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환경 프로그램을 기대하며”
“함께 만드는 환경 프로그램을 기대하며”
  • 조민조 PD
  • minjocho@naver.com
  • 승인 2021.04.20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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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UBC 울산방송 조민조 PD
UBC 울산방송 조민조 PD.
UBC 울산방송 조민조 PD.

나는 지역방송에서 환경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2019년 특집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시즌1을, 올해는 시즌2를 론칭했다. 첫 특집을 기획할 당시 수많은 고민했는데, 그 중 하나는 이미 잘 만든 환경 다큐멘터리가 넘쳐난다는 것이었다. 하나같이 많은 예산과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여 공을 들인 프로그램들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이상으로 잘 만들 자신은 없었다. 그렇다고 비슷한 내용을 제작하는 것은 그야말로 전파 낭비가 아닌가. 그렇다면 어떤 스타일의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던 때, 문득 기존에 만들어진 환경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내레이션과 인터뷰가 반복되는 형식, 저명한 학자들의 심각한 인터뷰, 특별한 실천가의 사례 소개.

프로그램들을 모니터링하며 나도 모르게 지구 환경의 심각성에서는 좌절을, 대단한 이들의 실천에서는 나와 동떨어진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 시청자들도 나와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그 생각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짚어주고, 일상의 작은 실천을 함께, 그리고 즐겁게 해나가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면 어떨까? 지금 이 시대, 방송을 통해서 그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만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구체적인 수많은(多) 이야기"의 줄임말인 ‘지구수다’는 어찌 보면 예능을 가미한 첫 정규 환경 프로그램인 셈이다. 시즌1에서는 울산 지역 최초로 제로 웨이스트 숍(포장재 없는 가게)을 개점하여 7개월 동안 운영했다. 매주 그 가게를 중심으로 다양한 환경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었는데, 시청자들은 오프라인으로 실제 가게를 찾아와 다양한 플라스틱 대체 물품들을 구매할 수 있었다. 또 가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지역에서 어떤 환경 움직임들이 있는지를 방송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올해 선보이는 지구수다 시즌2는 ‘자원순환가게’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젝트 방송이다. 자원순환이라고 하면 너무나 거대한 느낌이라 쉽게 풀어써보자면 ‘재활용품을 제대로 분리 배출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흔히 ‘재활용 쓰레기’라고 칭하지만, 사실 우리가 내놓는 깡통, 유리, 플라스틱, 우유팩 등은 모두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쓰레기’라는 말이 뒤에 붙으니 무심코 쓰레기 취급을 하곤 한다. 더러운 상태 그대로 내놓거나 분리하지 않고 내놓거나.

‘자원순환가게’에서는 분리배출 표시가 있는 깨끗한 상태의 재활용품을 받는다. 그리고 종류별로 무게를 달아 그 무게만큼 한 달에 한 번 현금으로 돌려준다. 이름은 ‘가게’지만 돈을 받는 곳이 아닌, 돈을 주는 곳인 셈이다.

이런 신박한 공간이라니...! 자, 이쯤 되면 조금 궁금하실 것 같다. “아니, 돈을 주면 손해 보는 장사 아니야?!”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손해는 아니다. 가게를 방문하는 분들이 갖고 오는 것은 쓰레기가 아닌 ‘자원’이므로,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일 뿐. 이렇게 종류별로 깨끗하게 모아진 재활용품은 지역의 재활용 업체로 직행한다. 그런 다음 선별이 필요 없으므로 100% 재활용 된다. 재활용품으로 배출해도 섞이고 오염되면서 선별과정에서 40% 이상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일이 사라지는 것이다!

국내에서 이렇게 재활용품을 현금으로 보상해준 것은 경기도 성남시의 자원순환가게가 최초였다. 지난해 2월경 첫 선을 보인 성남시의 자원순환가게에는 일주일에 단 이틀만 운영했음에도 약 6톤의 재활용품을 모았다. 주민의 호응이 좋아 1년이 넘은 지금은 13곳으로 확대하였다. 심지어 최근에 문여는 자원순환가게는 학교, 대형마트에 들어선다는 희소식. 자원순환은 멀리 있는 단어가 아닌, 우리 일상과 맞닿아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즌1의 제로 웨이스트 숍도 그렇지만, 시즌2의 자원순환가게를 준비하다보니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은 이것이다. “왜 이런 가게를 방송사에서 해요? 저는 환경단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사실 방송사에서 방송을 위해 가게를 만드는 것이 아주 생소한 일은 아니다. 이미 ‘윤식당’(tvN)에서는 외국에 음식점을 차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연예인들이 음식을 만들어 판매를 하기도 했고, ‘주문을 잊은 음식점’(KBS)에서는 치매 초기의 어르신들이 주문을 받고, 유명한 이연복 셰프가 요리를 하는 가게를 실험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런 질문을 받는 이유를 가만 생각해보면, 아마 6개월이 넘는 긴 시간(윤식당은 일주일, 주문을 잊은 음식점은 이틀을 운영했다)동안 운영하며, 운영진들이 모두 일반 시민이라는 점이 다른 프로그램들과 차별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방송사’가 오직 방송을 목적으로만 가게를 만든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지구수다’ 프로그램은 또 다른 의미에서 성공한 것이다. 방송이 방송으로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의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혼자서 외롭게 실천하는 이들이 연대하고 함께 환경을 위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움직임을 더욱 크게 만들어줄 수 있는 힘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일상에서 작은 실천을 해나가는 분들에게 있다. 그 분들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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