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링을 하듯 뜯어본 소용돌이의 한국 정치
프로파일링을 하듯 뜯어본 소용돌이의 한국 정치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1.04.06 2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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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직설’ 표창원 전 의원이 써내려간 한국 보수 · 진보의 ’불의와 부끄러움의 기록’

“이 책은 정치와 무관했던 한 시민이 본의 아니게 정치인이 되어 시민을 대표하기 위해 애쓰면서 겪고 느낀 솔직한 심정의 기록이다”

표창원 전 국회의원이 정치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정리하고 분석해 《게으른 정의》를 펴냈다. 《게으른 정의》는 범죄심리학자로 잘 알려진 표창원 전 의원의 정치비평서이다. 이 책은 “우리를 기만하며 더디 오는 ‘정의’에 대한 비판과 염원의 기록”이다. 범죄현장에서 진실과 정의를 찾듯, 한국 정치에서의 진실과 정의를 찾기 위해 들어선 국회의원의 길, ‘상설 전투장’ 같았던 국회에서의 시간들과 그 안에서 목격한 보수, 진보의 불의에 대한 기록이다. “정의는 때로 짓궂을 정도로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온다”는 꿋꿋한 신념에 따라, 초심을 잃지 않으며 잊힐 수 있는 사건들을 낱낱이 기록했다.

표창원 전 국회의원이 펴낸 '게으른 정의'. [사진제공=한겨레출판]
표창원 전 국회의원이 펴낸 '게으른 정의'. [사진제공=한겨레출판]

 

 

저자는 프로파일링을 하듯, 그간에 전념해온 범죄 분석의 경험과 이론, 잣대를 활용해 정치계를 수사, 분석한다. 보수의 품격을 잃어버린 보수, 촛불 명령을 무력하게 만든 진보를 어느 누구의 눈치 보는 것 없이 대차게 폭로하고 비판한다. 본업 아닌 ‘다른 일’로 바쁜 국회의원들이 알면서도 저지르는 불법들, ‘전쟁 국회’를 부추기는 ‘실세’들을 낱낱이 열거하고, 한국의 청년 정치가 나아갈 바를 세계 각국의 청년 정치와 비교하면서 실현 가능한 전략과 방법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1부 여의도 프로파일링, 2부 정의의 최전선을 고민하다, 3부 정치와 정치질 사이로 구성하여 소용돌이 치는 한국 정치의 민낯을 보여준다.

1부는 국회의원들의 과오와 행태, 갑질 등 실제 ‘정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 생생한 사건사고, 일상을 담았다. 보수와 진보, 여당야당 할 것 없이 아수라장, 아비규환 같은 모습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정확한 사례들로 증명한다. 이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기준과 근거는 명확하다. 한국에서 오용되고 있는 ‘보수’, ‘진보’의 원론적 의미를 되새기는 것에서 시작해, 옳고 그름을 과학적으로 수사하는 프로파일링 이론으로 비교분석한다. ‘법과 질서’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는 당시 자유한국당(지금의 ‘국민의 힘’)의 ‘패스트트랙 폭력 저지 사태’, ‘깨진 유리창 이론’에 빗대어 본 보수 정당의 행태들, ‘죄수의 딜레마’ 이론에 입각해 따져본 ‘여야 정당의 딜레마’, 국회의원들이 본업 아닌 다른 일들로 바쁜데, 그 ‘다른 일’이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부끄러운 이야기, 학교폭력 같은 학대 심리에서 발동되는 ‘국회 내 갑질’들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나아가 왜 우리 국회는 제도 구축에 소극적이며, 언제나 ‘더 못하는 쪽보다 덜 못하는 쪽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만 주는 것인지 근본적인 원인들을 뾰족하게 들여다본다.

이 책의 2부는 ‘가짜뉴스’, ‘좀비 정치’, ‘썩은 사과 같은 비리 정치인’ 등 비극적 현주소를 훑는다. 지금 정치는 소속된 정당에 따라 상대를 무조건 공격하고 물어뜯는 ‘좀비 정치’다. 저자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 ‘좀비 정치’의 뿌리를 600만 명을 학살한 나치 독일의 역사까지 파고들어간다. 악행이 ‘평범한 일’처럼 자행되는 오랜 심리 속에서 지금의 가짜뉴스, 국가 사이버 테러, 인종 차별 등이 횡행한다. 1부가 프로파일링 기법을 적용한 새로운 정치비평을 보여줬다면, 2부는 영화 <기생충>, 부정부패를 ‘썩은 사과’에 빗댄 범죄학·행정학 이론, 부패한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역사 등을 활용한 분석이 흥미롭다. 영화 <기생충>의 캐릭터를 국회의 여러 인간 군상에 빗대고, 썩은 사과가 남긴 ‘사과상자=국회’의 내막을 밝힌다. 전광훈 → 최태민 → 라스푸틴으로 거슬러 올라간 ‘정치와 종교’ 결합의 역사를 읽으니, 지금의 한국 정치를 한층 넓게 바라보게 된다.

'게으른 정의' 표지. [사진제공=한겨레출판]
'게으른 정의' 표지. [사진제공=한겨레출판]

 

3부는 여야 정당을 넘어서 ‘국제적인 차별과 혐오’ ‘나라 망신시키는 외교관’ ‘한국 청년 정치가 나아갈 바’를 이야기한다. 미국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 즉 ‘카인의 후예’ 이론이 증명된 이 사건이 지금 한국에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 내보인다. 또 ‘정치질’이 비단 국회에서만 횡행한 게 아님을, 철인3종 경기 유망주였던 최숙현 선수를 죽인 것도 ‘정치질’이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세계 시류가 된 청년 정치의 모습을 각 국가별로 훑으며, 한국의 청년 정치가 어디쯤 와 있는지, 나아갈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전 지구적인 기준과 잣대로 살핀다.

“문제가 너무 크고 심각해 선거에서 참패하거나 지지율이 폭락하면 정당들은 소위 ‘물갈이’와 ‘인재 영입’을 반복한다. 인위적이며 상명하달식의 ‘외부 수혈’ 혹은 ‘돌려막기’를 하다 보니 지역에선 ‘낙하산 공천 반발’이 반복된다. 기존 정치 문화와 관행에 익숙하지 않은 외부 영입 인사들 역시 상처와 오점을 남기고 떠나거나, 빠르게 기존 정치인의 모습을 닮아가는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청년 정치인의 경우에는 본격적인 정치 무대인 ‘지역’이 아닌 ‘전국구’ 비례 대표나 당의 직책으로 영입되는 경우가 많다. 정당과 기득권 정치인들이 자기반성과 희생을 통한 과감하고 근본적인 변혁을 시도하기보다 그 순간만을 모면하려는 의도로 ‘물갈이’와 ‘인재 영입’이라는 수단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몇몇 개인 청년들이 소비되어온 형태가 우리의 청년 정치이다.”

중요한 선거를 앞둔 요즘, 지침이 되는 책을 고르라면 《게으른 정의》, 이 책을 선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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