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43세) 선생님은 재작년 학생들과 출전할 국학기공 대회 전날, 학부모의 전화를 받았다. “다른 학부모가 전화해서 우리 현지(가명)도 대회에 나갈 거냐고 했어요.”라며 울었다.

뇌활용행복교육을 통해 행복과 열정을 찾은 남원 왕지초등학교 강민숙 선생님. [사진=본인 제공]
뇌활용행복교육을 통해 행복과 열정을 찾은 남원 왕치초등학교 강민숙 선생님. [사진=본인 제공]

현지는 발달지체가 있어 남들 앞에서 몸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했다. 1학기 때 친구들의 국학기공 수업을 지켜보기만 했는데, 2학기 때는 어머니가 동작을 익혀 집에서 직접 지도하셨다. 대회출전을 앞두고 현지 때문에 수상을 하지 못할까 다른 부모님이 꺼린 것이다.

강민숙 선생님은 “어머니, 포기하면 안 돼요. 내일 꼭 현지를 데리고 나오세요.”라고 다짐을 받았다. “전 ‘이러려고 국학기공을 도입한 게 아닌데’라는 고민에 빠졌죠. 새벽에 학교 운동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면서 어떻게 마음을 전할지 끊임없이 생각하다 퍼뜩 동화를 만들어 전하자는 영감이 떠올랐고 1시간 만에 동화를 완성했어요.”

동화내용은 숲속 달리기 대회에서 다리가 없다고 놀리는 친구들을 이기고 싶은 뱀이 약한 꼬리 탓을 하며 산신령께 부탁해 꼬리와 헤어졌다. 힘센 머리 혼자서 1등은 했지만 사냥할 때 몸을 받쳐주던 꼬리가 없어 사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몸은 허약해졌고 결국 독수리의 먹이가 되었다. 산신령에게 새로운 머리를 받은 꼬리는 또다시 달리기 대회가 다가오자 걱정했다. 그러나 머리는 “난 네 마음을 알아.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 나에게 네가 필요해.”라고 했다.

이 말을 전하는 강민숙 선생님의 목소리가 떨렸고, 대회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함께 가시는 부모님들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 그날 대회에서 현지와 아이들은 멋진 공연으로 대회 우승을 했다.

강민숙 선생님은 올해 남원 왕치초등학교에 발령받아 전교생 65명 중 43명이 참여하는 아침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을 진행한다. “지난 3월 온라인 국학기공 강사교육을 받고서 우리 학교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멋지게 국학기공을 하는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휴일인데 바로 학교에 가서 홍보지를 만들고, 교장 선생님께 구체적인 계획서를 보여드리니 너무나 좋아하셨죠.”

강민숙 선생님은 남원 왕지초등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강민숙 선생님은 남원 왕치초등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강 선생님은 매일 아침 휘파람을 불며 오늘 아이들과 어떤 만남을 할지 기대감에 행복하게 출근한다. 올해 교직 20년 차를 맞는 그가 활기차고 행복한 비결은 무엇일까?

강민숙 선생님에게 교직은 고교 때부터 머릿속에 그려보던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교직 발령 2년 차, 자신과 12살 차이 나는 6학년을 맡은 그는 아이들과 수시로 자전거를 타고 남원 요천변을 돌고 관광단지에서 춤을 추며 놀기도 했다. “온 마음을 다해 순수하게 아이들을 사랑한 잊지 못할 시간이었죠. 하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자신들만 통하는 말로 제 앞에서 저를 놀리고 있었다는 걸 안 순간 크게 상처를 입었어요. 아이들 모두가 사과했지만 그 상처는 오래 남았죠.”

아이들과 소통하며 교직 생활을 잘하던 그에게 2011년과 2012년 두 해는 가장 어두운 터널이었다. 1학년 담임 반의 용철이(가명)는 동급생은 물론 5~6학년 형들과도 시비가 붙고 다툼이 많았다. 학생과 학부모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아이로 인해 가슴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2012년 2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도 그 아이가 있었다. “한 학년에 2개 반씩 있는 작은 학교였죠. 게다가 2학년 때는 용철이와 비슷한 성향의 다른 아이들까지 더해져 매일 감당하기 어려웠어요.”

강 선생님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아이들에게 매일 화를 냈고 울 때도 많았다. “나중에 다른 학부모께서 등교하는 아이가 차 안에서 ‘오늘은 선생님이 울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를 하더라고 전해주시더군요. 용철이가 3학년 때도 담임이 될 뻔 했는데 다른 선생님이 안타까워하시며 바꿔주셨죠.”

그가 정신적으로 힘겨웠을 때 학교에서 교사 대상 뇌교육 힐링연수를 진행했다. “1시간 정도 뇌체조와 명상을 하고 나면 온몸이 확 순환되는 느낌이 들고 체온이 올라가면서 날아갈 듯 개운했어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던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서 뇌교육 명상을 시작했죠.”

남원 왕지초등학교 학생들과 국학기공 수련 후 호흡명상을 하는 아이들. [사진=본인 제공]
남원 왕치초등학교 학생들과 국학기공 수련 후 호흡명상을 하는 아이들. [사진=본인 제공]

동료교사의 소개로 단월드에서 브레인명상을 하며 몸이 건강해지니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새로운 도전을 할 의욕이 샘솟았다. “어떻게 나의 뇌를 쓰는지 알게 되었죠. 전에는 감정과 내가 하나로 얽혀있었는데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조절하게 되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나의 뇌가 훈련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기쁨이 컸어요. 한 개도 못하던 푸시업을 6개월 동안 꾸준히 연습하니 정자세로 70~80개까지 하게 되어 뇌가 깜짝 놀랐죠.”

그는 뇌교육을 학교 교실에서 실현해보고 싶었다. “감정충돌이 덜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하며 서로 사랑하는 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죠.”

그는 전북뇌교육협회가 주관하는 ‘뇌교육지도사’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뇌교육을 학교에 적용하며 ‘뇌활용행복교육’을 하는 교원단체인 홍익교원연합의 전북지부에서 매월 개최하는 워크숍에 참여했다.

“4학년 담임이었는데 3월과 4월 아이들에게 뇌체조와 명상을 지도하니 산만했던 아이들이 차분해지고 서로 관계도 원만해졌죠. 모난 아이들이 둥글둥글 예뻐지니까 더욱 사랑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6학년이 된 용철이의 담임을 다시 맡게 되었다. 훌쩍 자란 아이는 강민숙 선생님께 죄송했었다고 말했지만 말썽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7월의 어느 날, 강 선생님은 용철이와의 부딪힘에 화가 올라오자 잠시 용철이를 나가 있게 하고 마음을 진정시킨 뒤, 복도에서 아이와 마주 앉아 용철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용철이와의 숙제를 풀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죠. 아이의 말 중간에 끼어들고 싶은 것을 누르고 끝까지 들어보니 어느 순간 아이의 진심이 느껴지더군요. 그 순간 아이와 저 사이에 살얼음 같은 것이 녹아내리면서 마음이 잘 맞고 대화가 잘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하기 어려운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용철이를 통해 제가 풀어야 했던 숙제였어요.”

홍익교원연합 전북지부에서 운영 중인 '브레인명상으로 자기조절력 기르기' 연수를 운영하는 강민숙 선생님. [사진=본인 제공]
홍익교원연합 전북지부에서 운영 중인 '브레인명상으로 자기조절력 기르기' 연수를 운영하는 강민숙 선생님. [사진=본인 제공]

그는 홍익교사로서 어려운 일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고 한다. “아이와의 부딪힘이 있을 때 이 아이를 통해 어떤 배움과 성장이 있을지 성찰하게 되고, 그 부딪힘을 해결하기 위해 저는 좀 더 적극적인 태도로 삶을 살게 되었어요. 뇌교육을 접목하면서 교사로서 존재감이 커졌고, 아이들과 사랑으로 소통하니, 아이들의 성장이 보이고 그것이 행복과 기쁨으로 또다시 저에게 자긍심을 주는 선순환이죠.”

강민숙 선생님은 지난 2018년 남원초등학교 재직 때부터 학교에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 수업을 도입했다. 홍익교원연합 전국 워크숍에서 울산 초등학교 적용사례를 듣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대한국학기공협회 주최 학교스포츠클럽 강사교육을 받았다.

그는 “교재를 받고 유튜브로 공부하면서 1~2가지 동작을 익히고 반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다음날 또 연습해서 가르쳤죠. 국학기공을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커졌을 때 국학기공 전문강사 과정을 소개받고 이수했어요. 제가 성장하니 아이들에게 전하는 멘트가 달라졌죠. 국학기공에는 홍익인간을 기르던 선조들의 지혜와 정신이 담겨있어요. 아이들이 친구들과 호흡을 맞춰 국학기공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 무대에서 선보이는 경험이 아이들을 성장시킵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남원초등학교 학생들과 출전한 국학기공대회. [사진=본인 제공]
남원초등학교 학생들과 출전한 국학기공대회. [사진=본인 제공]

그는 올해 전북홍익교원연합 활동으로 ‘브레인명상으로 자기조절력 기르기’ 연수과정을 진행 중이다. “뇌교육 교원 직무연수 때 보면 5일간 선생님들 얼굴이 매일 밝아집니다. 주변에 학생, 학부모에게 교권 침해를 받고 마음의 상처로 병가를 내거나 조기에 명예퇴직하는 선생님들이 계셨어요. 저는 뇌교육을 통해 선생님들이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행복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도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요. 선생님이 희망입니다.”

강민숙 선생님은 “뇌교육으로 많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국학기공으로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뇌교육을 널리 알려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행복하게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현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관련 석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