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와그너 박사는 저명한 교육철학자이자 교육혁신가로 미국 교육정책연구소 선임 연구원이다. 그는 고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모든 단계의 교육기관에서 가르쳤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육과 교육과 리더십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했다. 현재 빌앤멜린다 게이츠재단의 고문을 맡고 있으며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다니며 강연을 한다.

'나의학교 분투기' 표지. [사진제공=한문화]
'나의학교 분투기' 표지. [사진제공=한문화]

 

이렇듯 우등생으로 학교를 다녔을 법한 토니 와그너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퇴학을 여러 번 했다. 중학교 과정에서 낙제하고, 고등학교에서도 퇴학당해 “개판인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마지막” 학교로 옮겨갔다. 대학에 진학했지만 두 곳을 중퇴한 학교 부적응자였다. 나중에 교장이 되었지만, 임기도 마치지 못하고 좌절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하여 낙오자에서 교육혁신가로 변신하고 교사를 가르치는 교사가 될 수 있었을까? 토니 와그너가 쓴《나의 학교 분투기》(허성심 옮김, 한문화 간)는 '퇴학 전문' 문제아에서 세계적인 교육혁신가로 변신한 와그너의 체험기이자, 성장소설, 교육혁신 도전기이다.

‘나의 중퇴 이력서’ ‘나의 학교 방랑기’ ‘나의 길을 찾아서’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 등 각 장의 제목만 보아도 학교 부적응 문제아였음을 엿볼 수 있다. 와그너는 그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로 아이를 학교에 맞추려고 하고 학교를 아이에게 맞추지 않는 제도, 관행 등을 들었다.

“나는 어른들이 나를 학교에 ‘맞추기’ 위해 압박하고 내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자 호되게 꾸짖던 과정을 생각해왔다. 선생님들은 성적표에 나에 대한 부정적인 평을 썼고, 부모님은 끝없이 설교를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나는 낙제한 것이 내 탓이라며 나 자신을 비난했다. 게으르고, 똑똑하지 않다고. 어쨌든 나는 ‘개판’인 아이였다.”

하지만 와그너는 학습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신을 위해서였지만. 학교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그는 열정적인 학습자였다.

와그너는 말한다. 시험을 잘 보거나 선생님과 부모님을 만족시키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흥미를 느끼는 것을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 진짜 교육이 일어난다고. 그는 학교 숙제는 거부해도 무선 전파, 주파수, 대기의 전리층에 관해 많은 공부를 했다. 단편소설을 쓰는 과제를 한 후로 다양한 형식의 글을 습작했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평가했다.

'나의 학교 분투기' [이미지=k스피릿]
'나의 학교 분투기' [이미지=k스피릿]

 

“나는 무엇인가에 흥미를 느끼고 그 흥미가 이끄는 곳을 어디든 따라갈 수 있는 자유와 용기를 얻었을 때 열정적인 학습자가 되었다. 심지어 나는 좋은 학습자였다.”

학교에는 부적응자였지만, 5년동안 참가한 뉴햄프셔 여름 캠프 자연학교 ‘모글리스’에서는 달랐다. 이곳에서는 놀이를 통해 배움이 이루어졌다. 모글리스에서 보낸 시간은 배움과 와그너 자신에 대한 가능성을 일깨워주었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결코 그 가능성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세월이 더 흐르고 여러 대학을 다녀보고 나서야 나는 경험과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이 통합되고, 지식은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곳을 발견했다.”

중퇴를 거듭하면서도 와그너는 힘들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새로운 길을 찾는 그 앞에 나타난 것이 ‘프렌즈 월드 대학(Friends World Institute)’이다. 그가 이곳에 진학함으로써 인생 경로를 완전히 바꾸게 된다. 프렌즈 월드 대학은 '글로벌 교육의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는 퀘이커교 단체가 1965년 설립한 학교였다. 교육과정은 전통적인 교과목보다 사회 문제 연구로 구성되어 있고, 학생들은 매학기 세계 각지로 가서 그 지역 특정 문제에 대해 배운다. 세상이 교실인 셈이었다. 와그너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학업성취에 대해 진정으로 자부심을 느꼈다. 드디어 그에게 적합한 학교를 찾은 것이다. 지도교수는 와그너의 성적표에 이렇게 적었다.

“토니 와그너는 지난 학기 동안 모든 연구에서 매우 뛰어났다. 시간을 신중하게 계획했고, 폭넓은 주제에 대한 비판적 읽기를 했으며, 힘든 일을 꾸준히 할 줄 아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학습 일지를 보면 생활과 학습을 훌륭하게 융합시켰고,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간결하고 뛰어난 문체를 사용해서 시로 표현했다.”

와그너는 프렌즈 월드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배웠다. 그것은 흥미를 갖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흥미를 추구하고 더 깊은 지식과 이해를 얻기 위해 필요한 힘인 자기 훈련과 집중력도 개발해야 한다. 흥미는 보통 놀이의 한 형태인 탐색을 통해 발견된다. 만일 진정한 흥미를 발견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그 흥미는 열정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열정을 지속시키고 목적의식에 맞춰 강화시키려면 자기 훈련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이런 역량이 없이 내적 동기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나의 학교 분투기' [이미지=k스피릿]
'나의 학교 분투기' [이미지=k스피릿]

 

그 후 와그너는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진학하고 교사가 되어 학생들이 '흥미의 불씨'를 찾도록 여러 가지를 시도하여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런데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토니 와그너가 만족했던 것은 아니다. 토니 와그너는 최고의 교사 양성 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는 하버드에서조차 예비 교사인 대학원생들이 실제적인 교수법을 배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관행대로 진행되는 틀에 박힌 반복 수업에서 벗어나 효율적이면서도 학생들에게 맞춤형 수업을 할 수 있을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해내고, 마침내 교수법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교사’가 된다. 낙제생에 문제아로 낙인 찍혀 교사들에게 멸시받았던 열등생이 교사들의 교사가 된 것이다. 이 놀라운 인생 역전은 토니 와그너가 애초에 목표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제대로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고 헌신하는 과정에서 도달한 자연스러운 종착지였다.

이 책의 여러 장점 중 먼저 첫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것은, 재미있으면서 의미가 있는 교육철학서이라는 점이다. 마치 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다. ‘중퇴 전문가’ 토니 와그너의 행적을 뒤따라가다 보면 인간에게 교육이란 무엇인가, 왜 배워야 하는가, 학생은 어떻게 배우고, 교사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교사나 학부모가 이 책을 본다면 당장 내 아이, 내 반 학생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고민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을 자기계발서로 읽을 수 있다. 퇴학과 중퇴를 되풀이 하며 사회가 설계한 행로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개척한 주인공이 자신이 선택한 대학에 진학하고, 하버드에 입학하고, 뛰어난 교사가 되고, 학교 개선 컨설턴트가 되고, 마침내 교사들의 교사가 되는 과정은 자기계발의 역정으로 큰 감동을 준다. 정해진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들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토니 와그너의 삶은 독자에게도 큰 용기를 불어넣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