너지가 충만했을 때 의욕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현주 교사(경기 창영초등학교).   [사진제공=지현주]
지현주 교사(경기 창영초등학교). [사진제공=지현주]

"0교시 체육"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셨나요? 학생들이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바로 수업을 시작하면 아직 신체도 두뇌도 활성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1교시를 시작하기 전 신체운동을 통해 두뇌를 깨운다는 것입니다. 우리반 교실에서는 아침준비 시간을 활용하여 3분 두뇌활성화 체조, 국학기공, 신나는 에너지 댄스 등을 합니다. 아침에 살짝 땀이 날 정도로 몸을 움직이고 나면 비로소 몸도 두뇌도 공부할 준비가 되는 것이지요. 원격수업을 하는 날은 그나마 학교까지 오는 정도의 '걷기'도 없는 아침이라, 종종 아이들이 자다가 눈만 간신히 뜬 상태에서 몸만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상태에서 교사 혼자 자기주도력 향상을 외쳐 봐야 별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반은 원격수업 시작 전에도, 또 오전 내내 앉아있어 피로감을 느낄 때마다 단전치기, 스트레칭, 전신 두드리기 등을 틈틈이 하며 신체의 에너지를 채웁니다.

학생들이 1교시 전 아침준비 시간을 활용하여 3분 두뇌활성화체조, 국학기공, 신나는 에너지 댄스 등을 하여 두뇌를 깨운다. [사진제공=지현주]
학생들이 1교시 전 아침준비 시간을 활용하여 3분 두뇌활성화체조, 국학기공, 신나는 에너지 댄스 등을 하여 두뇌를 깨운다. [사진제공=지현주]

두 번째로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뇌는 "나는 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겠다."라는 판단이 서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자신감은 어제 생길까요? 미술대회에서 1등을 한 학생은 "나는 미술을 잘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2등이 되고 3등이 되어도 여전히 미술을 잘한다고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남보다 잘했을 때 느끼는 자신감, 즉 타인과의 비교와 경쟁에서 오는 자신감은 그와 반대의 상황에 되는 순간 좌절을 불러 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잘한다! 네가 최고이다!"와 같은 칭찬이나, "네가 스스로 이것을 하면 이러이러한 것을 해주겠다"와 같은 보상으로 자기주도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칭찬과 같은 보상 역시 때때로 필요하지만 지나친 칭찬은 타인의 평가에 의존이 생겨 보상이 없이는 하려고 하지 않는 경우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몇 년전 6학년 학생들과 영어시간에 놀이를 막 시작하려는데, 한 학생이 물어봅니다. "선생님, 영어게임에서 1등하면 뭐 주나요?" 어쩌면 이 학생은 칭찬과 보상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배움 자체가 기쁨이라는 교육의 본질에서는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원격수업 시작 전, 또 오전 내내 앉아있어 피로감을 느낄 때마다 단전치기, 스트레칭, 전신 두드리기 등을 틈틈이 하며 신체의 에너지를 채운다. [사진제공=지현주]
학생들은 원격수업 시작 전, 또 오전 내내 앉아있어 피로감을 느낄 때마다 단전치기, 스트레칭, 전신 두드리기 등을 틈틈이 하며 신체의 에너지를 채운다. [사진제공=지현주]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필요한 진짜 자신감은 무엇일까요?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비교나 경쟁에서 오는 것이 아닌 본질적인 자신감인데요, 이는 스스로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해냈을 때 내면으로부터 차오른다고 합니다. 또 아주 작은 것이라도 계획을 세우고 이를 달성해가는 성공의 경험들이 모여 자신감을 강화해줍니다. 우리 반에서는 작은 한계들을 넘어가며, 작은 성공의 경험을 모으는 활동으로 스쿼트를 함께합니다. 20회부터 시작해서 60회 80회 100회를 넘어가는 일년의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아 내가 못할 것 같았는데 진짜 할 수 있네! 해냈네! 나도 할 수 있네!"라고 말하며 자신 안에 있는 자신감을 뜨겁게 회복해 갑니다.

자기주도성 회복 프로젝트의 하나로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고 원격수업을 하는 요일에 온라인으로  "21일 체력Up 프로젝트"를 한다. [사진제공=지현주]
자기주도성 회복 프로젝트의 하나로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고 원격수업을 하는 요일에 온라인으로 "21일 체력Up 프로젝트"를 한다. [사진제공=지현주]

셋째로, 스스로 해 본 '경험'이 쌓여 자기주도성을 만들어 갑니다. 학생들이 자기주도성이 중요하다는 것, 자기주도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무리 알고 있어도 이를 발휘해본 경험이 없다면? 즉, 뇌에 시냅스 회로가 생성되어 있지 않다면 자기주도성의 빛을 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반 학생들이 하는 자기주도성 회복 프로젝트가 두 가지 있는데요, 첫번째는 등교하지 않고 원격수업을 하는 요일에 온라인으로 하는 "21일 체력Up 프로젝트"입니다. 학생들이 팀별로 체력향상 종목을 정하고, 21일간 매일 10분씩 체력을 단련하여 체력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스스로 종목과 계획을 세우고, PDCA**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도록 하는 과정은 학생들의 자기주도력뿐만 아니라 메타인지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PDCA, 데밍 싸이클은 P(Plan: 계획), D(Do : 실행), C(Check : 확인), A(Action)의 과정을 통해 목표 달성에 접근해 가는 과정이다.)

또 매주 금요일 등교일에는 교학상장(敎學相長) 활동을 하는데요 "가르치고 배우며 서로 성장한다"는 뜻인 교학상장의 문자 그대로 학생들은 1일 선생님이 되어 자신 있는 수업 주제를 준비해와 친구들에게 나누고 가르칩니다.

반 학생들에게 미술과목 색체의 그라데이션 기법을 가르치는 학생. "가르치고 배우며 서로 성장한다"는 교학상장 활동에서 학생들은 1일 선생님이 되어 자신 있는 수업 주제를 준비해와 친구들에게 나누고 가르친다. [사진제공=지현주]
반 학생들에게 미술과목 색체의 그라데이션 기법을 가르치는 학생. "가르치고 배우며 서로 성장한다"는 교학상장 활동에서 학생들은 1일 선생님이 되어 자신 있는 수업 주제를 준비해와 친구들에게 나누고 가르친다. [사진제공=지현주]

 학생들은 "진짜 친구들이 잘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잘 들어주는 애들한테 엄청 고맙고, 제 설명을 제대로 안 듣는 친구들을 보니 섭섭했어요." "5명 가르치는 것도 힘든데 우리 선생님은 얼마나 힘드실지 선생님 마음이 느껴졌어요." 하며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교학상장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은 나는 내 차례가 오면 무엇을 친구들과 나눌 것인가? 자신의 관심사나 특기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고, 어떻게하면 친구들이 내 수업을 재미있게 잘 배울 수 있을 것인가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의 수업을 받는 것에 익숙했던 학생들이 '교사'가 되어보는 경험, 자신의 것을 나누어 보는 경험, 그야말로 교실의 주인이 되어보는 경험을 해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담는 학급의 분위기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두뇌는 에너지에 공명합니다. 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다면 아무리 집중을 잘 하는 학생이라도 혼자서 오랜시간 집중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또 학급 안에서 서로를 탓하는 부정적인 말씨가 들려온다면, 협동하며 서로 간의 조화를 찾는 팀프로젝트 속에서 "너 때문에 우리팀이 손해를 보았다"는 에너지가 생길 것입니다.

학생 모두가 갖고 있는 자기주도력을 마음껏 발휘하려면 따듯한 에너지장의 교실, 실수OK를 서로 해주는 두뇌우호적인 교실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며, 학급 구성원들이 질서속에서 자기가 스스로 계획, 실천, 하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실의 주인이 되게 하는 자기주도력!

학생들이 저마다 자기주도력의 꽃을 피워 배움으로 가는 길, 성장하며 사는 삶의 길이 더욱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