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교사 스스로 스승 되기를 선언하는 날로”
“스승의 날, 교사 스스로 스승 되기를 선언하는 날로”
  • 김진희 교사
  • oyeoye071@hanmail.net
  • 승인 2021-05-11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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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서울 온곡초등학교 김진희 교사.
서울 온곡초등학교 김진희 교사.

이제 며칠 후면 스승의 날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교사들에게는 불편한 날이 되었다. 어느 시절 한동안은 교사가 비리의 대상으로 따가운 비난을 받았고, 이젠 평가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들 속에 제자들의 카네이션 한 송이마저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많은 선생님들이 차라리 스승의 날도 근로자의 날처럼 그냥 하루 쉬게 해주는 게 낫겠다고 푸념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전에 경험 많은 선배 교사 한 분이 학부모로 인해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해주신 적이 있다. 학부모가 수업 중 갑자기 교실 문을 확 열고 들어와서 다짜고짜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때렸느냐?”고 따졌다. 어젯밤 어깨에 멍이 든 걸 보고 부모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선생님에게 맞아서 어깨에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이를 건드리거나 때린 적이 없는 선생님은 아이에게 재차 물었는데 아이는 “몇 달 전에 돌아다닌다고 선생님이 자기를 탁 때렸다.”고 말하다가 말이 안 되자 이젠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결국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나자 화를 내며 막말하던 부모는 사과도 없이 그냥 가더란다.

그때 그냥 돌아가는 부모를 불러 세운 선생님은 “이렇게 확인하러 와줘서 고맙다. 만약 이렇게 직접 오시지 않았으면 나는 아이를 때린 폭력교사로 잘못 알려지지 않았겠느냐?”며 오히려 고맙다고 하셨다. 그제야 머쓱해진 부모가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는데, 이런 일들은 주위에서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교사들은 가르칠 의욕이 크게 꺾인다.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는, 안 그래도 점점 다루기 힘들어지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교실 상황에서 교사들의 의욕조차 꺾어놓을 때가 많다. 게다가 요즘처럼 코로나 19로 교육 활동에 안전을 우선으로 강조하게 되면서 교사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의욕조차 잃어버리게 된다.

사실 가르치는 일이란 정해져 있는 틀보다는 수시로 변화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아이들의 태도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일이라 교사에겐 자발적이고도 창조적인 태도가 가장 필요하다. 정말 에너지와 자신감이 많이 필요한 일인 것이다. 어떻게 하면 교사들이 잃어버린 의욕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

나는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 ‘교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이 물음이 정리되지 않으면 가르침에 힘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교육은 지식만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 삶과 인간에 대한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뇌교육 트레이닝 과정에서 나는 내 안에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선한 마음과 의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 체험으로부터 생긴 나에 대한 확신은 어려운 아이들을 만나서 힘이 들 때도 ‘아, 00이 때문에 너무나 힘들어.’가 아니라 ‘00이 덕분에 내가 단련되고 성장하고 있구나.’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교직을 처음 시작할 때 품었던, 단순히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에서 나아가 ‘참 스승이 되겠다’는 정말 큰 꿈을 갖게 되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기 내면의 힘을 깨울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어졌다.

이처럼 나에게 가르치는 일이란 누구나 갖고 있는 선한 마음과 의지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일이고, 자신의 재능을 모두를 위해 쓰도록 안내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나부터 진정한 내 자신을 발견해야만 부끄럼 없이 나의 학생들 앞에 설 수 있었고, 나부터 주위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만약 내가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말로만 가르친다면 학생들은 그 공허함을 재빠르게 알아차릴 것이다. 그래서 교사가 스스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렇게 고민하고 묻는 자기 성찰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7년간 가르치는 일을 해오며 이젠 이 일이 나의 삶 자체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가정에선 엄마이자 아내지만 수업준비물과 아이들에게 나눠줄 물건은 살 때도 아들보다 학생들이 우선이라 아들에게 “엄마, 내 것은 없어?”라는 서운한 투정을 자주 들어야만 했다. 현명한 선배 교사들로부터 개인의 삶을 희생하지 말라는 말을 늘 들어왔으나 교육이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바탕이 되는 일이라 퇴근과 함께 아이들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끊어내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이젠 교사로서의 존재감이 가정에서의 존재감을 넘어 나를 한 사람으로 성장시켜가고 있다.

오늘도 우리 주위의 많은 교사들이 묵묵히 스승의 길을 가고 있다. 교직을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자신의 삶 그 자체로 받아들여 퇴근하고도 아이들에 대한 고민, 수업에 대한 고민, 교육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며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교사들이 있기에 나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들 스스로 이 땅의 교사이기를, 스승이기를 선언하자고 말하고 싶다. 아직 한 사람으로서 나의 모습은 부족하고 갈 길도 멀지만 그래도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아이들과 함께 손잡고 성장하는 교사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승의 날은 누군가에게 격려 받고 칭송받는 날이 아니라 교사 스스로 참스승 되기를 선언하는 날로 삼고 싶다. 스승의 날은 그렇게 나 자신이 부끄럼 없이 아이들 앞에 서겠다고 선언하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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