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김진희 교사(서울온곡초등학교). 

드디어 개학하여 아이들과 만났다. 첫 만남은 아이들이나 교사에게나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이다. 마스크에 가려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의 눈빛에서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느껴진다. 작년은 준비 없이 만난 코로나 19로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올해는 온라인 수업 상황일지라도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맞이했으니 분명 다를 것이다.

첫날에 우리 반 아이들에게 꼭 소개하는 3가지 약속이 있다. “예의를 지키자, 정직하자, 도전하자.”라는 약속이다. 이 중 가장 공을 들여서 의미심장하게 소개하는 약속은 “도전하자”이다. 앞으로 변화와 성장을 만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자기 자신과 해야 할 약속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아이들에게 도전하자는 약속을 설명하는 나의 이야기다.

“우리 뇌는 정말 무한한 능력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난, 이건 잘하고 이건 못 해.’라고 생각하면서 뇌의 능력을 작게 만든다. 특히 뇌를 잘 못 쓰는 사람들이 잘 쓰는 말들이 있는데 ‘전 못해요. 원래 못했어요. 해봤자 안 돼요. 이거 안 하면 안 돼요?’ 같은 말이다. 선생님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하게 시킨다. 왜냐하면 우리 뇌는 쓰면 쓸수록 좋아지는 거니까. 앞으로 무엇을 하자고 했는데 그게 여러분이 더 나아지는 일인데도 피하거나 안 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생님은 반드시 끝까지 시킬 것이다. 올해는 내가 못하고 안 하고 싶은 일에 더 도전해봐라. 그게 여러분 뇌의 능력을 아주 크게 만들어 준다.

이제 선생님이 경험한 얘기를 해주겠다. 선생님이 전에는 푸시업을 온 힘을 다해도 25개 정도밖에 못 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100개를 눈앞에서 하는 걸 보고, 막 가슴이 뛰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나도 모르게 100개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날부터 하루에 한 개 이상 개수를 늘려가면서 푸시업을 시작했다. 50개, 60개, 70개 이렇게 개수가 늘어갈 때 중간 중간 포기하고 싶고, 하기 싫은 마음이 들고 내가 왜 이걸 하겠다고 했을까 후회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고, 결국 100개를 넘는 날이 정말 왔다. 마지막에는 147개까지 기록을 세워봤다. 그리고 깨달은 게 ‘정말 우리 뇌는 하면 되는구나. 끝까지 하면 되는 구나.’하는 거였다.” 그러면서 살짝 두어 개 정도 정확한 자세로 하는 푸시업을 보여준다. 설명에 믿음을 주려고 한 거지만 아이들은 ‘우와’ 하면서 감탄한다.

하나의 도전으로 한계를 넘어본 체험은 다른 일에도 도전할 용기를 준다. 나도 그렇게 변화하고 성장해왔고, 내가 만났던 아이들도 그랬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올해 도전을 통해 자신의 한계에 부딪혀 봤을 때, 한계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내가 만들어 놓은 마음의 장벽이란 걸 깨닫게 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 교실수업 중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공부의 어려움 속에서 순간순간 피하려는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을 바라보는 걸 연습시킬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해보려는 마음을 내도록 격려할 것이다. 또 자꾸 도전할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도전의 기회가 왔을 때 도전을 선택하고 마음을 내게 하려면 먼저, 선생님이 자신을 힘들게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성장시키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3월 한 달 동안 아이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개인 상담을 한 명씩 돌아가며 한다. 나의 장점은 무엇인지, 올해 나는 어떻게 변화되고 싶은지, 내가 바꾸어야 할 습관이 있다면 무엇인지 등을 적는 자기소개 활동지를 기록한 후, 한 사람씩 편한 날을 골라 상담 일정을 짠다.

아이 한 명 한 명씩 만나 현재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자신에게 필요한 습관은 무엇인지, 어떻게 달라지고 싶은지 등을 물어보며 함께 올해 성장의 목표와 실천을 정한다. 상담을 해보면 아이들 저마다 도전할 거리들은 다 다르다. 어떤 아이는 소극적인 자신을 바꾸고 싶어 하고, 어떤 아이는 공부에 자신감을 갖고 싶어 하고, 어떤 아이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어 한다. 그런 성장을 위한 실천을 구체적으로 의논하고 정하는 것이 이 상담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그리고 이렇게 개인 상담을 통해 스스로 도전 목표와 실천방법을 선택하면 나중에 어떤 상황이 생겨서 선생님의 지적이나 도움을 받게 되어도 반감이 생기지 않는다. 예전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쉽게 분노하던 한 아이가 있었다. 스스로 화를 조절하기로 도전 목표를 세웠기에 아이가 수시로 화를 분출하는 순간엔 약속한 대로 가까이 가서 잠시 눈을 감으라고 말해주며 ‘00야, 우리 도전하기로 했지? 너는 네가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자, 연습해보자.’라고 말하며 도와줄 수 있었다. 만약 이 아이에게 변화와 성장을 위한 스스로의 목표가 없었다면 선생님이 자신을 통제하고 혼낸다고 생각해 도움을 거부했을 것이다.

변화와 성장은 생활 속의 작은 도전들이 모이고 쌓여 만들어진다. 변화와 성장을 원하는 자신을 알아차리고, 목표와 실천계획을 세우면 도전은 시작된다. 지금까지 못 한다고 믿어왔던 나의 한계를 넘어, 하기 싫다는 마음의 핑계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른 사람의 평가나 시선보다 나 자신의 느낌과 성장의 뿌듯함에 집중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올해 나의 도전은 아이들 뇌의 힘을 믿고, 기다려주고, 쉽게 실망하지 않고 격려하는 교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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