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우리나라의 독립투쟁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남성과 함께 구국 항일투쟁에 나섰지만 금방 떠오르는 인물은 유관순 열사 정도이다. 그만큼 알려진 인물이 드물고 오랫동안 잊히고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는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역사를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이 오늘 4월 3일까지 열린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과 이남우 국가보훈처 차장은 4일 오후 학고재 갤러리를 방문해 해당 전시를 관람할 예정이다.

학고재갤러리에서 오는 4월 3일까지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역사를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전시회가 열린다. [사진=학고재 갤러리 갈무리]
학고재갤러리에서 오는 4월 3일까지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역사를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전시회가 열린다. [사진=학고재 갤러리 누리집 갈무리]

1936년 만주에서 태어난 여성주의 1세대 작가인 화가 윤석남(만 82세)의 작품으로, 강정화, 김마리아, 권기옥 등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대형 채색 초상화와 설치작 ‘붉은 방’이 전시되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소설가 김이경 씨가 함께 협력하여 여성독립운동가 중 인물을 선정하고 기록과 문헌을 바탕으로 14인의 독립투쟁을 소설 형식으로 각색해 소개하는 글쓰기를 했다. 윤석남 작가는 앞으로 여성독립운동가 100인의 초상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시에서 윤 화백이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로는 1919년 상해 망명 후 광복 때까지 상해 임시정부의 살림을 책임지던 정정화(1900~1991)지사이다. 정 지사는 남편 김의한 지사와 함께 부부 독립운동가였다.

김마리아(1892~1944)지사는 2.8독립선언과 3.1운동에 적극 가담하여 체포된 후 심한 고문으로 고질병을 얻었음에도 대한민국애국부인회 회장을 맡아 임시정부에 자금을 전달했다.

이번 전시에서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대형 채색 초상화와 함께 전시된 설치작 '붉은 방'. [사진=학고재 갤러리 갈무리]
이번 전시에서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대형 채색 초상화와 함께 전시된 설치작 '붉은 방'. [사진=학고재 갤러리 누리집 갈무리]

영화 ‘암살’의 여주인공 실존모델인 남자현(1872~1933) 지사는 3.1운동 직후 중국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하며, 일본총독 암살을 기도하는 등 무력투쟁에 앞장섰다. 신채호 지사의 아내 박자혜(1895~1943) 지사는 당시 간호사로 1919년 3월 간호사들을 모아 ‘간우회’를 조직하고 만세시위와 동맹 파업을 주도하다 체포되었다.

이외에도 한국 최초의 여성비행사로 상해임시정부에서 활동했던 권기옥(1901~1988) 지사를 비롯해 강주룡(1901~1931), 김알렉산드라(1885~1918), 김옥련(1907~2005), 박차정(1910~1944), 안경신(1888~미상) 등의 초상화가 전시된다.

김현주 추계예술대학교 교수는 「‘세상을 뒤흔든 여자들: 윤석남의 여성독립운동가의 ’채색초상화‘」에서 “(윤 화백)이 얼굴 중 특히 눈을 통해 내면의 기운이 전달된다고 생각해 항상 생생하고 강력한 눈의 묘사를 중요시 여겨왔다. 얼굴 다음으로 손은 실행 수단으로서 크고 중요하게 묘사된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 일제강점기 자신의 생애를 바쳐 치열하고 뜨겁게 살았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강렬한 눈을 통해 그들의 기상과 독립정신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