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며, 우리 한식요리의 기본바탕이 되는 된장, 고추장, 간장이 K-소스로 주목받고 있다. 콩은 만주와 한반도가 원산지여서 콩 재배의 역사는 청동기시대 또는 신석기 시대부터라고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의 장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삼국시대부터이다.

청정자연 속 충북 영동군 심천면 마곡리에서 선조들의 방식 따라 항아리에서 된장은 2년, 간장은 5년 이상, 고추장은 6개월 이상 숙성한 전통장을 만드는 천모산유기영농조합. 이곳 전통장은 직접 생산한 아홉번 구운 죽염을 녹인 죽염수로 만든다.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청정자연 속 충북 영동군 심천면 마곡리에서 선조들의 방식 따라 항아리에서 된장은 2년, 간장은 5년 이상, 고추장은 6개월 이상 숙성한 전통장을 만드는 천모산유기영농조합. 이곳 전통장은 직접 생산한 아홉번 구운 죽염을 녹인 죽염수로 만든다.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특히, 우리의 전통 장류(醬類)는 발효식품군으로써 식물성 단백질의 대표인 콩을 주원료로 미생물의 발효를 통해 장내 미생물 군집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강식품이란 점이 더욱 매력적이다. 그런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많은 된장, 간장의 경우 전통적인 고초균을 활용한 발효를 대신해 빠른 시간 내에 생산하고 메주의 함량도 12~13%에 불과한 것도 많아 ‘된장맛 소스’, ‘간장맛 소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충북 영동 심천면 옥계리에서는 전통 방식대로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맛이 깊은 된장과 간장, 그리고 고추장을 생산하고 있다. 배 불뚝한 항아리들이 정겨운 장독대가 입구부터 반기는 이곳에서 천모산유기영농조합 황정선 씨는 새봄을 앞두고 메주 띄우기(발효)에 한창이다.

직접 생산한 죽염을 활용해 전통 장을 만드는 황정선 씨.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직접 생산한 죽염을 활용해 전통 장을 만드는 황정선 씨.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지난 가을 영동지역에서 수확한 국산콩으로 직접 빚어 건조한 메주들에 볏짚 대신 대나무 잎을 덮고 기존의 전통된장을 희석한 물로 발효 매개체인 고초균을 입혀 이제 3주간이 지나면 메주꽂이 핀다고 한다.

이곳 전통 된장과 간장의 특징은 아홉 번 구운 죽염으로 장 담그기를 한다는 점이다. 황정선 씨는 “메주를 소금물에 담그는 것은 침장(沈醬)이라고 하는데 보통 천일염에서 간수를 빼서 쓰거나 죽염으로 담근다. 이곳에서는 20년 전부터 아홉 번 구운 죽염을 생산하고 있어 그 죽염을 녹인 죽염수로 된장과 간장을 담근다.”고 했다.

우리 전통 된장 자체의 영향과 효능이 뛰어난데 국내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우리 몸에 필수적인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죽염을 이용해 만든 된장은 항암효과와 항산화력 등이 더욱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발효식품 전문가인 차의과학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박건영 교수는 죽염을 사용한 된장의 암세포 억제 및 전이억제 효과가 정제염, 천일염으로 만든 된장에 비해 탁월하다는 연구결과를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된장은 심혈관계 질환 예방, 혈압 강하 효과, 항염증, 항균, 면역 조절효과와 더불어 항비만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황정선 씨는 직접 생산한 아홉번 구운 죽염을 녹인 죽염수로 침장을 하여 죽염 된장과 죽염 간장을 생산한다.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황정선 씨는 직접 생산한 아홉번 구운 죽염을 녹인 죽염수로 침장을 하여 죽염 된장과 죽염 간장을 생산한다.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죽염수를 이용한 침장을 하여 40~60일간 항아리에서 숙성 후 ‘장 가르기’를 한다. 메주고형분을 으깨어 만든 죽염된장은 일체의 첨가물 없이 그대로 항아리 속에서 2년을 숙성한다. 메주를 덜어낸 죽염간장은 항아리에서 좀 더 긴 5년 이상의 숙성을 거친다.

한편, 고추장은 10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침장을 하며, 직접 생산한 고춧가루와 쌀조청, 찹쌀조청, 메주가루 등을 섞어 항아리에서 6개월을 지난 후에야 비로소 제품으로 출시가 된다.

천모산유기영농조합에서 생산한 전통방식의 죽염된장과 죽염간장, 그리고 고추장에 들어가는 재료는 대부분 직접 생산한 국산 재료이고, 콩도 인근에서 생산된 국산콩으로 에코마일리지가 제로에 가깝니다.

(시계방향으로) 메주를 발효시킬 고초균 만들기, 메주 만들기, 메주 띄우기, 침장 과정.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시계방향으로) 메주를 발효시킬 고초균 만들기, 메주 만들기, 메주 띄우기, 침장 과정. [사진=천모산유기영농조합]

황정선 씨는 “발효식품들은 나라와 지역마다 특색있는 재료를 활용한 것으로 해당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전통장으로 건강한 한식을 만들어 면역력으로 높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현재 장 담그기는 2019년 1월 국가무형문화제 제137호로 지정되었고, 우리나라는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추진 중이다.