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천절과 천제문화의 부활
[칼럼] 개천절과 천제문화의 부활
  • 정유철
  • news@ikoreanspirit.com
  • 승인 2006.10.03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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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천손족이 하늘로부터 받은 ‘사명’에 대해 보고하는 의식인 천제를 올리는 날

고구려 장천1호 벽화 고구려는 음력10월, [동맹]이라는 제천행사를 통해 천제 전통을 계승하고 국중대회를 열어 사회통합의 장을 마련하였다.

10월 3일은 개천절(開天節)이다. 기원전 2333년 단군 왕검이 나라를 세우고 국호를 ‘조선’이라 한 날부터 제4338주년이 되는 개천절을 맞아 올해는 어느 때보다 안타깝고 착잡하다.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 역사와 문화를 오래 전부터 왜곡해 온 중국이 이제는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사에 이어 고조선사와 발해사까지 탈취하려 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우리 스스로 무지하고 소홀히 한 탓이 크다.

개천절은 우리 민족에게 단순한 ‘개국기념일’이 아니다. 천손족(天孫族)으로 ‘홍익인간 이화세계’라는 건국이념이자 하늘로부터 받은 사명에 대해 하늘에 고하는, 천제(天祭)를 올리는 날이었다. 원래 깨달음을 얻은 이가 수행하는 이들과 함께 하늘과 대면하는 성스런 수행제였다. 아울러 숨으로 사람을 살리는 하늘과 음식으로 사람을 생장하게 하는 땅에 햇곡식을 준비하여 감사를 드리는 추수감사제이기도 했다.

그리고 깨달은 사람들이 신명나게 노는 율려 한마당의 거국적인 문화행사이기도 했다. 각저총의 씨름그림과 장천 1호분의 백희가무도 등 고구려 고분벽화를 통해 그 일부를 짐작할 수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참여하여 신명나도록 가무를 즐기는 행사. 이거야 말로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축소판이 아닐까.

하지만 아쉽게도 이 신명나는 천제가 우리 역사에 존재했던 것은 단군조선 때까지다. 한인 7대, 한웅 18대, 단군 47대를 끝으로 우리에게서 본래 의미의 천제문화는 사라져 버렸다. 이후 천제문화는 중국으로 전해져 정치적인 행사로 그 의미가 퇴색되게 된다. 천명을 받은 천자만이 지낼 수 있는 것으로 되어 혼란기 제후들은 서로 천제를 지냄으로써 천명을 받은 천자로 자처했던 것이다. 공산화된 중국에서 지금은 천제문화를 찾아볼 길이 없다. 백제를 거쳐 일본에 건너간 천제문화는 신사문화, 천황문화의 모태가 되고 천황의 즉위식에서 그 편린을 엿볼 수 있다.

비록 천제문화는 중국으로 갔지만 우리나라에는 고구려 동맹, 부여 영고, 동예 무천, 삼한의 시월제로 제천의식의 전통이 남아 고려 팔관회로 이어졌다. 하지만 고려 중기 외래문물의 유입과 몽고 침략으로 우리의 전통문화와 종교의식은 그 힘을 잃고 점차 민속과 민간신앙으로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게 됐다. 사대주의가 판친 조선시대에는 천제는 사라지고 단군왕검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데 그쳤다. 뒤늦게 고종 때 이르러 원구단을 복원하고 천제를 지냈으나 얼마 되지 않아 대한제국이 멸망하니 천제의 맥도 다시 끊어지고 말았다.

고유의 천제의식이 되살아 난 것은 일제 강점기였다. 1909년 대종교 중광을 선언한 홍암 나철은 뿌리를 찾아 정통신앙으로 국조 단군 한배검에게 귀일하는 것만이 겨레와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구국일념에서 민족 고유의 천제의식을 되살렸다.

1919년 중국 상하이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음력 10월 3일을 개천절로 정해 해마다 대종교와 함께 경축했다. 음력 10월 3일인 1919년 10월 25일 서울에서는 삼청, 한양공원 등에서 태극기를 게양하기도 했고 보성고보, 경성여고보 학생들이 수업거부를 하기도 했다. 개천절은 임시정부 최대의 경축일이었다.

일본이 패망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개천절은 마침내 우리나라 4대 국경일 가운데 하나가 된다. 3ㆍ1절, 제헌절, 광복절은 일제로 인한 것이지만 우리의 고유 전통과 문화에 의해 탄생한 진정한 의미의 민족적 축제날은 오직 개천절뿐이다. 하지만 친일파들의 득세로 개천절도 수난을 겪게 되는 바, 정체성을 잃은 민족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1949년 개천절 행사가 양력으로 바뀌었고 1962년부터는 단군기원인 단기마저 폐기된 채 오늘에 이르러 기념식에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는 반쪽 행사가 되었다.

"우리는 한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 매년 10월3일 개천절에는 학원과 세계국학원청년단이 한민족개천축제를 열고 있다.


이제 진정한 천제문화를 부활시켜야 하는 의무를 우리는 지고 있다. 주체성과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민족 고유의 정신을 심어 자긍심과 민족혼이 살아나게 하여야 한다.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웅혼한 기상을 되살려야 한다. 개인이든 민족이든 정체성과 자긍심을 잃고는 도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군을 잊으면서 나라까지 망한 우리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지 않는가?

세계 인류와 지구를 위해서도 천제문화의 부활은 절실하다. 우리의 천제문화에는 인류 평화와 지구를 살릴 홍익인간 정신이 있다. 홍익인간 정신은 모든 나라와 인류를 이롭게 하는 지구인 철학이다.

2002년 개천절 때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전국에서 모인 단군의 자손들이 서울 상암경기장에 모여 축제를 하는 동안 전 세계 각국에서 축하사절들이 왔다. 개천 문화가 부활하면 북한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 흩어진 한민족이 함께 천제를 올리고, 각 국 사절들이 모여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철학을 배워 평화를 실천하고 지구인이 되는 모습을 보리라.

하늘에 음식을 올리는 천제가 아닌, 나와 민족과 인류를 살리는 천제문화의 부활을 개천절을 맞아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아! 단기 4339년 개천절. 하늘이 준 이 기회, 기필코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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